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이커머스 플랫폼들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알리익스프레스(알리), 테무 등 중국 직구 플랫폼들의 초저가 공세에 이어 ‘1688닷컴’이 상륙을 앞두고 있어서다. 중국 도매 플랫폼인 1688닷컴의 국내 진출로 이커머스 시장 경쟁은 격화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온오프라인 업체들의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우려가 나온다.
7일 업계에 따르면 알리바바그룹의 1688닷컴은 이르면 이달 안에 한국어 서비스를 오픈할 계획이다.
1688닷컴은 알리바바그룹의 B2B 거래 플랫폼이다. 알리바바그룹의 마윈 회장이 1999년 알리바바닷컴과 함께 론칭했고, 중국 내부 전용 도매 플랫폼으로 활용돼 왔다. 중국 시장에서의 점유율만 45%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도매이다 보니 일반 소매가 대비 절반 수준으로 물건을 납품하는 것이 최대 장점으로 꼽힌다. 기존 초저가를 내세운 알리익스프레스나 테무 등과 비교해도 가격 경쟁력이 월등하다.
또 정부의 인증을 받지 못한 기업은 입점이 불가능해 가격은 물론 품질 측면에서도 뒤지지 않는다는 평가다. 실제 G마켓, 11번가 등 국내 오픈마켓에서 거래되는 중국산 제품 대다수는 1688닷컴을 통해 소싱되고 있다. 저렴하게 물건을 들여와 국내 오픈마켓에서 더 비싼 가격에 판매하는 식이다.
그간 1688닷컴은 중국 내수용으로 중국 언어와 주문, 배송, 결제 등의 시스템을 갖췄다. 국내 셀러들은 해외 구매대행 업체들에게 수수료를 내고 해당 서비스를 이용했다. 그러나 1688닷컴 한국어 플랫폼이 개설되면 이제 별도의 수수료를 지불하지 않고도 제품을 유통할 수 있게 된다.
1688닷컴의 국내 진출을 두고 업계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특히 중국에서 물건을 들여와 팔던 오픈마켓 업체들이 매출에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관측된다. 뿐만 아니라 기존의 오프라인 매장들까지 상당한 영향을 받게 될 수 밖에 없어 자영업자들의 생계에도 위협적이라는 의견도 제기된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2022년 기준 국내 오픈마켓 시장 규모는 82조6000억원으로, 현재 네이버쇼핑(35조원)과 쿠팡(13조1000억원)이 각각 1, 2위를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업계는 1688닷컴이 국내에 진출할 경우 국내 온오프라인 시장의 판도 변화가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커머스 업계 관계자는 “1688닷컴을 이용하는 소비자가 많아지게 되면 온오프라인 업체를 비롯해 이커머스 전반적인 문제로 연결될 가능성이 크다”며 “가격 경쟁력이 떨어지면 결국 동대문이나 로드숍 같은 중소 판매자들이나 제조사들에게도 영향을 주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지연 한국소비자연맹 사무총장은 점차 커지는 중국발 저가 플랫폼 시장의 문제점을 언급하며 정책적인 측면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정 사무총장은 “중국 저가 쇼핑 플랫폼은 가격이 워낙 저렴해 소비자가 몰릴 수 밖에 없는 구조”라며 “시장이 커지고 소비자 거래가 급증하다보니 편익을 줄이고 반품도 제대로 안해주는 관행들이 생기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초반에 소비자를 끌어들인 다음 플랫폼에 종속되면 혜택을 줄여나갈텐데 그렇게 되면 소상공인들이 무너지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국내 소비자를 대상으로 영업을 하는 거면 국내법을 적용해야 형평성에 맞다”며 “시장 규모에 맞게 적용할 수 있는 정책적인 근거가 마련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한나 기자 hanna7@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