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와 경기도의 갈등과 마찰이 반복되고 있다. 메가시티 추진을 두고 충돌했던 두 광역자치단체가 이번엔 기후동행카드를 두고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시는 지난 1월23일부터 정액형 교통권 기후동행카드 사업을 시작했다. 월정액을 내면 서울 시내버스·지하철을 이용할 수 있다. 이 사업에 인천시, 김포시, 군포시, 과천시가 시와 별도 업무 협약을 맺고 사업에 참여했다. 나머지 28개 시군은 기후동행카드 대신 오는 5월부터 시행 예정인 경기도의 ‘더경기패스’ 사업에 동참한다.
이에 시는 도가 기술적·재정적 지원 여부를 명확히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도가 기후동행카드 사업에 협조하지 않는 것이 도민들의 선택권과 혜택을 배제하는 것이라는 주장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달 29일 “도내 시군 참여에는 경기도의 협조가 필요한데, 경기도는 시군의 자율결정 사항이라는 입장만 반복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앞서 김상수 경기도 교통국장은 “각자 지역의 여건과 상황에 따라 지역에 맞는 교통정책을 추진하기로 합의해 놓고 이제 와서 서울시 정책 참여를 종용하고 있는 오세훈 서울시장의 주장은 근거가 없는 부정확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기후동행카드 참여 여부는 시군의 자율결정 사항이며, 경기도는 ‘더경기패스’ 사업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서울시와 경기도의 마찰은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시와 도는 김포 서울 편입과 메가시티 서울 논쟁으로 충돌했었다. 메가시티 서울은 서울로 통근하는 등 서울이 생활권인 수도권 주요 도시민 편의를 위해 서울 면적을 늘린다는 취지다. 메가시티는 핵심 도시를 중심으로 주변 지역이 긴밀하게 연결된 인구 1000만명 이상의 거대 도시를 말한다.
메가시티 서울 논쟁에 이어 기후동행카드 문제까지 시도의 소모적 대립과 잦은 마찰은 시도민들의 피로감만 증폭시키고 있다.
전문가는 시도 교통 정책은 통합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김진유 경기대 교수(도시교통공학과)는 “행정구역별로 정책을 시행할 필요가 있는 것도 있지만, 교통은 행정구역과 무관하게 흘러간다”며 “국토교통부의 K-패스, 서울시의 기후동행카드, 경기도의 더경기패스 등 나눠서 정책을 시행하면서 비효율이 심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이어 “국가가 하는 시스템으로 통합하거나 시와 도가 조금씩 양보를 해 하나로 통합해야 한다”며 “통행 분석 후 더 혜택을 보는 쪽이 그만큼 부담한다는 원칙하에 통합적인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해관계를 포괄하는 연합체를 구성해야 한다는 제안도 나왔다. 이창무 한양대 교수(도시공학과)는 “서울시와 경기도가 자체적으로 협력이 안 된다 하면 실제 이해관계를 갖고 있는 하부 시들을 포함한 연합체를 구상하는 것도 방법”이라며 “기후동행카드가 경기도에 가져오는 편익이 직접적이지 않다. 이해관계를 명확하게 느끼는 주체들의 의사 결정이 반영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예솔 기자 ysolzz6@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