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사망한 고 서이초 교사의 순직이 인정된 가운데, 교사들은 교권 보호 신호탄이라며 재발 방지에 힘써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 27일 교사유가족협의회는 입장문을 통해 “공무원재해보상심의회로부터 고 서이초 교사의 순직 승인 결정을 통보받았다”라고 밝혔다. 고 서이초 교사의 부친은 “순직 인정이 자식을 대신할 수는 없지만 공식적으로 인정된 만큼 국가에서도 교육 환경 필요성을 인정한 것 같다”라며 “이 일이 교육 환경을 개선할 수 있는 계기가 된다면 그것으로 위안을 삼고 싶다”라고 심경을 토로했다.
고 서이초 교사는 지난해 7월18일 재직 중인 학교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교육계에서는 서이초 교사가 생전 학부모로부터 악성 민원과 문제 행동 학생으로부터 고통을 호소했다는 사실이 알려진 뒤 경찰 수사에 나섰다. 그러나 같은 해 8월14일 경찰은 “학부모 범죄 혐의를 못 찾았다”라고 발표했으며 11월14일 수사를 종결했다. 서이초 교사가 사망 이후 순직 인정을 받은 지난 21일까지 총 218일이 걸렸다.
교원단체는 이번 순직 인정을 두고 단순 인정을 넘어 학교 현장의 특수성을 인정받은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조성철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 대변인은 “교권 침해로 인한 사망을 순직 사유로 인정한 의미 있는 결정”이라며 “이는 곧 학교 현장에 특수성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라고 진단했다. 한성준 좋은교사운동 공동대표도 “서이초 교사의 사망은 공교육 현장의 부실한 교권 보호 실상을 여실히 드러냈다”라며 “순직은 당연히 인정됐어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교사들 사이에선 순직 인정을 환영하는 마음과 그래도 아쉬운 마음이 교차하는 분위기다. 지난 17일 서이초 교사 순직 촉구 집회를 운영했던 유재영 초등교사는 “순직 인정이 최선이었기에 바랐으나 선생님이 돌아올 수 있는 것은 아니고 진상규명도 명확히 이뤄지지 않았다”라고 지적했다. 유씨는 “이번 순직 인정을 계기로 재수사를 통해 잘못한 학부모들도 처벌받아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서울교사노조 관계자도 “(서이초 사건 이후) 218일이 지난 이제야 순직이 인정돼 기쁨과 서글픔이 느껴진다”라며 “아직 끝난 게 아니다. 고인의 죽음에 대한 진상규명이 될 때까지 함께 하겠다”라고 말했다.
순직 인정을 계기로 교사들의 교권 보호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교사노동조합연맹 관계자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교사들이 아스팔트 위에 모여 ‘제대로 가르치고 싶다’며 서이초 교사의 순직 인정을 촉구해 왔다”라며 “순직 인정이 공교육 정상화로 이어져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관계자도 “아직 갈 길이 멀었다”라며 “해당 사건 진상규명과 아동복지법 등 개정을 통한 교권 침해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라고 지적했다.
교사들은 재발 방지를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두용 유가족협의회 대표는 “교권에 대한 환경 개선 필요성이 강력히 드러났고 실질적으로 아직 변한 것은 없다”라며 “지금이 바로 교권 회복과 교육 환경 개선을 위한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이번 순직 인정이 교권 회복에 희망의 꽃이 되길 바라며 협의회는 앞으로 유가족을 지원하고 교육 환경 개선 및 선생님들을 보호할 수 있는 플랫폼 개발을 통해 교권 보호를 위해 나아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교육계는 순직 인정을 받지 못한 고 전북 무녀도초 교사를 위해서도 다시 한번 힘을 합칠 계획이다. 무녀도초 교사는 지난해 9월 과도한 업무에 시달리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해양경찰은 수사를 통해 업무 과다를 인정했으나 심사 결과 순직으로 인정받지 못했다. 교총 관계자는 “과중한 업무 스트레스를 호소한 무녀도초 교사의 순직 인정이 되지 않은 것이 안타깝다”라며 “재심을 통해 순직 인정이 이뤄져야 한다”라고 말했다. 협의회도 유족의 뜻에 따라 법률적, 행정적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 밝혔다.
교사 순직 제도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윤미숙 초등교사노조 대변인은 “교사 순직을 인정받으려면 유가족이 모든 입증을 해야 한다”라며 “전문가가 아닌 유가족들이 자료를 모으는 과정에서 다시 상처받는 등 시스템에 문제가 있다”라고 지적했다. 조성철 교총 대변인도 “교육공무원에게 특히나 소극적이고 제한적이었던 순직 인정 제도가 개선될 필요가 있다”라며 “심의 과정에 교원 참여를 보장하고 교육청 차원에서 지원하는 제도를 구축해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조유정 기자 youjung@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