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와 서울시에서 상조회사를 나눠 관리·감독해 사각지대를 키운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원화 관리로 사각지대가 발생하고, 제도권 밖으로 밀려나는 상조회사로 인해 소비자 피해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3일 현재 공정위는 선불식 할부거래업자로 등록한 상조회사를, 서울시는 단순 할부(후불식)거래업자로 등록한 상조회사를 관리·감독하고 있다.
공정위는 지난해 4분기 선불식 할부거래업자의 주요 정보 변경 사항을 지난달 29일 공개했다.
해당 기간 동안 11개사에서 등록취소·소비자피해보상보험 계약·상호·대표자·주소변경 등 총 13건의 변경사항이 발생했다.
당시 공정위는 “선불식 상조나 적립식 여행상품 등 선불식 할부계약을 체결하려는 소비자는 계약 업체의 영업 상태와 공제조합, 은행 등 소비자피해보상보험 계약기관의 공지사항을 주의 깊게 살펴 업체의 폐업, 등록취소 등에 따른 피해를 예방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또한 “크루즈 여행 등 여행일자가 지정되지 않은 적립식 여행상품에 가입하려는 소비자는 반드시 선불식 할부거래업 등록업체인지 확인해야 한다”며 “현재 선불식 할부거래업으로 등록한 업체들의 목록 및 현황, 변동사항은 공정위 누리집과 주기적인 등록변경사항 공개자료를 통해 알 수 있다”고 전했다.
상조 상품에 가입한 소비자를 위한 안전장치가 마련되지 않은 것은 아니다. 소비자피해 보상기관으로 한국상조공제조합과 상조보증공제조합이 운영되고 있다. 다만, 두 기관 모두 선불식 할부거래로 등록된 상조회사에 가입한 고객만 가입할 수 있다.
단순 할부식 상조회사에 가입한 고객들은 제도권 밖으로 밀려나 있는 셈이다.
상조보증공제조합 관계자는 “지자체가 개별 회사의 영업 등록·승인·취소 권한이 있어 공정위에서 일일이 관여할 수 없고, 이원화 관리를 하는 것은 이해한다”라면서도 “현재는 선불식 할부거래업으로 등록한 회사에만 법 적용을 받아 이원화 관리 감독이 사각지대를 메우지 못하는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단순 할부(후불식)거래업으로 등록한 상조회사는 사실상 ‘자유업’에 해당해 법의 제한을 받지 않아 공정위나 서울시에서도 어쩔 수 없다는 설명이다.
관계자는 “상조 시장에서 같은 활동을 하는 업체인데 영업 형태 때문에 법의 적용 유무가 갈려 업계 이미지가 실추되고, 소비자가 피해 보는 것이 안타깝다”며 “업계에서 단순 할부(후불식) 상조회사도 제도권 안에서 관리 감독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요즘은 기업이 후불식 상조 상품을 결합해 판매하는 경우를 쉽게 볼 수 있어 기업 이미지를 믿고 가입하는 고객들이 늘어나고 있다”며 “후불식 상조 상품이 제도권 안에 들어가면 기업 입장에서 부담이 증가하겠지만, 소비자가 피해를 최소화 할 수 있도록 법 적용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법의 보호를 받는 선불식 상조 상품을 가입하지 않는 소비자는 어떤 이유로 후불식 상조 상품에 가입할까.
단순 할부 상조 상품에 가입한 정유림(가명) 씨는 목돈을 깨야 하는 것이 아까워 할부식 상품에 가입했다고 말했다. 정 씨는 “회비를 2회 이상 나눠 받으면 선불식 할부거래 상품에 해당한다. 가입자 입장에서 일시납이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며 “미래에 사용할 건데 선불로 돈을 지급하면 리스크도 있고, 부담이 커서 후불식 상품에 가입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리시스(주), 대노복지단(주), 케이비라이프(주) 등 단순 할부 상조회사에 가입한 뒤 회사의 부도로 피해 봤다고 밝힌 고객만 120명이 넘는다.
할부식 상조회사의 부도·폐업으로 피해를 봤다는 소비자들이 늘어나고 있지만 유의미한 대책은 여전히 강구 중인 상태다.
서울시 소비자 권익 보호팀 관계자는 “지난해 문제가 됐던 상조회사 불공정 판매에 대해 공정위에서 서울시에 협조를 구해 함께 조사했다”라면서도 “아직은 서울시가 해결 방안에 대해 고민하는 단계로 결과가 나오면 공정위에 건의해 제도 개선을 요청할 계획도 있다”라고 말했다.
조은비 기자 silver_b@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