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위성 비례정당의 공천이 마무리 수순에 들어갔지만 각당이 ‘정치 관례’와 ‘셀프 공천’ 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다. 현역 비례의원들이 당선 안전권에 배치되면서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전문가는 비례대표를 마치고 나면 지역구로 출마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18일 국민의힘 비례위성정당인 국민의미래는 현역 비례대표인 김예지 의원에 15번으로 선택했다. 해당 순번은 비례대표 순위 중 안정권에 해당하는 순위다. 유일준 국민의미래 공천관리위원장은 김 의원의 비례대표 순위를 두고 “우리당뿐만 아니라 국회 전체에 감동을 주고 훌륭한 의정활동을 했다”고 밝혔다.
김 의원의 비례순번이 공개되고 나서 당내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이철규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당을 위해 헌신한 사람들에 대한 배려는 찾아보기 힘들다”며 “(국민의미래 공천에서) 비례대표를 연속으로 두 번 배려하지 않는다는 당의 오랜 관례가 깨졌다”고 지적했다.
민주당의 비례위성정당인 더불어민주연합(민주연합)도 기본소득당에서 비례대표를 한 용혜인 의원을 6번에 넣었다. 용 의원의 순번도 당선 안정권에 들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윤영덕 민주연합 공동대표는 이같은 결정에 대해 대표적인 청년 정치인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러나 셀프 공천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용 의원은 민주연합 내 세 종류의 세력 중 하나인 새진보연합 상임선대위원장을 맡고 있기 때문이다. 또 비례대표 추천권을 가지고 있다는 점도 비판요소 중 하나다.
비례대표 제도는 지역구 의원이 대변하지 못하는 사회적 약자의 목소리를 대변하기 위해 만들어진 제도다. 별도의 법적 규제는 없지만 정치권 관례상 같은 인물에게 두 번의 비례대표를 맡기지 않는다.
전문가는 비례대표에 현역 의원을 넣는 공천 방식이 바람직하지 않다고 바라봤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이날 쿠키뉴스와 통화에서 “비례대표는 사회 각 분야 의견을 위해 전문가들을 영입하는 제도”라며 “비례대표가 출마하고 싶으면 지역구를 정해서 나가는 게 관례다”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김 의원이 장애인 분야에서 유일무이한 대안이 아닐 것”이라며 “용 의원은 당명을 통해 ‘기본소득’을 대표하는 거 같은데 일찍부터 주장한 다른 사람들도 많다”고 지적했다.
윤상호 기자 sangho@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