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롯데렌탈, ‘묘미’ 피해구제 약속 하더니…“보상은 제3자가”

[단독] 롯데렌탈, ‘묘미’ 피해구제 약속 하더니…“보상은 제3자가”

‘묘미’ 1만여명 불완전 판매 책임 약속...연체기록은 아직
120여명의 피해자 구제, 판매 대행사가 떠안아 파산 직전
시민단체 “공정위·서울시, 선불식·할부식 나눠 책임 방기”

기사승인 2024-01-31 16:59:03
지난해 종료된 롯데렌탈 묘미 홈페이지 캡쳐 이미지. 롯데렌탈

 

롯데렌탈이 지난해 ‘묘미’와 체결된 계약 중 불완전 판매로 판명되는 건에 대해 책임을 다하겠다고 밝혔지만, 피해 구제는 더딘 것으로 파악됐다.

31일 쿠키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해당 기사 보도 이후 불공정 판매를 계약한 것을 인지한 피해자들은 롯데렌탈 묘미에 할부 거래 납입을 중지했지만 오히려 피해가 가중됐다고 토로했다. 롯데렌탈 측으로부터 어떠한 구제도 받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제보자 이훈민(가명)씨는 불공정 판매 사기를 당했다는 것을 인지한 뒤 롯데렌탈 묘미에 납입하던 할부 거래를 중지했다. 이후 이 씨는 금융 연체자로 등록됐다. 한국소비자원과 경찰서에 도움을 요청했던 이씨는 “납입 중지 이후 연체자로 등록된 것은 롯데렌탈 묘미에서 처리해야 하는데 확인해 보니 다른 기관에 연체 등록이 되어 있었다. 결국 삭제 요청도 직접 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다행히 사건 경위를 설명하는 과정에서 ‘판매대행사’의 중재로 해결 실마리를 찾았다”고 했다. 

롯데렌탈은 지난해 전자제품 중간 유통기업인 판매대행사를 통해 다수의 상조회사와 이러한 유형의 렌탈 상품을 판매해 왔다. 문제는 크루즈 등 ‘레저상품’이라며 100% 환급 가능하다는 보험형 상품으로 광고해 가입을 유도한 뒤, 롯데렌탈 묘미로부터 장기간 노트북 대여 상품 계약을 체결했다는 점이다. 서비스를 제공한다던 상조회사는 휴업에 들어가 매달 고액의 할부 금액만 납부해야 하는 피해자가 속출했다. 

지난해 7월 보도를 통해 피해 사실이 드러나자 롯데렌탈 측은 상조사와 상조결합상품을 판매하는 판매대행사가 물품공급 계약을 체결했기 때문에 불공정 판매를 주도한 회사와의 직접적인 계약 관계가 아니라며 선을 그어왔다. 이후 취재가 시작되자 공정거래위원회와 서울시는 점검에 나섰고 롯데렌탈은 1만여명으로 추산되는 이들의 피해복구를 위해 힘쓰겠다고 입장을 바꿨다. 80여명의 피해자들이 롯데렌탈 묘미와 체결한 계약을 해지하고 상조회사와의 가입도 취소했다. 서울시도 시민들의 피해를 예방하자는 차원에서 상조회사들에 대한 자체 점검 등 조사에 적극 협조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지난해 8월 기준 공정위에 등록된 77개의 상조회사 중 41개의 회사가 서울시 소재다. 가입자 수는 약 850만명에 달한다. 보도 이후 감독의 의무가 있는 서울시는 어떻게 관리하고 있을까. 

서울시 소비자 권익 보호팀 관계자는 “지난해 문제가 됐던 상조회사 불공정 판매에 대해 공정위에서 서울시에 협조를 구해 함께 조사했다”며 “조사 과정에서 상조결합상품의 불공정 판매를 충분히 인식했다”고 답했다. 그러면서도 “아직은 서울시가 해결 방안에 대해 고민하는 단계”라며 “결과가 나오면 공정위에 건의해 제도 개선을 요청할 계획도 있다”라고 설명했다.

취재 결과 지금까지 120여명의 피해자들을 구제해 준 곳은 판매대행사였다. 피해자들은 롯데렌탈이라는 대기업 브랜드를 믿고 상품에 가입했지만 결국 판매대행사가 피해자를 구제하고 있는 셈이다. 이에 대해 롯데렌탈은 “롯데렌탈은 사실상 판매대행사와 계약이 되어 있다”며 “계약서 상 피해 고객들에게 보상을 해야하는 근거가 단 하나도 없다”는 입장이다. 판매대행사 관계자는 상조결합상품을 개발한 입장에서 도의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 피해 구제에 힘써왔다는 설명이다. 지금까지 약 3억원의 대출을 받아 피해를 구제해 왔지만 밀려드는 피해자들을 더 이상 혼자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상품 개발과 판매 과정에서 갑과 을의 위치에 놓일 수밖에 없는 대기업과 대행사 간의 계약서 독소조항을 문제점으로 꼽았다.
 
김한기 소비자주권시민회 정책 실장은 “공정위는 상조결합상품 계약 시 표준 약관을 제정해 계약 당사자가 따르도록 권고하고 있다. 권고 사항이기 때문에 표준 약관을 준수하는 업체는 드물다. 통상 대기업과 판매대행사가 맺는 계약서에 독소조항이 존재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김 실장은 “공정위에서는 표준 약관이 아니라 계약 당사자 모두에게 공정한 약관이 제정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며 “공정위와 지자체가 선불식 할부 거래와 단순 할부 거래 상품을 나눠 관리하는 것 역시, 감독 의무를 져버린 행위”라고 강조했다. 

통상 이런 계약서에는 상조결합상품 불공정 판매 시 상조회사가 피해 비용을 부담하도록 되어있지만, 상조회사가 발을 뺀 상황에서는 판매대행사가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부담을 모두 떠안을 수밖에 없는 구조가 만들어져 있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내용을 독소조항이라고 부른다. 

한편 롯데렌탈은 지난해 3분기 누적 기준 2520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뒀다. 공정위는 이날 롯데렌탈의 쏘카 주식취득 신고를 승인했다. 

조은비 기자 silver_b@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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