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확률형 아이템 정보 공개를 의무화하는 개정안이 시행된 지 2주째다. 이미 정보를 공개하며 준비를 마쳤다던 업계 분위기와 달리, 오류가 있었다고 공지하는 곳들이 잇따라 나타나고 있다. 뒤늦은 공지에 부정적인 시선도 있지만,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7일 게임 업계에 따르면 위메이드는 게임 ‘나이트 크로우’ 공식 홈페이지에 안내된 아이템 확률 정보와 실제 게임 내 확률 간에 차이가 있다고 알렸다. 위메이드 뿐만 아니라 그라비티와 웹젠이 각각 ‘뮤 아크엔젤’, ‘라그나로크’에 표기 오류가 있었다며 지난달 20일과 21일 공지를 올렸다.
게임사들이 설명한 확률형 아이템 확률 오류는 정보 오기입이나 누락이다. 수작업을 통해 내용을 옮겨 적다 실제 게임 내 확률과 다르게 표기됐거나 정보가 갱신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특히 뮤 아크엔젤은 특정 뽑기 횟수 이전까지는 아이템이 나올 확률이 0%인 이른바 ‘바닥 시스템’이 있던 게 드러나 논란이 크게 일고 있다. 라그나로크 역시 아이템이 나올 확률을 8배나 높게 표기한 것으로 드러나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가 조사에 착수했다.
이용자들은 고지 오류 공지에 비판적인 분위기다. 뮤 아크엔젤 초창기 이용자였던 박모(30)씨는 “(뮤 아크엔젤) 게임 구조 자체가 전형적인 P2W(Pay to Win)”라며 “아이템 금액이 적은 것도 아니어서 대놓고 기만행위가 이뤄졌다는 사실에 큰 충격을 받았다”고 털어놨다.
이어 그는 “소비자를 속이는 거다. 신뢰가 달려있는 만큼 신경 써야 했던 부분 같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위정현 한국게임학회장도 처음부터 유의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위 학회장은 “게임사가 먼저 오류 공지를 올린다는 걸 긍정적으로 볼 수 있기도 하지만, 이용자가 느끼는 배신감이 클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그는 “(라그나로크는) 확률 표기 오류 아이템 수도 많다. 확률형 아이템이 도입된 지 꽤 오랜 시간이 흐른 만큼 단순 실수라고 보기에는 어려운 부분도 있다”고 지적했다.
게임 업계 종사자들은 오류가 발생한 것과 이를 방치한 건 별개로 바라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익명을 요청한 게임 개발자는 “인게임에서 확률을 바꾼다고 바로 홈페이지로 연동돼 정보가 바뀌는 구조가 아니”라며 “게임 홈페이지를 사업부나 외부 업체 등이 개별적으로 관리하는 경우가 많아 ‘휴먼 에러’가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오류가 정정되지 않은 건 실수와 별개라고 이야기했다. 그는 “이용자들에게는 너무 중요한 문제”라며 “몇 년 동안 방치한 건 유저를 기망한 거다. 무성의했던 측면이 있다”고 했다.
적절한 때를 놓쳤다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직접 오표기를 발표하는 것을 일종의 사전 진화라는 분석도 나온다. 개정안 시행 전 전수조사로 발견돼 처벌 대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공정위가 조사에 착수해 표기를 잘못한 게 드러나면 과징금을 부과 받을 수 있다. 한기정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은 지난 2일에도 “기만행위 등 법 위반 혐의가 있다면 즉시 검토해 조사와 제재를 가할 것”이라고 강경 대응을 시사했다.
업계 관계자는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는 걸 보여주는 신호라고도 설명했다. 그는 “개정안을 준수하기 위해 ‘열심히 한다’, ‘적응하려고 노력하고 있다’는 걸 알리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당분간은 오류 공지가 더 나올 거 같다. 올해 새롭게 출시될 게임들도 확률형 아이템 규제를 준수하기 위해 신경 쓰는 모습을 적극적으로 보여줄 듯하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오표기를 바로 잡을 좋은 시기라는 주장도 나온다. 게임에 대한 이용자 신뢰가 낮은 현 상황이 그나마 이를 회복할 기회라는 관점에서다. 위 학회장은 “확률형 아이템 문제를 최우선 순위로 놓고 점검하는 게 좋을 것 같다”며 “이번 기회에 정리하고 넘어가는 게 한참 후에 공지하거나 공정위 조사로 드러나는 것보다 이용자들이 느낄 배신감을 덜할 수 있다”고 말했다.
유채리 기자 cyu@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