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의 국회’ 선거구 획정 도돌이표…“여의도 카르텔”

‘최악의 국회’ 선거구 획정 도돌이표…“여의도 카르텔”

청년⋅신인 정치인 불이익…정치권 촉박한 본선 지적
박상병 “여의도 정치 카르텔…선거구 획정 늦어질수록 유리”

기사승인 2024-03-05 07:00:02
투표함. 쿠키뉴스 자료사진

총선을 41일 앞두고 진통 끝에 ‘선거구 획정안’이 통과됐다. 그러나 ‘선거구 획정안’은 20년 간 단 한 번도 법정시한을 지킨 적이 없다. 일각에서는 정치권의 이 같은 반복을 두고 ‘여의도 카르텔’이라고 평가했다.

5일 공직선거법 제24조2에 따르면 국회의원 지역구를 선거일 전 1년까지 확정하도록 했다. 현행법에 따라 선거구 획정이 진행됐다면 지난 4월 10일 전 선거구 획정이 완료돼야 했다.

앞서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은 선거구 획정안을 두고 첨예하게 대립한 끝에 지역구를 1석 늘리고 비례대표를 1석 줄이는 결정을 내렸다. 22대 국회의 지역구 국회의원은 254명, 비례대표 46명으로 결정됐다.

역대 국회들의 선거구 획정 성적표는 초라하다. 20년 간 국회의 선거구 획정일을 살펴보면 △18대 총선 47일 △19대 총선 44일 △20대 총선 42일 △21대 총선 39일 △22대 총선 41일 이다.

선거구 획정 지연으로 정치 신인과 청년들에게 불리한 선거가 이뤄진다. 얼굴을 알려야 하는 신인과 청년들이 자신의 지역구를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익명을 요구한 청년 정치인 A씨는 “수도권은 큰 변화가 없지만 지방은 면에서 시 단위까지 변경이 발생한다”며 “청년과 신인은 자신을 알릴 시간이 필요하지만 시간이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현행법 기준에 맞춰 1년 전에 선거구가 획정되면 불공정 이슈는 대다수 사라지게 될 것”이라며 “선거구 조정이 예고된 지역은 선거운동하기가 어렵다”고 전했다.

다른 청년정치인 B씨도 “도전자가 제대로 준비를 할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하다”며 “현역 국회의원은 자신이 룰을 정하는 입장이기 때문에 불이익의 정도가 다르다. 선거구 획정이 늦어진 것은 매우 기득권적인 조치”라고 비판했다.

유권자도 자신의 거주하는 지역에 어떤 후보자가 나올지 알 수 없다. 40여일을 앞두고 선거구 획정이 되면 후보자들의 정책이나 경쟁력 등을 검증할 시간도 부족해진다. 또 국회의원 후보자 선출을 위한 각 당의 공천도 늦어졌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본선에 쓸 역량이 후보 간 과한 경쟁으로 힘을 빼는 경우가 발생한다. 유권자도 후보들의 네거티브에 피로도가 상당히 높아진다”며 “선거구 획정이 늦어져 공천이 지연되면 본선을 준비하는 것도 매우 촉박해진다”고 설명했다.

민주당 관계자도 “선거구 획정이 법대로 됐다면 작년 4월 10일 전에 끝났어야 한다”며 “유권자의 삶에 연관된 문제를 확인하고 대응책을 마련하는 등 후보자가 준비할 시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국회의사당 전경. 쿠키뉴스 자료사진

전문가는 선거구 획정 사례가 국회의원의 기득권이 얼마나 강하고 높은지 알 수 있는 대목이라고 지적했다. 현역 국회의원들은 정보를 가지고 선거를 준비하는 만큼 정치 신인과 청년이 ‘여의도 카르텔’을 넘기 쉽지 않다고 꼬집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전날 쿠키뉴스와 통화에서 “현역 국회의원은 내부에서 정보를 듣고 룰을 만드는 사람”이라며 “선거구 획정이 늦을수록 현역 국회의원에게 유리하다. 선거 준비를 마치고 규정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박 평론가는 “정치에 입문한 신인과 청년은 어디에서 선거운동을 해야 하는지 모르기 때문에 오리무중에서 준비해야 한다”며 “양당 정치세력의 정치 카르텔을 전형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지역구가 1석 늘고 비례대표가 1석 줄어든 것은 양당의 유·불리로 결정된 것”이라며 “지역구가 줄어들면 반발이 크기 때문에 만만한 비례대표 의석을 손댄 것”이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공직선거법에 규정된 대로 1년 전에 선거구 획정을 해야 한다. 강제조항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여야의 합의가 불발된 경우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획정안대로 선거를 치르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현범 기자 limhb90@kukinews.com

임현범 기자
limhb90@kukinews.com
임현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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