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해병대 채모 상병 순직 사건 수사 외압 의혹으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수사를 받아온 이종섭 주호주대사의 면직안을 29일 재가했다. 총선이 2주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악재를 사전 차단하려는 결정으로 풀이된다.
대통령실 대변인실은 이날 오후 공지를 통해 “오늘 오후 외교부 장관이 제청한 이종섭 주호주대사의 면직안을 재가했다”고 밝혔다. 이 대사는 주호주대사로 임명된 지 25일 만에 물러나게 됐다.
이종섭 대사를 대리하는 김재훈 변호사는 앞서 이날 공지를 통해 “이 대사가 오늘 외교부 장관에 사의를 표명했다”고 밝힌 바 있다. 외교부가 이를 수용한 뒤 윤 대통령에게 면직안 결재를 올려 재가 결정에 이르게 됐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역시 이 대사와 관련한 논란이 불거진 이후 당의 입장을 대통령실에 전하며 수습책을 건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정치권에선 윤 대통령이 사실관계가 옳고 그름을 따지기보다는 ‘국민은 무조건 옳다’는 인식에 따라 사의 표명에 대한 재가 결단을 내린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윤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패배한 이후 참모진에게 “국민은 늘 무조건 옳다”면서 “어떠한 비판에도 변명해서는 안 된다”고 말한 바 있다.
아울러 야권을 중심으로 파상공세가 끊임없이 이어지고 총선 국면에서 여론 악화가 감지되자 민의를 고려한 결정을 내린 것으로 해석된다.
이 대사가 여전히 공수처에 불신을 제기하면서도, 지난 21일 호주에서 귀국한 지 8일 만에 사의를 표명한 것 역시 이러한 여권의 위기의식에 따른 조치로 풀이된다.
김재민 기자 jaemin@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