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폐수지 처리 & 고가 동위원소 추출 '일석이조'

원전폐수지 처리 & 고가 동위원소 추출 '일석이조'

원자력연, 폐수지 실증규모 처리 세계 최초 성공
수입 탄소-14 추출 등 1조원 가치 기대

기사승인 2024-04-15 19:13:58
월성원자력발전소 등 중수로(CANDU)롤 사용하는 곳에서는 중준위 방사성폐기물로 폐수지가 발생한다. 

폐수지는 중수 등의 액체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방사성 핵종을 제거할 때 사용한 이온교환수지로, 방사성동위원소인 탄소-14를 포함한다.

이는 방사능 농도가 높고 양도 많아 경주 방폐장 처분이 불가능해 원전 내 저장탱크에 장기간 보관해왔다.

방사능폐기물 처리 & 값비싼 동위원소 추출

한국원자력연구원(이하 원자력연)은 선진핵주기기술개발부 박환서 박사팀이 세계 최초로 중수로 폐수지 처리 상용규모 실증에 성공했다고 15일 밝혔다.

중수로 폐수지 상용규모 처리 공정장치. 한국원자력연구원

앞서 원자력연은 2018년 마이크로파로 이온교환수지를 가열, 화학적 구조를 바꿔 탄소-14를 분리하는 ‘마이크로파 조사를 통한 폐수지 처리 원천기술’을 개발했다.

이 기술을 바탕으로 상용규모 공정(100㎏/batch)을 개발, 지난 2월 월성원전에 보관 중인 폐수지를 처리해 고가의 방사성동위원소 탄소-14를 99% 분리 회수했다. 

이번 실증은 세계 최초로 안전성을 확인받고 인허가를 거쳐 폐수지를 상용규모로 처리한 것으로 그 의미가 크다.

중수로를 운영하는 캐나다, 중국, 인도 등에서 폐수지 처리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지만 실험실 규모 실증에 그치고 있다.

또 대부분 폐수지에 전기와 열 또는 산을 가하는 방식으로 저감처리 하는데, 이는 과도한 2차 폐기물 발생과 시간이 오래 걸리는 등 문제가 있다.

반면 연구팀은 폐수지 내 탄소-14를 효과적으로 회수하기 위해 마이크로파에 주목했다. 

이는 전자레인지에서 마이크로파로 음식물에 운동에너지를 발생시켜 데우는 것과 같은 원리로, 연구팀은 폐수지에 마이크로파를 2시간가량 조사하면 화학 반응이 일어나 탄소-14가 99% 분리되는 것을 확인했다.

연구팀은 실증을 위해 냉장고 크기 마이크로파 조사반응기를 발전소 내부에 설치하고 폐수지에 조사했다.

이 과정에서 폐수지의 탄소-14가 가스형태로 발생, 이를 흡착장치로 흘려보내 회수하고, 남은 폐수지는 저준위 폐기물로 분류돼 경주 방폐장으로 보내면 된다.

폐수지 처리 전(왼쪽)과 처리 후. 한국원자력연구원

국내 중수로에 보관된 폐수지는 많은 양의 탄소-14를 포함하며, 이는 1조 원 이상의 가치를 지닌다. 

연구팀이 개발한 기술은 지금까지 전량 수입하던 고가의 동위원소를 직접 회수해 산업에 활용하거나 외국으로 수출도 할 수 있다.

특히 폐수지에서 회수한 탄소-14는 농축과정을 한 번만 거치면 의약품 개발에 사용되는 표지화합물 원료물질로 활용할 수 있고, 기능성소재 개발 등 신산업 분야에 응용할 수 있다.

류재수 원자력연 선진핵주기기술개발부장은 “이번 중수로 폐수지 처리기술은 방사성폐기물 문제를 해소하는 중요한 연구 결과”라며 “새롭고 혁신적인 방사성폐기물처리 공정 및 관리기술을 지속적으로 개발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공정 개발에는 ㈜선광티엔에스, 울산과학기술원이 함께했다.

이재형 기자 jh@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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