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디지털 혁신 가속화를 위해 비(非)이동통신 분야에도 이동통신 주파수 공급을 추진한다. 차세대 모빌리티 등 신산업 성장을 위한 주파수 공급, 발굴도 언급됐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정통부)는 31일 오후 서울 대한상공회의소에서 ‘대한민국 디지털 스펙트럼 플랜(안) 공개토론회’를 열었다. 이날 과기정통부는 신규 주파수 계획인 디지털 스펙트럼 플랜 초안을 발표했다. 추진 목표를 △디지털 신산업 주파수 공급 △6G 등 미래 대비한 주파수 확보 등으로 꼽았다.
이를 위한 네 가지 전략도 발표됐다. 우선 이동통신 주파수를 핵심 자원화한다는 것이다. 이동통신 주파수 공급 체계에 변화가 생긴다. 이동통신 3사 중심의 이동통신 주파수를 전 분야에 개방해 사회 전반에 이동통신 기술을 통한 디지털 전환과 혁신의 기회를 제공한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저·중·고 대역 주파수의 균형 있는 공급과 세계 시장 선도를 위한 6G 주파수 확보도 추진한다.
디지털 신산업 성장지원 및 혁신서비스 선도도 언급됐다. 도심항공교통(UAM)과 자율주행차, 자율운항 선박 같은 차세대 모빌리티 혁신 지원을 위해 주파수를 공급하겠다는 것이다. UAM 실험·실증을 위해 기존 항공통신용 6㎒폭 및 5G용 30㎒폭 실험국 주파수 공급을 추진한다. 자율주행차와 자율운항 선박 등에도 각각 주파수를 확보하고 발굴한다는 방침이다. 또한 초고속 근거리 통신과 무선정밀측위, 정밀의료서비스용 체내이식 의료기기, 대형전기차 무선 충전 등에 쓰일 주파수도 추가 공급, 검토한다.
국민 안전을 위한 공공 무선망 고도화와 주파수 이용체계 혁신도 새로운 전략으로 발표됐다. 재난·산업·생활 분야에서 사회 안전망 강화를 위한 주파수를 공급하고 공공 주파수 이용효율 개선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주파수의 공동사용을 활성화해 한정된 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한다. 주파수 이용체계는 간소한 허가체제 등을 도입하고 신규서비스 개발 및 2차 시장거래 등 정보 공개를 확대한다.
정부는 이날 공개토론을 통해 제기된 다양한 의견을 적극 검토해 스펙트럼 플랜을 수립, 발표하겠다는 방침이다.
토론에 참여한 전문가들은 전 산업 분야에 주파수를 할당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봤다. 김진기 항공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이번 계획은 기존의 이동통신 부분을 갉아먹는 것이 아닌 전체 시장의 파이를 키우는 형태가 될 수 있다”면서 “새로운 혁신의 영역을 확대할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UAM과 자율운항 선박 등의 실험·실증을 위한 주파수 적기 공급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반응이 나왔다. 남원모 한국전파진흥협회 전파진흥본부장은 “아직 수요가 좀 더 구체화돼야 하지만 여러 검증이나 실증을 할 수 있도록 한 걸음 나아간다는 측면에서 충분한 의미가 있다”며 “다만 아직 해외 사례가 없기에 방향 설정에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산업계와 지속적으로 소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다만 이날 정부 발표안에서는 SKT가 지난 2022년 1월 신청한 3.7㎓ 주파수 추가 할당 관련 내용이 빠졌다. 중장기적 비전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주파수 할당 내용을 발표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는 판단에서다.
앞서 SKT는 5G 가입자당 주파수가 가장 적다며 주파수 추가 할당을 요구했다. 현재 이동통신 3사는 5G 주파수를 각각 100㎒ 대역폭씩 사용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기준, 5G 가입자 수는 SKT 1535만명, KT 964만명, LG유플러스 691만명이다. 가입자당 주파수가 늘어나면 5G 품질 또한 개선되는 효과가 있다.
하준홍 과기정통부 주파수정책과장은 “3.7㎓ 추가 할당 시일에 대해 구체적으로 말씀드리기는 어렵다”며 “5G 대역폭 확장이 글로벌 추세라는 점은 인지하고 있다. 종합적 연구·검토가 상당부분 진행됐다. 구체적 방향에 대해 신속하게 진행하겠다”고 설명했다.
이소연 기자 soyeon@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