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햄버거 매니아인데 파이브가이즈를 특히 좋아해요. 오늘 오픈날인 줄 알고 왔어요.”
한화갤러리아의 자회사 에프지코리아가 운영하는 미국 햄버거 브랜드 ‘파이브가이즈’가 8일 서울역에 4호점을 오픈했다. 이날 방문한 파이브가이즈 서울역점은 오픈 시간인 10시 30분 이전부터 매장을 찾은 고객들로 긴 줄이 늘어서 있었다. 평일 오전임에도 불구하고 파이브가이즈 인기를 방불케 했다.
대기줄에서 만난 윤 모씨(여·60대)는 “지나가다가 우연히 들렀는데 오늘이 오픈인 줄 몰랐다”면서 “이전에 미국에 거주할 당시 파이브가이즈 매장을 종종 방문했었는데, 그 때 기억이 난다. 우리나라에선 어떻게 팔리고 있는지 궁금해서 와봤다”고 말했다.
직장 동료와 같이 방문했다는 김 모씨(여·31)는 “직장이 이 근처인데 오며가며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며 “평소 파이브가이즈 햄버거를 좋아해 오픈날에 맞춰 외출을 쓰고 잠깐 나왔다”고 전했다.
에프지코리아는 4호점 오픈을 기념해 당일 선착순 100명에게 파이브가이즈 가방과 피크닉 매트 세트를 증정했다. 오픈 첫날 많은 고객들이 몰리면서 해당 이벤트는 매장이 문을 열기 전 조기 마감됐다.
앞서 개장 전에는 오픈 기념 테이프 커팅식이 진행됐다. 커팅식에는 김영훈 한화갤러리아 대표와 김은희 한화커넥트 대표, 오민우 에프지코리아 대표 등 경영진이 참석했다. 파이브가이즈 창업주 손자 조쉬 머렐 파이브가이즈 글로벌 브랜드 스탠다드 총책임과 글로벌 관계자들도 현장을 찾았다. 특히 조쉬 총책임은 이날 앞치마를 두르고 주방에서 직접 음식을 조리하기도 했다.
파이브가이즈 4호점은 부동산 개발·운영 전문회사 한화커넥트가 운영하는 복합쇼핑 문화공간 커넥트플레이스 2층 마켓존에 들어섰다. 매장 규모는 전용 면적 488.3㎡(148평), 172석으로 국내 파이브가이즈 중 가장 넓다.
오민우 에프지코리아 대표는 “파이브가이즈는 국내 론칭 이후 고객들의 뜨거운 성원에 힘입어 서울의 중심 서울역에 4호점을 선보이게 됐다”며 “앞으로도 다양한 지역의 고객들이 파이브가이즈를 경험할 수 있도록 매장을 계속 확장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에프지코리아는 서울역이 직장인·관광객·외국인 등 다양한 집객 요소를 갖추고 있는 만큼 브랜드 론칭 초기에 버금가는 화제를 불러일으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에프지코리아는 향후 5년 간 국내에 15개 이상의 매장을 연다는 계획이다.
파이브가이즈는 한화그룹 3남 김동선 한화갤러리아 전략본부장(부사장)이 직접 론칭한 미국 햄버거 브랜드다. ‘오픈런 버거’로 익히 알려지며 일찌감치 주목을 받기도 했다.
파이브가이즈는 지난해 6월 서울 강남 1호점을 시작으로 여의도 더현대서울에 2호점을 열었다. 지난 2월에는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에 3호점을 개점한 뒤 이번 서울역까지 공격적인 출점에 나서고 있다. 1호점의 경우 일 평균 1800~2000명의 고객이 방문하며 큰 인기를 끌었다.
국내 햄버거 시장의 규모는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2013년 1조9000억원, 2015년 2조3038억원, 2020년에는 2조9636억원으로 급증했고, 2022년에는 약 4조원으로 뛰었다.
지난해 국내 버거 패스트푸드 시장은 4조1500억원 규모다. 거래량은 5.3% 늘은 데 비해 전체 시장은 10.5% 성장한 점을 미뤄볼 때 프리미엄 버거 브랜드가 늘어나면서 소비자들도 비교적 단가가 높은 버거를 찾은 것으로 분석된다. 2028년에는 한국 버거 시장이 5조원대로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버거업계 한 관계자는 “현재 버거 시장 상황만 봐선 (파이브가이즈) 확장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고 판단된다”면서 “경기가 어렵긴 하지만 소비자들이 심리적으로 프리미엄 버거에 지갑을 여는 저항선은 올라가긴 했다”고 말했다.
또다른 버거업계 관계자는 “파이브가이즈를 비롯한 프리미엄 버거 브랜드의 국내 진출도 가속화되는 만큼 성장세는 높은 편”이라며 “다만 대부분이 특수 상권 중심으로, 가격대가 높게 형성돼 점포 확장성이 롯데리아나 맥도날드 등 일반적인 브랜드만큼 탄력성이 있진 않다. 빠르게 확장하기엔 어려운 사업 모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버거시장 자체가 친소비자적이고 생활에 밀접하기 때문에 현금 창출력이 높다. 후계구도 상 나올 수 있는 아이템 중 버거 사업에 재벌 기업들이 많이 관심을 가지는 이유”라며 “소비자 반응이 굉장히 좋아 성장성은 있다고 볼 수 있으나 확장성 부분에선 고민이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파이브가이즈는 김 부사장의 ‘유통 데뷔작’이자 초반 흥행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에프지코리아는 지난해 104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이는 파이브가이즈 매장 한 곳당 매달 10억원이 넘는 매출이다.
김 부사장은 한화가(家) 삼남 중 가장 늦게 경영에 참여한 만큼 파이브가이즈를 비롯한 신사업에 적극 나서고 있다. 파이브가이즈 론칭부터 로봇, 푸드테크 등 신사업까지 범위를 넓히는 데 주력하고 있다.
그는 한화갤러리아 지분도 늘려가며 지배력 키우기에 힘을 쏟고 있다. 김 부사장은 지난해 4월부터 지난달까지 111차례에 걸쳐 한화갤러리아 주식을 집중 매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매수 금액만 48억원에 달한다. 업계에선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의 삼형제 중심의 승계 구도 상황에서 존재감을 드러내기 위한 행보로 보고 있다.
지난해 갤러리아가 저조한 실적을 거뒀던 만큼 올해 김 부사장의 경영 능력 입증에도 관심이 집중된다. 김 부사장의 한화갤러리아 부임 이후 첫 신사업인 파이브가이즈의 성장세를 이어가는 한편, 부진했던 유통 사업에 대한 체질 개선으로 실적 반등을 가져올 수 있을지가 핵심으로 꼽힌다.
한화갤러리아는 올해 신사업 확장은 물론 명품관을 비롯한 점포 경쟁력 강화를 통해 실적을 끌어올리겠다는 전략이다.
한화갤러리아 관계자는 “올해 명품관, 광교, 타임월드 등 수도권 지방 점포들을 중심으로 고객 만족도를 높이는 동시에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는 다양한 변화를 시도하겠다”며 “파이브가이즈를 비롯해 고객 만족도를 높일 수 있는 차별화된 콘텐츠와 신사업 발굴도 지속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한나 기자 hanna7@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