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학교가 없어 불편을 겪었던 서울 중랑구 신내동에 지적장애인을 위한 ‘동진학교’(가칭)가 오는 2027년 문을 연다. 지난 2012년부터 8차례나 부지를 변경할 정도로 진통을 겪었다. 드디어 내년 착공을 앞둔 가운데 일부 인근 주민은 장애인학교 건립에 대한 사실을 알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지역 반발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14일 동진학교 부지에서 만난 인근 거주 주민 일부는 처음 듣는 특수학교 설립 소식에 당황스러움을 숨기지 못했다. 평소 특수학교의 필요성을 느끼는 주민도, 반대하는 주민도 이곳 부지에 특수학교 들어선다는 사실은 알지 못했다고 답했다.학교 설립 부지에서 만난 주민 A씨는 “이곳을 매일 지나다니는데도 특수학교가 들어서는 건 모르고 있었다”며 고개를 저었다.
30년 가까이 중랑구에 살고 있다는 김모(70)씨도 “바로 앞에 사는 데도 전혀 몰랐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그는 특수학교 건립 이후 지역 부동산 가격이 하락할 수 있다며 우려했다. 김씨는 해당 부지에 특수학교보단 시민들을 위한 개발이 이뤄지길 바랐다. 그는 “상봉동에 있던 시외버스터미널도 사라졌는데, (터미널과 같은) 시민 시설을 만들어야 지역이 개발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부지 인근에 거주하는 대학생 이다은(24)씨 역시 특수학교가 생기는 사실을 전혀 알지 못했다고 말했다. 다만 특수학교 필요성에는 공감했다. 이씨는 “특수학교가 생기면 장애인들의 지역 사회 적응에 큰 도움이 될 것 같다”며 “눈앞에 있는 부동산 문제보다는 사회 일원인 장애인들과 같이 성장할 수 있는 시설을 만들고 큰 그림을 봐야 한다”고 말했다.
동진학교 인근 지역 주민 사이에서 특수학교를 둘러싸고 찬반 의견이 갈렸다. 동진학교를 기다리는 장애 학생과 학부모는 동진학교 개교만을 기다리고 있다. 시 교육청 관계자에 따르면 “(특수학교가) 언제 개교하느냐”는 학부모들의 연락이 잇따른다고 한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한 누리꾼은 “아이는 커 가는데 왜 개교일이 늦춰지는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현재 동진학교 부지의 모습은 어떠할까. 서울 지하철 6호선 봉화산역부터 부지까지는 약 1㎞, 도보 15분 정도 걸린다. 길을 따라 걷다 보니 잡초가 무성하게 자란 토지가 나왔다. 내년 착공을 앞두고 시 교육청과 토지주들이 토지 보상을 논의하고 있어 아직 정리되지 않은 모습이었다. 손질되지 않은 부지 건너편으로 높은 아파트만 보일 뿐이었다. 부지 옆으로는 ‘교육청은 지장물 조사 철회하라’라고 적힌 플랜카드만 덩그러니 걸려 바람에 나부꼈다.
중랑구는 서울에서 동대문구와 함께 특수학교가 없는 지역이다. 이 때문에 이 지역 장애 학생들은 다른 자치구 내 특수학교로 통학을 해야만 한다. 특수학교를 가야 하는 학생들은 오랜 시간을 들여서라도 먼 거리 특수학교를 선택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었다.
총 18학급 111명을 수용할 예정인 동진학교는 지난 2012년 설립 논의를 시작해 후보 부지가 8차례나 바뀌는 등 우여곡절 끝에 오는 2027년 개교를 목표로 하고 있다. 현재 시 교육청은 사업부지 내 토지 소유자들과 보상 협의를 시작한 상태다.
이예솔 기자 ysolzz6@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