독감 유행에 마스크가 돌아왔다…“나를 위해 써요”

독감 유행에 마스크가 돌아왔다…“나를 위해 써요”

기사승인 2024-01-18 06:00:21
지난해 12월2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인근에서 시민들이 마스크를 쓴 채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사진=임형택 기자

마스크가 다시 등장했다. 이제 마스크 착용은 시민들에게 하나의 습관으로 자리 잡은 분위기다. 독감·코로나19·폐렴 등 감염병이 유행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

“감염병, 여전히 무서워요”

지난 16일 오후 2시 서울지하철 2호선 홍대입구역. 거리를 활보하는 시민과 지하철 이용객 10명 중 4명이 마스크를 쓰고 있었다. 마스크 미착용자 중 상당수도 마스크를 손목에 걸거나 손에 쥐고 있었다. 지하철도 마찬가지였다. 지하철 열차 안에 있던 승객 30여 명 중 7~8명이 마스크를 쓴 모습이었다.

독감 등 호흡기 질환이 유행하고 코로나까지 재유행하면서 시민들은 다시 마스크를 찾았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1월 첫째 주(12월 31일~1월 6일) 외래환자 1000명당 독감 의심 환자는 51.9명으로 전주(49.9명)보다 증가했다. 특히 최근 독감이 급격히 늘면서 지난해 말 A형 독감 감염 환자는 지난 5년을 통틀어 가장 많은 수를 기록했다.

10대부터 중장년층까지 마스크를 쓴 연령대는 다양했다. 그중 지하철 노약자석에 앉은 노인들은 한두 명을 제외하고 대부분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었다. 김춘옥(80)씨는 “코로나19에 한 번도 안 걸렸지만, 최근 코로나19가 재유행하는 것이 무섭다”라며 “가족들이 마스크를 꼭 쓰고 다니라고 한다. 복지관에서도 마스크를 쓰고 오라고 한다”고 설명했다.

20~30대도 마스크를 코끝까지 올려 쓴 모습이었다. 경기 김포시에 거주하는 강태우(33)씨는 일주일에 5일 이상은 마스크를 쓰고 외출한다. 강씨는 “여름에는 안 쓰다가 최근 다시 꺼내 썼다”며 “코로나19에 두 번 걸렸다. 감기나 외부 병균 등으로부터 나 자신을 지키기 위해 꼭 쓴다”고 말했다.

사진=임형택 기자


마스크 판매량도 늘었다. 전자상거래 업체 티몬 1월 첫째 주(1~7일) 덴탈 마스크(75%), 유아용 마스크(24%) 등 판매량은 전주 대비 20% 정도 늘어났다. 11번가도 같은 기간 KF인증 마스크 판매량이 전주(12월25~31일)보다 7%, 덴탈·일회용 마스크 판매량은 22% 올랐다.

“이제 마스크 쓰는 게 더 편해요”


나 자신이 아닌 타인을 위해 마스크를 쓰기도 한다. 직접 사람을 만나는 일을 하는 이들은 대부분 마스크를 착용한다. 이날 오전 홍대입구역 인근 카페 3곳에서 근무하는 직원 7명 중 5명이 마스크를 쓰고 있었다. 어린이집 교사 신모(38)씨는 “실제로 마스크를 쓰고 생활했을 때 감기 예방이 되는 걸 느꼈다”며 “아이들은 면역력이 약하다. 최근 독감이나 감기가 유행이니까 혹시라도 옮길까 걱정돼서 마스크를 쓴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 초기 마스크를 착용하며 느꼈던 불편함은 사라진 모습이다. 이미 긴 시간 마스크 착용을 경험한 시민들은 마스크를 통해 오히려 안정감을 얻기도 한다. 경기 남양주시에 거주하는 박모(60대)씨는 “과거엔 마스크를 쓰는 게 불편했다”면서도 “이제 안 쓰면 어색하고 이상하다. 마스크가 (감염병도 예방해 주니) 든든하다”고 말했다. 김윤서(16)양도 “마스크가 추위도, 바이러스도 막아주니 안정감이 든다”고 했다.

전문가는 시민들이 다시 마스크를 쓰는 현상을 긍정적 경험에서 온 학습 효과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시민들이 처음 마스크를 썼을 때 굉장히 불편해했지만, 오랜 시간 착용하면서 습관으로 자리 잡게 된 것”이라며 “마스크를 쓰다가 벗기 시작할 때도 오랜 시간이 걸렸다. 사람은 변화를 주는 것을 불편해하고, 항상 익숙한 걸 하려고 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쓰는 것도 벗는 것도 익숙해졌기 때문에 다른 호흡기 질환이 유행할 때 코로나19 이전보다 마스크 꺼내는 게 쉬워진 것”이라며 “마스크의 감염 예방 효과도 경험했다. 마스크 착용 후 얻는 안정감과 긍정적 경험이 사람들의 마스크 착용을 일상화하게 만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예솔 기자 ysolzz6@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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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solzz6@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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