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구족 느는데 불법상품 버젓이 판매…알리 “문제 해결할 것”

직구족 느는데 불법상품 버젓이 판매…알리 “문제 해결할 것”

욱일 문양 상품에 도수 안경 등 수두룩 판매
“부실한 판매망 모니터링 시스템 때문”
알리 측 “현지화 단계, 개선점 인지하고 있어”

기사승인 2024-02-22 11:00:06
알리익스프레스

초저가를 무기로 국내 유통시장을 빠르게 잠식하고 있는 중국 직구 플랫폼 알리익스프레스의 무분별한 영업 행위가 논란을 빚고 있다. 

국내 법규에 저촉될 수 있는 상품을 버젓이 판매하는가 하면 일본 군국주의를 뜻하는 욱일 문양의 상품 광고 등으로 이커머스판 ‘무법지대’가 현실화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알리익스프레스는 국내 소비자를 대상으로 모바일·온라인 플랫폼에서 수면의 질 향상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광고와 함께 멜라토닌 캡슐제를 판매하고 있다. 상품 설명에는 한 통에 120개 캡슐이 들어 있고, 각 캡슐에는 멜라토닌 20㎎이 함유돼 있다고 명시했다. 멜라토닌은 체내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으로, 불면증 치료제에 많이 쓰이는 약물이다. 하지만 호르몬제 특성상 두통이나 어지러움 등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어 국내에선 유통이 제한되고 있다. 

알리익스프레스에서 판매되고 있는 멜라토닌 제품. 홈페이지 캡처

식품의약품안전처는 2014년 안정성 등을 이유로 멜라토닌을 의사 처방이 필요한 전문의약품으로 분류했고, 통관금지 품목으로 지정해 해외 직접구매(직구)도 금지했다. 현행 약사법에 따르면 멜라토닌을 온라인상에서 불법 유통하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이와 함께 도수 있는 안경이나 콘택트렌즈 역시 시중에 팔리고 있다. 알리익스프레스에서 판매하는 ‘도수 안경’ 중 상품명에 대놓고 근시 혹은 난시 처방 안경으로 명시한 것도 있다. 이같은 상품 판매는 현행법상 모두 불법이다. 의료기사 등에 관한 법률(의료기사법)은 도수 있는 안경·콘택트렌즈의 전자상거래 또는 통신 판매를 금지하고 있다.

미니 이쑤시개 발사기와 석궁 등 위험 물품도 쉽게 검색된다. 석궁의 상세 설명에는 5장의 종이 또는 얇은 나무판을 뚫을 수 있다고 돼 있다. 판매되는 상품 설명에는 사용 연령 제한을 표기하지 않거나 위험 경고문을 붙이지 않는 경우가 대다수다.

알리익스프레스에서 판매되고 있는 욱일 관련 상품들. 홈페이지 캡처

국민 정서에 반하는 욱일 상품 판매도 문제다. ‘욱일’ 또는 ‘떠오르는 태양’으로 검색하면 욱일 문양의 상품이 나오는데, 차량이나 오토바이에 붙이는 스티커부터 도시락 가방까지 다양하다. 이달 초에는 한복 카테고리에 중국의 전통 의복 한푸(漢服)를 팔아 한국 소비자를 기만한다는 비판을 받은 바 있다.  

이밖에 성인용 상품을 인증 절차 없이 그대로 노출하거나 KC 안전 인증 마크가 없는 가스용품을 판매해 일각에서는 ‘무법 플랫폼’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업계에서는 이처럼 알리익스프레스에서 불법 또는 부적절한 상품 이슈가 불거지는 이유로 부실한 판매망 모니터링 시스템을 꼽는다. 국내 이커머스의 경우 금칙어(또는 금지어) 설정을 비롯해 상시 모니터링 시스템이 갖춰져 있지만 알리의 경우 이런 시스템이 허술하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알리익스프레스 측은 “본격적으로 현지화를 해나가는 단계에서 개선점들이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다. 앞으로 최대한의 노력을 기울여 문제를 해결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키워드 검색, 우회 검색어 등 자사 모니터링 시스템을 통해 문제 상품들을 더욱 철저히 관리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알리 같은 중국계 이커머스 플랫폼이 국내 법을 어겨도 사실상 제재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해외 플랫폼 사업자의 경우 불법 영업 행위를 막을 법적 규제가 마련돼 있지 않다”며 “소비자가 고스란히 피해를 입을 수 밖에 없는 시스템”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한편 앱·리테일 분석 서비스 와이즈앱·리테일·굿즈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알리 앱 사용자 수는 717만5000명으로 전년 동기(336만4000명) 대비 113% 급증했다. 소비자 피해 신고도 늘고 있다. 지난해 한국소비자연맹에 접수된 알리 관련 소비자 불만 건수는 465건으로 전년(93건) 대비 5배 증가했다.

김한나 기자 hanna7@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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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na7@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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