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의사협회(의협)가 20일 차기 회장을 뽑는 선거에 돌입했다. 후보 대다수가 의과대학 정원 증원을 반대하고 있어 새 집행부 출범 후 개원가 중심의 집단행동에 대한 논의가 본격적으로 이뤄질지 주목된다.
20일 의료계에 따르면 의협은 이날부터 사흘간 제42대 의협 회장 선거에 들어간다. 출마한 후보자는 △박명하 의협 비대위 조직강화위원장(서울특별시의사회장) △주수호 의협 비대위 언론홍보위원장 △임현택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장 △박인숙 전 국회의원(의협 비대위 대외협력위원장) △정운용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부산·경남 대표 등 5명이다. 이 중 정 대표를 제외한 나머지 4명은 강경파로 분류된다. 박명하, 주수호, 임현택 등 세 후보는 전공의 집단 사직 사태를 공모·방조한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는 중이다.
새 집행부가 들어서면 조용하던 개원가들도 정부의 의대 증원 방침에 반기를 들고 본격적인 투쟁활동에 돌입할 것이란 관측이 있다. 앞서 개원가 의사들은 단체행동을 시사한 바 있다. 김동석 대한개원의협의회(대개협) 회장(산부인과 전문의)은 지난 17일 서울에서 연 학술세미나에서 “전공의에 이어 의대 교수들까지 병원을 떠나겠다고 얘기하고 있으니 우리도 가만히 있을 수 없다는 분위기가 있다”며 “개원의들 사이에 토요일이나 야간에 진료하지 않고 주 5일 40시간 근무하는 ‘준법 진료’를 하자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개원의들이 주축인 의협도 새 집행부가 꾸려지면 대개협과 뜻을 함께할 가능성이 있다. 임 회장은 지난 15일 경찰 조사를 마치고 나서며 “당선인 신분으로 전국 의사 총파업을 주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주 언론홍보위원장도 “상황을 보고 하루 이틀 정도 휴진할 수 있다”고 전한 바 있다. 지난 15일 열린 마지막 합동 토론회에서 후보들은 “의료계의 저항운동을 이끌겠다” “기필코 의대 증원을 막아내겠다”며 정부를 향해 날선 발언을 쏟아냈다.
현재로선 강경파 후보들의 당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실제 올해 초 대한병원의사협의회가 실시한 예비후보 선호도 조사에서 임 회장이 43.4%, 주 위원장은 21.6%로 각각 1, 2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새 집행부가 꾸려져 집단행동을 강행한다 해도 지난 2020년 의사 총파업을 주도했던 의대생, 전공의가 동참할 지는 미지수다. 지난달 20일 전공의들은 집단 사직하기 전 “자발적 사직”이라고 주장하며 의협과 거리를 뒀다. 이에 젊은 의사들이 기성세대 의사들에 대해 염증을 느낀 것이라는 분석이 이어지기도 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의료계 관계자는 “의협이 총파업을 주도하더라도 전공의, 의대생들은 쉽게 참여하지 않을 것”이라며 “의대 증원 문제로 이 사태가 촉발된 것이지만 그동안 쌓인 기성세대에 대한 젊은 의사들의 불만이 포괄돼 있다”고 짚었다.
한편 이번 의협 회장 선거는 20∼22일 전자투표 방식으로 치러진다. 1차 투표에서 과반 득표자가 없으면 득표 상위 2명을 놓고 25~26일 결선투표를 치른다.
신대현 기자 sdh3698@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