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대 총선은 집권 3년 차에 접어든 윤석열 정부에 대한 사실상 중간 평가다. 정권의 남은 임기의 향배가 걸렸다고 할 만큼 여야 모두에게 중요하다. 그만큼 치열한 선거전이 전개 중이며, 격전지 또한 적지 않다. 마포·용산·성동 등을 포함한 ‘한강 벨트’를 비롯해 민주당 현역과 국민의힘 후보가 맞붙는 ‘낙동강 벨트’, 경기 남부 ‘반도체 벨트’까지 곳곳이 치열한 선거 전쟁터다. 쿠키뉴스는 주목되는 선거구 현장을 찾아 시민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담아 전하고자 한다. 총선 대진표가 마무리된 시점에 각 지역구 후보에 대한 선호도와 한국정치를 향한 시민의 의견도 함께 담겠다. (편집자 주)
역대 대통령 3명을 배출한 서울 종로구는 대권 잠룡들의 필수코스였다. 대통령실이 서울 용산구로 넘어가면서 정치1번지라는 위상은 많이 줄어들었지만 여전히 정치권에선 종로의 수성과 탈환에 공을 들이고 있다. 20일 쿠키뉴스는 종로구의 민심을 살펴봤다.
교남동에 사는 60대 남성은 “여야 중에 뽑을 만한 후보가 없다. 둘 다 만족스럽지 않다”며 “민생을 버린 여당, 민생을 지키지 못하는 야당 둘 다 답답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변화를 주기 위해선 금태섭 개혁신당 후보를 찍어볼까한다. 대학생인 자녀들과 함께 살고있는데 내 개인적인 성향보다는 자식들을 위해 변화를 주고싶다”고 덧붙였다.삼청동에 사는 30대 여성은 “현역이 최재형 국민의힘 후보인 줄도 몰랐다. 최 후보 전까지는 그래도 지역구 의원이 누구인지는 알았는데 지금은 아예 소식이 안 들린다”며 “현 정권도 마음에 들지 않기 때문에 민주당 후보를 뽑을 것”이라고 했다.
이번 총선에서 종로구는 감사원장 출신의 현역 최재형 국민의힘 의원과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위인 곽상언 더불어민주당 후보, 제3지대에선 금태섭 개혁신당 후보가 3파전을 이루고 있다. 집권여당의 현역인 최 후보는 지난 보궐선거에서 당선돼 2년여 활동을 해오며 완성하지 못한 숙원사업 등을 추진할 수 있다. 정치신인인 곽 후보의 경우 노 전 대통령의 사위라는 강점이 있다. 금 후보의 경우 제3지대에서는 처음 도전하지만 민주당에서 국회의원 경험이 있는 만큼 노련함과 신선함을 동시에 보인다.
종로구의 역대 선거 판세를 보면 여야 어느 한쪽도 압도하지 앓았다. 보수와 진보가 번갈아 가며 자리싸움을 해왔던 격전지다. 16~18대 총선에선 보수정당이, 19~21대는 민주당 계열이 승리했다.
선거구도로 보면 북서쪽인 평창동, 삼청동, 가회동 교남동 등은 부촌지역으로 보수 성향의 계열이 우위를 보였으며 남동쪽인 창신동과 숭인동 등에선 진보 성향의 계열이 우위를 보였다. 21대 총선에서 이낙연 후보와 황교안 후보가 표차를 벌린 곳도 숭인동과 창신동이었다. 주요 공관이 몰려 있으면서도 대학교등도 대거 위치해 있어 젊은 층의 비율 또한 높아 여야 지지층이 팽팽하게 맞섰다.
상인들 사이에선 정권견제론에 힘을 싣는 분위기가 감지됐다. 영천시장 내에서 과일 가게를 운영하는 50대 여성은 “정치에 관심이 크게 있지 않지만 경제가 너무 안 좋으니 정권에 힘을 실어주고 싶진 않다”고 했고, 또 다른 상인 40대 남성은 “민주당이 싫지만 이대로 가다간 망한다는 생각에 야당에 투표하고 싶다”고 했다.
종로구에 거주하는 부동산 중개인 60대는 “경제가 안 좋지만 반대만 하는 민주당은 지금껏 잘해왔나”라고 반문하며 “여당에 좀 더 기대해보고 싶다. 투표장 들어가기 전까지 민생을 위해 누가 더 잘할지 고민해볼 것”이라고 했다.
이승은 기자 selee2312@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