칙칙한 계단→붉은벽돌 예술작품 ‘탈바꿈’…안전·도시미관 다 잡아 [여긴 어디구]

칙칙한 계단→붉은벽돌 예술작품 ‘탈바꿈’…안전·도시미관 다 잡아 [여긴 어디구]

기사승인 2024-03-07 06:00:36
서문여고 앞 계단. 사진=이예솔 기자

서울 도심 한복판에 예술적인 공간이 탄생했다. 궁전 모양의 구조물은 뒤로 비추는 햇살과 조화를 이루며 웅장한 느낌을 선사한다.

이곳은 지난해 12월 서울 서초구가 하는 ‘서초 어번캔버스’ 사업을 통해 만들어졌다. 구는 골목 옹벽, 학교 담장, 교각 하부 등 지역 내 노후되거나 삭막한 곳을 예술적인 공간으로 재탄생시키는 도시 갤러리 조성 사업을 하고 있다.

6일 찾은 서울 서초구 방배동 서문여자고등학교 앞 대형 구조물은 단번에 눈길을 사로잡았다. 최근 구는 서문여고(방배동) 앞 옹벽·계단과 서초1교 하부(서초동) 등 2곳을 새로운 어번캔버스로 단장했다. 주민 요청이 많았던 곳 가운데 안전성, 보행성, 경관성 등을 평가해 선정했다.

자전거나 킥보드를 탄 청년부터 지팡이를 짚은 고령자까지 옹벽 사이 계단으로 분주하게 이동했다. 계단 옆으로는 낮은 경사의 오르막과 내리막길도 마련했다. 한 시민은 캐리어를 들고 계단을 내려가려다 내리막길을 발견하곤 다시 발을 뗐다.

400m 구간의 옹벽과 계단은 안전하게 보행할 수 있도록 정비돼 있다. 계단의 폭도 좁아졌다. 서울 서초구에 거주하는 이영애(70)씨는 “예전에는 계단 폭이 높아서 오르내리기에 다리가 아팠다”며 “출퇴근길 하루에 두 번은 이 계단을 이용하는데, 예전보다 아주 많이 편해졌다”고 말했다.

서문여고 앞 계단. 서초구

적벽돌로 된 집 형태의 구조물은 도시 미관도 책임진다. 이씨는 “도시는 보기 좋아야 한다”며 “눈에 띄는 구조물이 생기고부터 길이 보기 좋아졌다”고 덧붙였다. 400m 구간의 옹벽과 계단은 안전하게 보행할 수 있도록 정비했다. 기존 옹벽에 선명한 색채와 포인트를 주는 오브제를 설치한 것도 눈에 띈다. 야간에는 구조물 내부 샹들리에와 간접 조명으로 보행 안전까지 확보했다.

각 지역마다 ‘만남의 장소’가 존재한다. 눈에 띄는 크고 웅장한 구조물은 자연스레 사람들을 불러 모았다. 일대 학생들에게는 아지트로 통한다. 아직 쌀쌀한 날씨에도 하교한 학생들은 샹들리에 아래 공간에서 수다를 떨고 친구를 기다렸다. 정윤재(13)군은 “햇빛이 쨍한 날에는 햇빛도 가려주고 비도 막아준다. 친구들이랑 모여서 노는 곳”이라고 말했다.

구는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8년간 총 50곳을 어번캔버스로 변화시켰다. 지역 곳곳을 아름다운 경관으로 조성한다는 취지다. 올해는 우면교(우면동)를 어번캔버스 사업으로 개선할 예정이다.

이예솔 기자 ysolzz6@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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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예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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