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복현의 침묵…은행 홍콩ELS 자율배상 ‘고심’

이복현의 침묵…은행 홍콩ELS 자율배상 ‘고심’

주요 은행장 만난 이복현, 배상 여부 언급 하지 않아
우리은행, 선제적 자율배상 나설 것으로 보여
말 아끼는 시중은행…예상 배상 규모 수천억 달해 ‘고민’

기사승인 2024-03-20 06:00:02
금융감독원 제공.

홍콩H지수 기초 주가연계증권(ELS) 책임분담기준안이 발표된 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처음으로 은행장들과 회동했다. 이날 이복현 원장은 자율배상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고 밝혔지만 은행들에게 ‘무언의 압박’을 다가오고 있다. 이 가운데 우리은행이 선제적으로 자율배상에 나설 것으로 보여 배상 규모가 큰 다른 은행들의 고심이 커지고 있다.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연합회는 18일 오후 6시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정기 이사회를 열고 금융연구원의 강의와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초청 간담회 겸 만찬을 진행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조용병 은행연합회장을 비롯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과 산업은행, 기업은행, SC제일은행, 한국씨티은행, 광주은행, 케이뱅크 등의 12개사 은행장으로 구성된 이사회 인원 전원이 참석했다.

은행연합회 이사회는 매달 넷째 주 월요일마다 정기적으로 열리는 행사지만 이달에는 이복현 금감원장이 참석하면서 금융권의 관심이 집중됐다. 특히 지난주 홍콩ELS 분쟁조정기준안이 발표됐던 만큼 배상 여부에 대한 의견들이 오갈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다.

하지만 이번 회동에서 이복현 원장은 구체적인 논의가 없었다고 밝혔다. 이복현 원장은 만찬 직후 기자들과의 회동에서 “당장 이 자리에서 가타부타 말씀드릴 내용도 아니고, 은행장들께 (ELS 배상안 관련 내용은) 일언반구 꺼내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 가운데 우리은행이 홍콩 ELS 고객 손실에 대한 자율배상에 선제적으로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22일 열리는 이사회에서 H지수 ELS 만기 도래 일정과 손실 예상 규모 등을 보고하고, 자율배상에 관한 사항을 부의한다는 것이다.

우리은행은 내부 시뮬레이션 결과, 총 배상액 규모가 최대 1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잠정 판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평균 배상 비율을 50%대로 가정한 셈이다. 또한 우리은행은 경영진이나 이사회가 자율배상을 결정하더라도 배임 혐의를 받을 소지가 없다는 1차 법률 검토 결과를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우리은행의 선제적 결단에 대해 시중은행들은 복잡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우선 우리금융 임종룡 회장이 금융당국과 밀접한 관계를 이어가고 있는 만큼 가장 먼저 이같은 조치를 취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반응이 나왔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지난해 금융당국이 발표한 상생금융 프로그램에 가장 먼저 동참한 곳도 우리금융이였다”며 “이번 ELS 사태 조정안도 그 당시와 비슷하게 선제적으로 나선 것이 아니겠느냐”라고 말했다.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아무래도 손실이 가장 적은 우리은행이 배상에 먼저 나설 것이라는 예상이 꽤 많았다”며 “다만 우리은행도 주주총회에서 이사들의 최종 결의가 성사되더라도 개별 배상 건은 따로 확인해야 하는 만큼 배상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 본다”고 설명했다.

우리은행을 제외한 시중은행들은 선제 배상에 대해 말을 아끼는 분위기다. 일단 은행들은 금감원 분쟁조정위원회(분조위)를 통한 배상이 아닌, 자율배상에 나설 경우 배임 논란에 휩싸일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여기에 우리은행과 달리 타 시중은행들은 배상 규모가 수천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선제 배상에 대한 결단을 내리기 어려운 상황이다. 

NH투자증권은 올해 상반기 만기 도래액 기준 은행별 예상 배상액을 KB국민은행 약 1조원, 신한은행 약 3000억원, 하나은행 1500억원, 우리은행 50억원 수준으로 예상했다. 투자 손실률 50%와 배상 비율 40%를 적용한 수치다.

또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해당 내용(홍콩 ELS 배상 건)은 은행 차원에서 이렇다라고 먼저 이야기할 수 없는 내용”이라며 “다만 판매량이 워낙 많아 시뮬레이션 자체에도 시간이 오래 걸리고, 다시 확인하는 작업도 거쳐야 하기 때문에 실제 배상이 결정되더라도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김동운 기자 chobits3095@kukinews.com

김동운 기자
chobits3095@kukinews.com
김동운 기자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추천기사
많이 본 기사
오피니언
실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