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환경단체 “남산 곤돌라 설치, 학생들 학습권·초상권 침해”

학부모·환경단체 “남산 곤돌라 설치, 학생들 학습권·초상권 침해”

기사승인 2024-02-28 15:34:35
남산숲지키기범시민연대가 28일 오전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남산곤돌라 설치 반대 집회를 열고 있다. 사진=이예솔 기자

서울시가 추진하고 있는 남산 곤돌라 조성 사업을 두고 시민 단체의 반발 움직임이 계속되고 있다. 단체는 남산 생태계 파괴 우려뿐 아니라 리라초, 숭의초 등 인근 학교의 학습권을 침해할 수 있다는 이유 등으로 남산 곤돌라 사업 강행 철회를 요구했다.

시민단체 남산숲지키기범시민연대(이하 남산연대)는 28일 오전 11시 서울시교육청 인근에서 열린 집회에서 남산 곤돌라 사업을 백지화시키라고 촉구했다. 남산연대는 서울학부모연대와 전국환경단체협의회 등으로 구성됐다. 집회 참가자 50여명은 ‘남산 곤돌라 건설 즉각 중단’이라고 적힌 띠를 어깨에 두른 채 피켓을 흔들었다.

남산연대는 이날 성명서를 내고 남산 곤돌라 사업이 교육환경영향평가를 받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남산 곤돌라 건설 구간에는 “리라초등학교, 숭의초등학교, 리라아트고등학교 등 학교들이 밀집해 있고, 교직원과 학생 5200여명이 공부 중”이라며 “운행되는 과정에서 수천명 학생들 학습권이 방해받을 것이 분명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탑승객들이 학생들을 구경하거나 촬영하는 경우를 우려하면서 “이는 명백한 아동권과 초상권 침해”라고 덧붙였다. 곤돌라는 해당 학교들에서 50m에서 100m 이내 거리에 만들어진다. 25대의 남산 곤돌라가 공중에 매달려 정상부까지 왕복하게 되면 학생들의 학습권이 방해받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현행 교육환경 보호에 관한 법률 제6조에 따르면 개발사업시행자는 교육환경영향평가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평가서를 교육감에게 제출하고 승인을 받아야 한다. 제8조엔 학생의 보건, 위생, 안전, 학습과 교육환경을 위해 학교 경계로부터 직선거리 200미터 범위안의 지역은 교육환경보호구역으로 시도교육감이 설정하고 고시하게 돼 있다.

남산 곤돌라 조감도. 서울시 

이 밖에도 남산 곤돌라가 2006년 지정된 남산의 생태경관보전지역을 운행하게 되면서 훼손이 불가피하단 지적도 나온다.

남산은 시 조례상 보전해야 하는 ‘비오톱(특정 식물이나 동물 등이 서식하기 위해 필요한 생태공간 또는 서식처) 1등급’ 지역이다. 생태·경관보전지역에서 건축물 및 그 밖의 공작물은 설립할 수 없다. 예외적으로 시장이 직접 개발 등을 할 때도 녹색시민위원회 심의를 먼저 거쳐야 한다.

남산연대는 “생태환경보전지역을 통과하는 남산곤돌라가 시 조례에 따른 녹색위 심의를 거치지 않은 데 이어 교육환경영향평가도 받지 않았다”며 “‘남산 위의 저 소나무’가 ‘남산 위의 저 곤돌라’가 될 것을 우려한다”고 말했다.

앞서 시는 지난해 6월 ‘지속 가능한 남산 프로젝트’를 추진하면서 남산 곤돌라 사업 추진 계획을 내놓았다. 남산 곤돌라는 지하철 4호선 명동역에서 200m 떨어진 남산예장공원(하부 승강장)에서 남산 정상부(상부 승강장)까지 총 804m 구간을 운행한다. 10인승 캐빈 25대를 운행해 시간당 1600명의 방문객을 수송한다는 계획이다.

시는 오는 7월 공사에 착공해 내년 11월까지 완공할 예정이다. 그러나 지난해 12월 무응찰로 유찰되고, 지난 8일 또 무응찰 유찰되면서 사업 진행에 차질을 빚고 있다. 시는 건설사들과 간담회를 열어 사업비 등을 검토한 뒤 즉시 입찰을 재공고한다는 방침이다.

이예솔 기자 ysolzz6@kukinews.com
이예솔 기자
ysolzz6@kukinews.com
이예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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