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과 동료에게 피해를 주는 직원, 이른바 ‘오피스 빌런(사무실+악당)’을 솎아내기 위한 서울시의 움직임이 자치구, 산하 공공기관으로 확산하고 있다.
서울교통공사는 올해 하반기 신입사원 공개 채용에 정규직 채용 전제형 인턴제도를 처음 도입할 계획이다.
서울교통공사 관계자는 “정규직 채용 인턴제도를 도입해 공사와 적합한 인재를 검증하고 진취적인 직원들을 선발하겠다는 의지”라고 13일 밝혔다.
다만 하반기 채용을 위해 계획을 수립하는 단계로, 검증 지표, 인턴 근무 기간 등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는 것이 공사 측 설명이다.
공사는 최근 복무 위반 직원들에 칼을 빼든 상황이다. 공사 감사실은 징계심의위원회를 열고 ‘근로시간 면제 제도’(타임오프제)를 악용하며 무단결근한 노동조합 간부 9명에 대한 파면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무단결근 관행을 바로 잡고자 지난해 12월에는 상습 무단결근 직원 3명에 대해 파면, 1명은 정직 처분을 내리기도 했다.
오피스 빌런을 솎아내는 움직임은 서울교통공사뿐만이 아니다. 서울 광진구는 최근 각 부서에 근무성적 평가 최하위 등급인 ‘가 평정’ 운영 관련 공문을 내려보냈다. 공문에는 ‘조직 분위기를 저해하는 직원으로부터 다수의 성실한 직원을 보호하고자, 직무 수행 능력 부족 또는 업무 대만 등으로 직무수행 태도가 극히 나쁜 직원에게 최하위 근무성적평정인 가 평정을 부여할 예정’이라고 명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서울시는 지난해 말 근무평가에서 가 평정을 받은 직원 중 1명을 올해 초 직위해제 했다. 근무 평가만으로 직위해제 한 것은 처음이다. 2022년부터 운영한 ‘직원동행 태스크포스(TF)’ 간담회에서 일부 직원들의 문제적 행동이 제기된 이후, 시는 조직 분위기를 저해하는 직원으로부터 다수의 성실한 직원을 보호하기 위해 지난해 4월 가 평정을 도입했다. 시의 근무성적평정은 수(20%) 우(40%) 양(30%) 가(10%) 비율로 이뤄지는데, 그동안 가 평정 없이 조직 내 온정주의로 수·우·양만의 평가가 이뤄졌다는 지적이 잇따랐기 때문이다.
헌법 제7조 2항은 공무원의 신분 보장과 정치적 중립성을 보장할 것을 규정하고 있다. 공무원이 정치에 개입하지 않고 행정의 안정성을 유지하며 능률적인 행정을 수행할 수 있도록 하는 취지다. 이러한 고용 안정성은 일부 공무원의 복지부동, 무사안일주의로 이어졌다. 서울시를 시작으로 한 이번 결정이 복지부동, 무사안일주의에 경종을 울릴지 관심이 모이는 이유다.
공무원 조직 사회에선 서울시 등의 이 같은 방침이 다른 부처, 지자체로도 확산해 공무원 사회에 변화가 일기를 바라는 눈치다.
경기도의 한 7급 공무원은 “같이 현장에서 일하는데 사람은 자리에 있으면서 일은 안 하는 걸 보면 정말 화가 난다”며 “성실하게 일하지 않고 주위에 피해를 주는 직원들이 많은데 근무 평가를 통한 직위 해제 등 조치는 필요하다”고 말했다. 중앙부처 7급 공무원 A씨도 “오피스 빌런에게 직접적으로 피해를 본 적은 없지만, (문제 직원이 다른 부서로 발령나기 전까지) 주변들이 많이 힘들어하더라”고 귀띔했다.
임동진 순천향대 행정학 교수는 “‘(신분이 보장된) 공무원들이 복지부동하지 않고 정치적 중립을 지키면서 업무를 어떻게 활성화할 것인가’라고 하는 문제는 공무원 사회에서 가장 큰 딜레마”라며 “서울시의 방침은 공무원 사회에서 새로운 변화라고 볼 수 있다. 문제가 있던 직원이 범법을 저지르지 않는 이상 지금까지 직무 해제할 방법이 사실상 없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어 임 교수는 “합리적이고 객관적인 평가 기구에서 평가가 이뤄진다면 진일보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며 앞으로 소송 등 법적인 공방이 있을지는 지켜봐야겠지만, 결과에 따라 (공직사회에) 상당한 파장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임지혜 기자 jihye@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