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무대를 활보해 온 원로배우 오현경이 별세했다. 향년 88세.
1일 유족에 따르면 오현경은 지난해 8월 뇌출혈로 쓰러져 요양병원에서 투병을 이어오다 이날 오전 유명을 달리했다.
1936년 경북 영양에서 태어난 고인은 1954년 고등학교 재학 시절 연기에 입문해 이듬해 전국고등학교연극경연대회에서 남자연기상을 받았다. 연세대학교에 입학한 이후에는 연세극예술연구회에서 활동했다. 졸업 후 연극 ‘맹진사댁 경사’, ‘허생전’ 등 여러 작품에 출연했다. 1966년 동아연극상 남우조연상, 1985년 백상예술대상 연극 부문 연기상을 받는 기쁨을 누렸다.
본격적으로 얼굴을 알린 건 KBS 1기 공채 탤런트로 발탁되면서부터다. 1987년 첫 방영을 시작해 6년 동안 방영한 KBS2 원조 시트콤 ‘TV 손자병법’에서 만년과장 이장수 역을 맡아 감초 연기를 선보였다. 이 작품으로 1992년 KBS에서 연기대상 영예를 안았다.
2008년은 고인의 두 번째 전성기로 꼽힌다. 서울연극제 참가작 ‘주인공’을 통해 서울연극제 남자연기상을, 2009년에는 연극 ‘봄날’로 대한민국연극대상 남자연기상을 받았다. 이듬해 열린 제3회 대한민국연극대상에서는 공로상에 해당하는 2010 자랑스런 연극인상을 수상했다.
고인은 건강 악화에도 식지 않는 연기 열정으로 여러 작품에 출연했다. 식도암과 위암 등 투병 이후에는 매체가 아닌 무대에서 활동을 이어왔다. 드라마는 2014년 출연한 KBS2 주말드라마 ‘참 좋은 시절’이 마지막 출연작이다. 이외에도 2016년에는 연극 ‘언더스터디’ 오선생 역, 2019년에는 영화 ‘나랏말싸미’에 노승 역으로 얼굴을 비쳤다. 뇌출혈로 쓰러지기 전인 지난해 5월에는 연세극예술연구회와 졸업생·재학생 일동이 함께 올린 합동 공연 ‘한 여름밤의 꿈’에도 출연했다.
빈소는 서울 신촌동 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 12호실에 마련됐다. 발인은 5일, 장지는 천안공원묘원이다. 유족은 배우인 딸 오지혜와 아들 오세호씨다.
김예슬 기자 yeye@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