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통 화학기업으로 불려온 태광그룹의 주력 계열사 태광산업이 주주 요구에 응답하며 쇄신에 나서고 있다. 빠르게 변화하는 산업 환경 속 미래 신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2일 업계에 따르면, 태광산업은 지난달 29일 열린 정기주주총회를 통해 2대주주인 행동주의펀드 트러스톤자산운용이 추천한 김우진 서울대 교수·안효성 회계법인 세종 상무를 사외이사로, 정안식 영업본부장을 사내이사로 각각 모두 선임했다.
이 중 김우진 교수는 20년 이상 기업지배구조를 연구해 온 자본시장 전문가로, 삼성 준법감시위원회 위원, 국민연금기금 투자정책 자문위원 등으로 활동해 왔다. 자사주 관련 연구실적을 보유하고 있어 태광산업의 지배구조 개선, 자사주 활용 관련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태광산업이 주주제안을 통해 이사를 선임한 것은 2007년 장하성 펀드 이후 17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이에 대해 태광산업은 “주주들의 쇄신 요구에 대주주도 상당 부분 공감한 결과”라며 “앞으로 이사회 중심의 경영을 강화하고, 대외적으로는 주주와의 관계를 일방 소통에서 쌍방향 소통으로 전환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밖에도 태광산업은 이사회 중심의 경영을 강화하기 위해 이사진을 기존 5명에서 7명으로 확대하는 한편, 정관 일부를 개정해 ESG위원회 설치를 명문화하고, 감사위원 분리 선임을 명시했다.
업계에선 태광산업이 경영 투명성 확보를 초석으로 미래 신성장동력 투자를 본격 확대할 것으로 보고 있다.
1950년 설립돼 국내 최초로 아크릴섬유·스판덱스를 생산한 1세대 섬유·화학 회사 태광산업은, 스판덱스·테레프탈산(PTA) 등 주력 제품의 안정적 수익과 지난해 말 기준 1조원이 넘는 현금성 자산 보유로 비교적 보수 경영을 이어 왔다.
그러나 글로벌 산업의 구조가 빠르게 변하면서 2021년 LG화학과 AN 합작법인인 티엘케미칼을 설립하고, 지난해 5월 타이어용 아라미드 증설을 위해 1450억원을 투입하는 등 최근 미래 신성장동력에 대한 투자 비중을 서서히 늘리고 있다.
아라미드는 중량이 적으면서도 강도가 높아 주목받는 신소재다. 태광산업은 아라미드 증설뿐만 아니라 최근 탄소섬유 관련 신제품 연구개발·제품화를 위한 태스크포스(TF)를 구축하는 등 사업구조 변화에 본격 속도를 낸다는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외부 인사를 통해 신사업에 대한 방향성을 제고하면서도, 경영진·이사회의 투명성을 갖춰 신뢰를 바탕으로 사업영역을 확대하기 위한 복안으로 풀이된다”고 말했다.
이성원 트러스톤 ESG운용부문 대표는 “그동안 2대주주로서 태광산업의 기업가치 개선을 위해 회사와 꾸준히 소통해 왔다”면서 “주주제안을 회사가 전격 수용한 것은 회사와 대주주가 우리의 진심을 믿어준 결과라는 점에서 높이 평가한다”고 말했다.
김재민 기자 jaemin@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