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 총선거를 앞두고 정치인 관련 테마주들이 요동치고 있다. 정치 테마주는 관련 기업의 사업이나 실적 등 펀더멘털과 무관하게 쏠림 현상을 보여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 화천기계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6.65% 내린 5050원에 장을 마감했다. 같은 기준 에이택과 동신건설은 각각 19.90%, 11.88% 급락한 1만5300원, 2만4100원을 기록했다. 덕성은 8.47% 오른 922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들 종목은 모두 정치인과 인맥 고리가 있다는 이유로 부각된 정치 테마주로 분류된다. 화천기계는 남광 전 감사가 최근 주목받고 있는 조국혁신당의 조국 대표와 미국 캘리포니아대학교 버클리캠퍼스(UC버클리) 로스쿨 동문으로 알려지면서 '조국 테마주'로 분류됐다.
덕성은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 테마주로 불린다. 이봉근 덕성 대표와 김원일 사외이사가 한 위원장과 서울대 법대 동문이라는 이유로 연결됐다.
동신건설과 에이텍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테마주로 꼽힌다. 동신건설은 본사가 이 대표 고향인 안동시에 있다는 점에서 테마주에 들어갔다. 에이텍은 최대주주이자 대표이사인 신승연 대표가 이 대표의 성남시장 시절 성남창조경영 최고경영자(CEO) 포럼 운영위원을 역임한 게 영향을 미쳤다.
이들 정치 테마주는 올해 들어 최근까지 폭등세를 거듭했다. 화천기계 주가는 지난해말 종가 기준 3930원에서 3월22일 8600원으로 122% 올랐다. 나머지 테마주들인 덕성, 동신건설, 에이텍 주가도 같은 기간 30%, 57%, 28% 뛰었다.
통상 정치 테마주들은 정치인들의 학연과 지연 등 연관점이 포착되면 별다른 호재 요인이 없는데도 급등하는 모습을 보여왔다. 그러나 이는 단기적인 현상으로 정치인과 기업 모두 연관성을 부인하는 만큼, 급락세 전환이 빈번하다.
일례로 이재명 테마주로 엮인 동신건설과 에이텍은 올해 종가 기준 최고점인 3만850원, 1만9480원까지 뛰었으나, 전날 종가 기준 22%, 21% 하락하면서 상승분을 반납하고 있는 모양새다.
정치 테마주의 급등세가 최대주주의 지분 매도 기회로 활용되는 모습마저 포착됐다. 기업 펀더멘털과 관련 없이 테마성으로 주가가 오른 만큼 위험성은 이미 다분한 상황 속에 지분 매도까지 겹치면 극심한 '롤러코스터' 주가 흐름까지 나타난다.
조국 테마주로 엮인 화천기계는 지난달 22일 장중 9700원까지 오르며 52주 신고가를 경신하기도 했다. 주가가 급등하자 권영일 화천그룹 회장은 지난달 19일과 20일 보유한 화천기계 주식 50만8540주(2.31%)를 전량 장내 매도했다.
아울러 권 회장의 특수관계인인 권영두·영호씨도 같은달 20일과 21일에 걸쳐 31만3690주(1.43%), 5만4130주(0.25%)를 전량 장내 매도했다. 매도 공시가 나온 지난달 26일부터 전날까지 화천기계 주가는 42% 떨어졌다.
이같은 상황 속에 금융당국은 정치 테마주로 인한 투자자 피해를 줄이기 위한 특별단속에 돌입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정치 테마주는 합리적인 근거 없이 테마주로 분류되는 경우가 많아 투자위험성이 높다”며 “이상징후를 보이는 정치 테마주에 대해 정밀 분석을 실시하고 있으며, 불공정거래 정황 발견 시 즉각 조사에 착수해 무관용으로 엄중하게 조치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거래소도 테마주 확산 대응과 안정적인 시장질서 유지를 위해 집중할 방침이다. 거래소 관계자는 “향후 시장환경 변화를 면밀히 모니터링하는 한편, 시장경보 및 조회공시 제도의 실효성 강화를 위해 운영 효과를 지속적으로 분석할 것”이라며 “투자자 보호와 불공정거래 사전 예방을 위해 힘쓰겠다”고 강조했다.
이창희 기자 window@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