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의 사천(私薦)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최근 ‘비명횡사’ 공천 파동에 이어 이재명 대표 부인 김혜경씨 비서의 낙하산 공천 논란이 제기되면서다. 국민의힘이 “더불어이재명가족당, “사천의 끝판왕” 등 십자포화를 쏟아내자 민주당은 “명백한 허위 사실”이라며 의혹 진화에 나섰다.
앞서 민주당은 순천·광양·곡성·구례을 지역을 여성전략특구로 지정하고 권향엽 전 청와대 균형인사비서관을 단수공천했다. 권 전 비서관은 지난 대선 당시 이재명 후보 부인 김혜경 씨를 보좌한 인물이다. 이번 공천에서 여성전략특구 지정은 이번이 처음이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김혜경 여사와의 인연이 이번 공천에 작용했다는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KBS광주방송이 지난해 12월 28~30일 진행한 이 지역 민주당 총선 후보 선호도 조사(무선전화 인터뷰, 표본오차 95% 신뢰 수준에 ±4.3%포인트)에 따르면 서 의원은 40%, 권 후보는 14%로 나타났다. 앞서 민주당은 ‘배우자 실장’을 역임했던 이해식 의원도 서울 강동을에 단수공천한 바 있다. 김씨를 지근 거리에서 수행던 인물이 경선을 치르지 않고 총선 본선행 티켓을 거머쥔 것이다.
공천 배제된 현역 서동용 의원은 “부당한 공천 배제”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여성 전략 특구로 지정한 자체가 권 전 비서관 공천을 위한 수순이었다는 지적이다. 서 의원은 지난 3일 “느닷없는 결과에 많은 주민과 당원 동지가 분개하고 있다”며 “지도부와 공관위에 묻고 싶다. 국회의원 서동용이 하위 20%에 들어가 있냐, 재판에 연루되어 있냐, 아니면 경쟁력이 낮았냐”고 했다. 서 의원은 재심위원회에 재심을 청구했다.
이 대표 지지자들의 팬카페 ‘재명이네 마을’에도 권 후보가 전략공천된 것에 대해 이례적으로 비판이 나왔다. 한 지지자는 전날 “순천·광양·곡성·구례을 공천, 이건 문제가 있어 보인다”는 제목의 글에서 “권 후보가 단수 공천됐는데 이건 아닌 것 같다”며 “이건 오해받을 소지가 크다. 분명 권 후보는 (지난 대선에서) 김 여사 부실장이었다”고 적었다.
국민의힘은 ‘사천의 끝판왕’이라며 십자포화를 쏟아냈다.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은 전날(4일) 충남 천안 백석대학교에서 타운홀미팅을 마치고 취재진들에게 “이재명 대표의 공천을 보시면 매번 정말 입이 쫙 벌어지는 공천이 나오고 있다”며 “어차피 다 들켰으니 사천(私薦)의 끝판왕을 보여주겠다고 작정한 것 같다”고 비판했다.
하태경 의원 역시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민주당은 ‘더불어이재명가족당’인가”라며 “김 씨의 보좌직원까지 공천할 경우 총선에 부정적 영향을 준다는 걸 민주당도 모르지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이런 공천을 강행한 불가피한 이유가 있었던 건지, 입막음용 공천은 아닌지 심히 의심된다”라고 했다.
윤희석 선임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 방탄도 모자라 이제는 당대표 부인의 사법리스크까지 대비하려나 보다”라며 “당대표 부인 보좌의 대가로 단수공천 직행하는 것이 민주당이 말하는 시스템 공천인가”라고 일갈했다.
논란이 거세지자 민주당은 5일 “명백한 허위 사실이자 심각한 명예훼손”이라며 법적 조치를 예고했다.
민주당은 입장문을 내고 “해당 후보는 이 대표 배우자와 아무런 사적 인연이 없으며 단지 대선 선대위 배우자실의 부실장으로 임명됐을 뿐 비서도 아니다”라고 했다. 이어 “중앙당 여성국장, 디지털미디어국장 등 20년 이상 당직자로 활동했고 문재인 정부 대통령비서실 균형인사비서관과 국회부의장 비서실장 등을 역임했다”며 “이러한 경력을 무시하고 사천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악의적 왜곡에 지나지 않는다”고 부연했다.
최은희 기자 joy@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