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개발·재건축 길 터준 서울시…세입자 등 갈등 조정은 ‘글쎄’

재개발·재건축 길 터준 서울시…세입자 등 갈등 조정은 ‘글쎄’

기사승인 2024-03-28 06:00:39
공사가 중단된 서울 은평구 대조1구역 주택재개발 공사현장. 사진=송금종 기자 

서울시가 답보상태인 정비사각지대의 재개발·재건축을 돕기 위해 지원 방안을 발표했다. 관련 규제 완화 등으로 서울시내 많은 지역의 정비 사업이 속도를 높일 것으로 보인다. 다만 재개발·재개발 과정에서 이해관계자 간 갈등이 뒤따르고 분쟁으로 인한 사업 중단·지연 우려도 적지 않아 서울시가 갈등 조정에 제 역할을 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서울시는 27일 서울 중구 서울시청에서 ‘재개발·재건축 2대 사업지원 방안’을 발표했다. 노후 주거지, 산자락 등 사업성이 떨어져 정비사업의 외면을 받았던 사각지대에 사업성과 공공지원을 확대해 재건축·재개발 속도를 높이려는 취지다.

각종 규제를 완화하는 다양한 내용이 담겼지만, 세입자 대책과 관련한 내용은 찾기 어렵다. 시에 따르면 재개발·재건축 지역 세입자와 관련해, 현재 법령을 따르되 강제 집행 등으로 이주해야 하는 주민에게 공공 변호사를 파견, 잘못된 행위가 일어나지 않는지 살펴보고 있다.

임차인에게 도시 재개발·재건축은 이사해야 하는 등의 다양한 문제가 나타날 수밖에 없는 구조다. 토지보상법에 따라 주거세입자는 주거이전비와 이사비가 포함돼 있고, 상가세입자는 영업손실액과 이전비용 등이 보상 기준으로 명시돼 있지만 보상금이 크지 않아 정비사업에서 갈등 요인이 된다.

박효주 참여연대 주거조세팀장은 “도심 내에서 비교적 낮은 지가 주거지의 약 70% 이상이 세입자”라며 “세입자 대책이 없으면 재개발·재건축 이후 이들은 더 외곽으로 밀려나게 된다. 소규모 집주인도 마찬가지다. 개발해서 새집에 들어간다는 건 좋지만 아파트에 입주하는데 큰 비용을 부담해야 하기 때문에 어려움 있다. 모아타운에서 계속 문제가 발생하는 이유”라고 지적했다.

박 팀장은 “원주민들이 정착할 수 있고 주거환경을 개선하는 방향으로 정책이 가야하는데 고가 주택아파트를 건설하는 방식으로 움직이는 것은 문제”라며 “공공성이 높이는 방식이어야지만 세입자와 원주민이 재정착을 할 수 있는데, 그런 방식이 아니라면 일부 소유주를 위한 정책이 되기 때문에 우려하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물론 시는 재건축·재개발 추진 과정에서 뒤따르는 주민-주민, 주민-조합 등 다양한 갈등에 힘쓴다는 계획이다. 먼저 시는 공사 관련 분쟁을 최소화하기 위해 지난 19일 개선해 배포한 ‘표준공사계약서’를 적는 활용하도록 권장할 방침이다. 또 계약을 앞두고 사전 컨설팅, 전문가 등을 지원해 분쟁의 여지를 줄인다.

만약 갈등이 발생할 경우엔 코디네이터를 조기 파견해 초기 중개에 나서는 등 선제적으로 나서겠다는 계획이다. 시에 따르면 현재 대조1구역 등 13개 현장에 전문 코디네이터를 파견해 집중 관리 중이다.

고현정 서울시 주거정비과장은 “갈등의 유형을 보고 유형에 맞는 전문가를 (현장에) 파견한다”며 “각 조합과 해당 분야 중재 전문가를 파견해 전반적인 의견을 들어보고 (갈등을) 어떻게 좁혀나갈지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재개발·재건축 사업을 하면 갈등은 항상 있었다. 지금까지 모아타운과 같은 소규모 정비 사업의 경우엔 파견하지 않았다. 다만 올해부터는 소규모 정비사업도 (갈등을) 점검하는 만큼, 조합이 제대로 운영되고 있는지, 갈등 상황에서 비대위나 반대 측이 주장하는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어떻게 고쳐나갈 것인지 등을 모니터링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김예림 법무법인 심목 변호사는 “코디네이터 파견만으로 갈등이 조정되기는 사실 어렵다”며 “코디네이터라고 해도 그분들이 권한을 가진 것이 아니고, 제삼자 입장에서 (갈등 대상자들의 입장을) 들어주고 보고서를 내는 형태”라고 말했다. 다만 김 변호사는 “재개발·재건축은 기본적으로 민간사업이기 때문에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정부·지자체가) 사업을 직접 하지 않는 한 실효성 있는 제도를 내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임지혜 기자 jihye@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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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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