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호주 2-1로 꺾고 4강 진출 [아시안컵]

한국, 호주 2-1로 꺾고 4강 진출 [아시안컵]

90분 지난 후 시작되는 한국 축구 드라마
손흥민이 얻어낸 패널티킥, 황희찬이 동점골
연장 전반, 손흥민의 환상적인 프리킥 역전골

기사승인 2024-02-03 03:14:34
대한민국 축구대표팀 캡틴 손흥민이 역전골을 넣고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 축구는 90분이 지난 후에 시작된다.”

기적 같은 승리였다. 16강 사우디아라비아 전과 판박이였다. 이번에도 90분이 지날 때까지 0-1로 끌려갔다. 하지만 끝날 때까지는 끝난 게 아니었다.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은 3일(한국시간) 오전 0시30분 카타르 알와크라 알자눕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카타르 아시안컵 8강에서 호주를 2-1로 물리쳤다.

9년 전 아시안컵 결승전 패배를 설욕하는 통쾌한 역전승이었다. 0-0 팽팽한 흐름이 이어지던 전반 막판, 수비 실책으로 결정적인 기회를 허용한 한국은 호주의 크레이그 구드윈에게 선제골(42분)을 헌납하며 끌려갔다.

후반 내내 호주의 골문을 두드리며 강력한 공세를 펼쳤지만 동점골 기회는 좀체 찾아오지 않았다. 그러나 90분이 모두 지난 후반 추가시간, 한국은 이번에도 마법을 부리기 시작했다.

후반 추가시간 손흥민이 박스 안 쪽에서 패널티킥을 얻어냈고, 이를 ‘강심장’ 황희찬이 골로 연결하며 1-1 동점을 만들었다.

중계석에선 “클린스만 감독은 축구 감독이 아니라 영화 감독인가요? 항상 90분 이후에 뭔가 보여줍니다” 하는 탄성이 흘러나왔다.

손흥민이 이번 아시안컵 최고의 골이라 해도 손색이 없는 환상적인 프리킥 골을 성공시키는 모습. 연합뉴스

연장전에 돌입한 이후엔 완연한 대한민국의 페이스였다. 호주는 수비를 하는 데 급급했고 한국은 유기적인 움직임을 통해 다양한 루트로 호주의 골문을 공략했다. 지난 경기에서 120분 풀타임을 소화하고 승부차기 끝에 올라온 팀이 맞나 싶을 정도로 투혼을 불살랐다.

경기 시간으로 104분(연장 전반 14분)에 돌입하던 시점, 손흥민은 좋은 위치에서 찾아온 프리킥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이번 아시안컵 대회 기간 중 현재까지 터진 골 중에는 단연 으뜸이라 할 수 있는 그림 같은 프리킥 골이었다.

연장 후반에도 공세를 이어간 한국은 2-1로 호주에 극적인 역전승을 거두고 4강 진출에 성공했다. 결승 티켓을 놓고 펼쳐지는 준결승전 상대는 조별리그에서 이미 한 번 맞붙었던 요르단이다. 한국은 요르단과 이번 대회에서 2-2로 무승부를 기록한 바 있다.

승리 직후 한국 주장 손흥민은 “선수들의 희생과 도전 정신에 감명 받았다. 모든 선수들이 칭찬 받을 자격이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제가 뭔가 해야 한다는 책임감을 갖고 있었는데, 공격수로서 그런 상황(패널티킥)을 노리고 박스 안으로 들어갔기 때문에 기회를 만들 수 있었다”고 복기했다.

이어 손흥민은 역전골 기회를 잡은 프리킥 순간에 대해 “(이)강인 선수와 누가 슛을 할지에 대해 많은 얘기를 나눴는데, 결과적으로 좋은 선택이었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토너먼트 진출 이후 두 경기 연속 연장전 승부를 펼친 한국은 오는 7일 오전 0시 알라이얀의 아흐마드 빈 알리 스타디움에서 요르단과 결승 티켓을 놓고 리턴 매치를 펼친다. 요르단은 8강전에서 이번 대회 돌풍의 주역 타지키스탄을 1-0으로 제압했다. 

이영재 기자 youngjae@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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