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유, 일상, 고향…넷마블이 퍼블리싱 하는 게임 ‘페이트⋅그랜드 오더(페그오)’ 마스터(이용자)들이 꼽은 의미다.
8일 서울 구로구 지타워 정면 분수대에서는 커피트럭 이벤트 ‘제2차 정초복원제’가 열렸다. 지난 2022년 9월에 이어 두 번째다. 단순한 게임 응원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마스터들에게는 각별했다. 지난 2021년 넷마블 운영 미숙을 규탄하기 위해 시작한 트럭 시위가 트럭 응원으로 바뀌어서다.
평일 오후 12시부터 시작하는 이벤트임에도 많은 마스터들이 왔다. 이벤트 시작 10분 전 약 100여명이 광장을 에워싸며 줄을 섰다. 손수 페그오 속 캐릭터 코스튬을 입고 온 이들도 찾아볼 수 있었다. 이날 페그오 운영진은 음료를 1000잔 정도 준비했는데, 이벤트 시작 2시간10분여 만에 모두 소진해 예정 시간보다 2시간 빠르게 철수했다.
마스터들은 페그오 관한 각별한 애정을 드러냈다. 김모(35)씨는 “처음 한국에 출시될 때부터 시작했다”면서 “일하다가 몸이 다쳐 거동이 불편했다. 그때 페그오를 통해 많은 사람을 만날 수 있었다”고 회상했다.
닉네임 불볕돼지(35)는 마음의 고향이라고 말했다. 그는 “게임이라는 게 열심히 하다가도 떠날 때가 있다. 그런데 페그오는 항상 애착을 갖고 빠져들 수밖에 없는 고향과 같다”고 이야기했다. 가장 좋아하는 캐릭터로 스카사하를 꼽은 닉네임 커피요정(32)은 “현실은 현실이고, 이건 게임이라고 선을 긋는 이들도 있다”면서 “단순히 게임을 넘어 일상 속 빼놓을 수 없는 존재”라고 힘주어 말했다.
취업 준비 등으로 힘든 과정 속에서 페그오가 버팀목이 돼 줬다는 이들도 있었다. 김모(25)씨는 “개인적으로 우울했던 시기가 있다”면서 “페그오는 촘촘히 짜여진 시나리오가 매력인데 게임을 하며 이런 시나리오나 대사들을 보며 위안을 얻고 다시 시작할 힘을 얻었다”고 강조했다.
이런 애정이 반영돼 커피트럭 이벤트는 모금을 시작한 지 6일 여만에 목표 금액 450만원을 모두 채웠다. 이벤트를 기획한 이 중 한 명인 닉네임 ‘나삶’(33)은 “지난달 8일부터 모금 공지를 했다. 모금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날부터 꾸준히 금액이 모였다”고 설명했다. 품질연구원으로 일하는 그는 지난 2021년 트럭 시위 때부터 총괄을 맡아왔다.
나삶은 “트럭이라는 게 의미가 있다”며 “트럭 시위를 통해 처음으로 이용자 의견을 드러냈다. 이처럼 응원 역시 트럭으로 하는 게 뜻 깊다. 트럭 자체가 이용자 목소리를 의미하기 때문”이라고 부연했다.
트럭 시위는 게임 내 아이템, 적은 이용자 수에서 빚어지는 이벤트 차이 등으로 쌓인 불만이 이른바 ‘스타트 대시 이벤트 중단’이 불러온 사건을 일컫는다. 이용자들이 꾸준히 개선을 요구했지만, 업데이트 소식은 물론, 불편 사항에 대한 피드백도 이뤄지지 않았다. 부족한 소통이 트럭 시위를 불러온 셈이다. 당시 게임 종류와 장르를 불문하고 이용자들이 시위를 여는 것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이제는 소통이 ‘한그오’ 매력
마스터들은 이제는 소통을 ‘한국 페이트⋅그랜드 오더(한그오)’만의 매력으로 꼽는다. 커피요정은 “소통을 많이 하다 보니 다른 모바일 게임보다 정이 많이 간다”고 말했다. 그는 “시작이 좋지 않다보니 마음이 많이 아팠다. 그렇지만 그 시간이 오히려 더 약이 된 거 같다. 앞으로도 오랜 기간 즐겁게 할 수 있을 거 같아 기대 된다”고 덧붙였다.
나삶 역시 “소통을 하는 게 한그오만의 차별점”이라며 “초기 소통 문제는 잘 몰라서 그랬던 부분도 있다고 생각한다. 이제는 이용자를 위해 공식 라이브 방송을 하고 여러 이벤트를 연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용자 역시 게임 역사의 한 축이기에 애정을 기울여주는 개발진 등을 응원하는 방법이 커피트럭이라고 생각한다”라고도 말했다.
넷마블은 2021년 2월6일 간담회를 열고 운영 문제를 사과했다. 아울러 문제 발생 이유와 앞으로 해결 방법 등을 발표했다. 예정 업데이트를 설명하고 개선 사항 등을 안내하는 공식 방송 역시 간담회에서 나온 대책 중 하나다. 지난해 ‘AnimeXGame Festival 2023(AGF)’에서는 서비스 6주년을 맞아 게임 성우 카와스미 아야코와 오오쿠보 루미도 초대해 특별 무대 행사를 진행하기도 했다.
“진성성 있게 꾸준히 소통할 것”
이종혁 넷마블 사업부장은 “한국에서 페그오를 서비스하며 실질적으로 마스터들과 접점을 갖게 된 게 트럭시위”라며 “어떻게 운영해야 게임을 사랑하는 이들을 즐겁게 할 수 있을지에 대해 갈피를 잡을 수 있게 된 때”라고 회상했다. 당시 트럭 시위는 업계에서도 초유의 사태였으며, 이 부장이 인사 발령난 지 2주 만에 일어났기 때문이다.
이어 그는 “AGF 때도 많이 찾아와주셔서 감사했는데 그때 이벤트를 잊지 않고 커피트럭을 보내주셔서 영광”이라며 “손편지를 준 분이 있다. 공식 방송을 꾸준히 해줘서 고맙다는 내용이었는데 맞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새삼 느꼈다”고 설명했다. 이 부장 등 운영진은 이날 마스터들로부터 감사패를 받기도 했다.
또다시 소통 문제가 불거질 수도 있지 않냐는 물음에는 “그런 우려는 크지 않다”고 바로 답했다. 이 부장은 “꾸준히 소통하며 진성성 있게 이야기할 것이다. 운영자들과 질의응답도 한 달에 한 번씩 꾸준히 하려 한다”고 덧붙였다.
넷마블은 8일 오후 8시 유튜브에서 페그오 미니 라이브를 진행한다. 다음 주 개최 예정인 ‘사상현현계역 트라움 어느 환상과 어느 죽음’을 기념해 업데이트 내용을 전달할 예정이다. 페그오 운영진은 올해 7주년을 맞아 마스터들과 현장에서 만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하기 위해 준비 중이다.
유채리 기자 cyu@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