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낙동강 벨트가 격전지라는 게 맞거든예. 박빙임더. 함 보소!”
지난 14일 부산광역시 북구에서 만난 택시기사 김모(61)씨는 ‘복잡하다’는 말로 부산의 민심을 표현했다. 그는 “예전엔 보수 깃발만 들고 나오면 당선됐는데 인자 그런거 없다 아입니꺼”라며 “호남 사람들이 부산에 많이 살기도 하고, 부산도 이제 마이 달라졌심더”라고 말했다.
이른바 부산·울산·경남(PK)을 둘러싼 여야의 총성 없는 결투가 시작됐다. 총 40석이 걸린 PK는 총선 승패를 가르는 핵심 승부처로 꼽힌다. 이곳에서 시작된 ‘민심 바람’은 충청 지역을 거쳐 수도권 판세에도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크다.
가장 주목을 끄는 곳은 ‘낙동강 벨트’다. 부산 북구·강서구·사상구·사하구와 경남 양산시·김해시 등 낙동강을 끼고 있는 지역을 일컫는다. 보수정당 지지 성향이 강한 영남권에서 드물게 야당 지지세가 강한 것이 특징이다. 노무현·문재인 전 대통령을 배출한 지역인 만큼 상징성도 크다. 이번 총선을 앞두고 선거구가 재획정되면서 부산 낙동강 벨트 선거구는 5곳에서 6곳으로 늘어났다. 기존에는 5개 지역구로 총 9석이었으나 부산 북구와 강서구가 분구되면서 10석으로 늘었다. 그만큼 전선은 확대됐고, 중요성은 높아졌다.
여야의 낙동강 벨트 사수·탈환 싸움은 치열해지고 있다. 국민의힘은 인지도 높은 중진을, 민주당은 지역 기반이 탄탄한 현역을 앞세워 승부수를 던졌다. 현재 낙동강 벨트에선 부산 사하갑 최인호 민주당 의원과 이성권 국민의힘 후보, 경남 김해을 김정호 민주당 의원과 조해진 국민의힘 후보, 부산 북갑 전재수 민주당 의원과 서병수 국민의힘 후보 등이 접전을 펼치고 있다.
이번 총선을 바라보는 부산의 민심은 어떨까. 지난 14일 부산 일대를 돌며 시민들의 목소리를 들어봤다.
사하을 지역구에 거주한다고 밝힌 택시기사 윤모(74)씨는 “부산이 이번엔 국민의힘 찍어줘야 한다”며 “부산이 일자리도 없고 힘들다. 안정적인 국정 운영하는 데 힘을 실어줘야 한다”고 했다. 특히 윤씨는 한동훈 비대위원장이 제시한 국회의원 불체포특권 포기, 의원 정수 감축 등 정치개혁안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는 “지금 국회의원들 잘못해도 아무도 잡혀 들어가는 사람이 없잖나. 정치를 잘하고 못하고 떠나서 국회의원 특권 없앤다고 하는 게 제일 좋다”라며 웃음을 보였다.
거대 야당인 민주당을 못마땅해하는 시민도 포착됐다. 구포시장 근처에서 만난 김모(72)씨는 “(나는) 김해에서 나고 자라서 노무현 전 대통령을 참 좋아하는데, 요즘 민주당은 모르겠다. 진짜 노무현 정신 따라가긴 하나”라며 “이재명 대표도 잘못한 건 법 심판 받고, 감옥 들어가야 되지 않겠나”라고 주장했다. 사하구에 거주하는 20대 김모씨는 “이번에 민주당이 공천하면서 ‘비명(비이재명)’이니 ‘친명(친이재명)’이니 시끄러워서 실망을 많이 했다. 여당 후보를 지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현 정부의 실정을 꼬집으며 ‘정권 심판론’에 힘을 싣는 이들도 있었다. 부산 사하구 괴정골목시장에서 만난 박모(여·62세)씨는 “대통령이 부산에 해 준 게 뭐가 있노. 부산엑스포도 실패했다아이가. 주위 이야기 들어보면 아직도 보수 정신 못 차렸다는 얘기를 많이 한다”고 전했다. 60대 이모씨도 “부산 사람 마음이 옛날 같지 않다. 한동훈이가 표 받으려고 온 거 보면 모리나”라며 “이번 정부가 하는 거 보면 택도 없다. 민주당에 힘 실어줘야 한다”고 했다.
극심한 정치혐오 현상은 여전했다. 부산 동구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60대 이모씨는 “뽑으면 뭐하노. 그 사람이 그 사람이지”라며 싸늘한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구포시장에서 만난 50대 조모씨는 “이제 내는 정치인 안 믿는다. 뽑아놓으면 자기 밥그릇만 챙긴다”라고 혀를 찼다.
선거에 관심을 보이면서도 지지 정당이 없는 무당층도 간간히 보였다. 북구에서 만난 복수의 시민들은 “아직 누구 뽑을지 결정 못했다. 공약을 보고 결정하겠다”, “경기 살릴 사람 뽑겠다” 등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부산·김해=최은희 기자 joy@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