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영화 전유물로 여겨지던 OST가 게임사 미래 먹거리로 떠오르고 있다. 게임에 몰입할 수 있는 요소가 되는 동시에 수입원을 확장할 수 있어서다.
7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OST를 포함해 음악 부문에 집중하는 게임사가 늘고 있다. 게임 음악에 대한 인기도 높다. 컴투스는 신작 게임 ‘스타시드: 아스니아 트리거’ OST를 발표해 꾸준한 호평을 받고 있다. 지난달 24일 버추얼 아이돌 그룹 ‘이세계아이돌’ 멤버 징버거가 커버한 곡은 5일 기준 조회수 20만 회를 넘었다.
비주류 문화로 여겨지던 게임 OST를 유명 가수가 부르는 것도 자연스러워졌다. 유명 아이돌 그룹 세븐틴 호시는 하이브IM이 개발 중인 ‘별이 되어라2: 베다의 기사들’ OST를 불렀다. 블랙핑크도 모바일 게임 ‘블랙핑크 더 게임’ OST ‘THE GIRLS’를 불렀다.
특히 게임 ‘리그 오브 레전드’ 세계 대회인 이른바 ‘롤드컵’ 주제곡은 매년 사람들의 기대를 모으고 있다. 지난해 뉴진스가 부른 주제곡 ‘GODS'는 6일 기준 유튜브 조회수 약 7017만 회를 기록했다. 롤드컵 노래 모음 콘텐츠도 등장했다. 지난 2014년 Imagine Dragons가 부른 ‘Worriors’도 6일 기준 조회수 4억 회를 훌쩍 넘었다.
재즈나 국악 등 장르도 다양하다. 펄어비스는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검은사막’ 속 ‘아침의 나라’ 콘텐츠에 맞는 다양한 국악 사운드트랙을 선보였다. OST를 재즈로 편곡하기도 했는데 지난 2022년 자라섬 재즈 페스티벌에서 기획 공연을 펼치기도 했다.
음원 발매에서 더 나아가 자체 버추얼 아이돌을 데뷔시키는 경우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넷마블은 지난해 1월 버추얼 아이돌 그룹 ‘메이브’를 선보였다. 이외에도 스마일게이트 한유아, 크래프톤 위니 등이 눈길을 사로잡고 있다.
OST 등 음악 부문에 집중하는 이유는 무엇보다 지적재산권(IP) 확장 때문이다. 게임할 때뿐만 아니라 하지 않을 때도 게임에 집중할 수 있는 요소가 되기 때문이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OST 등 게임 관련 음악이 이용자들에게 가까이 다가가기 위한 요소로 이용되고 있다”면서 “단순 음원 발매에서 그치지 않고 콘서트 등 OST 음원 부문에 공을 들이고 있는데, 이는 언제든지 게임에 몰입하도록 하기 위한 취지”라고 이야기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 역시 “OST는 IP에 대한 호감도와 애정이 깊어지는 데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요인”이라고 했다.
당장 수익 창출을 위한 목적은 아니지만 주요 수입원이 될 가능성도 크다. 음원을 통한 저작권료는 물론, OST 콘서트 등 오프라인 행사로 확장할 수 있는 분야가 많아서다.
넥슨은 지난해 ‘테일즈위버’, ‘던전앤파이터’, ‘블루 아카이브’ 단독 오케스트라 공연을 열었다. 지난 2022년에는 대표 IP인 ‘메이플 스토리’ 오케스트라 전국 투어를 선보였다. 엔씨소프트 역시 지난 1월 캐릭터 브랜드 도구리 음원 뮤직비디오 ‘막내의 꿈’을 공개했다. 뿐만 아니라 도구리 머그컵, 뱃지 등 다양한 굿즈도 출시하면서 인기를 끌었다.
얻은 이익을 사회 공헌에 투자하는 경우도 있다. 펄어비스는 지난 2월 검은사막 ‘격투가X질풍가도’ 음원 수익으로 약 2600만원을 사랑의 달팽이에, 지난 2021년에는 ‘격투기X질풍가도’와 ‘모험가(歌)’ 협업 음원 수익금 2400만원을 안양시에 기부했다.
게임 OST 작⋅편곡에 참여하곤 했던 윤영걸 한일장신대학교 실용음악학과 교수 역시 게임업계 확장성에 주목했다. 그는 “OST 등 게임 음악은 게임 내 캐릭터에 관한 몰입도를 높일 뿐만 아니라 꾸준히 찾아 듣게 하는 유인이 된다”면서 “음반 발매, 콘서트, 협업 등 다양한 분야로 뻗어 나갈 수 있어 매력적인 수입원”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윤 교수는 “드라마⋅영화가 인기를 얻으면 OST도 함께 흥행하는 추세”라며 “지금은 큰 수익으로 이어지고 있지 않지만 게임 음악 역시 잠재력이 매우 크다. 버추얼 아이돌이 나오듯 현실과 디지털 경계가 허물어지며 중요도가 높아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유채리 기자 cyu@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