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이 금융권에서 가장 최초로 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손실 사태에 대한 자율조정을 추진한다. 빠르면 4월 초부터 배상 협의를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우리은행은 22일 오후 이사회를 열고 금융감독원의 분쟁조정기준안을 수용해 홍콩ELS 투자자에 대한 자율조정을 추진하기로 했다.
우리은행의 자율조정 대상 ELS 금액은 415억원, 가입자는 450여명이다. 은행 측은 오늘 4월12일 첫 만기가 도래해 손실이 확정되는 고객부터 조정비율 산정과 배상금 지급에 나설 방침이다.
우리은행은 금융감독원이 지난 11일 제시한 조정안에 대해 이사회에서 충분한 논의를 거쳤으며, 배임과 관련한 문제는 없다고 결론냈다는 입장이다.
다만 조정비율에 대해서는 분쟁조정기준안을 따라가되 투자자별로 고려할 요소가 많고 개별 협의를 거쳐 최종 결정될 사항인 만큼 현 단계에서 구체적으로 산출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우리은행은 이르면 다음주부터 만기가 도래해 손실이 확정된 투자자를 접촉해 배상절차 등 자율조정 내용을 안내하고 본격 조정 절차에 돌입한다. 손실이 확정된 투자자의 경우, 조정비율 협의와 동의를 마치고 나면 일주일 이내로 배상금 지급이 완료될 수 있을 전망이다.
손상범 우리은행 자산관리그룹 신탁부장은 배상비율과 관련해 “고객분들과의 협의를 거쳐야 나올 수 있기 때문에 지금 말하기는 어렵다”면서도 “20~60% 범위를 크게 벗어나지는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전체 배상액에 대해서는 “홍콩 H지수에 따라 달라지고, 협의 과정에서 비율도 달라질 것”이라면서 “현재 언론 보도를 통해 추측되는 정도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우리은행은 그동안 비예금상품에 대한 엄격한 심사와 강화된 내부통제 체계를 통해 상대적으로 현저히 적은 홍콩H지수 ELS 판매잔액을 유지하고 있으며, 이에 더해 거래고객을 보호하고 분쟁을 방지하고자 금감원 분쟁조정기준안을 숙고해 자율조정을 추진하게 된 것”이라며 “이번 자율조정을 통해 투자자 중심의 은행 자산관리서비스 수준을 한층 높이는 계기로 삼겠다”고 말했다.
한편 다른 은행들도 배상안 결의에 시동을 걸고 있다. 하나은행은 이달 27일 임시 이사회를 열고 자율배상을 논의한다고 밝혔다. 여기에 농협은행와 SC제일은행도 28일 이사회에서 관련 안건 상정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한은행 역시 이사회를 열어 안건을 다룰 예정이다. 다만 신한은행은 구체적인 일정을 밝히지 않았다.
김동운 기자 chobits3095@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