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차기 당대표 적합도를 놓고 보수층에선 나경원 서울 동작 당선인을, 진보·중도층에선 유승민 전 의원을 가장 많이 선호했다. 두 인물 모두 국민의힘의 수도권 난관을 돌파할 수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쿠키뉴스가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한길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13일부터 15일까지 전국 거주 만18세 이상 남녀 1004명을 대상으로 ‘국민의힘 차기 당대표 적합도’를 물은 결과, 유승민 전 의원이 24.0%, 나경원 당선인이 18.2%로 나타났다.
이번 조사에선 정치성향에 따라 당대표 적합도가 엇갈렸다. 보수층 4명 중 1명이 나경원 당선인을 선호했다. 나경원 당선인은 24.8%를 기록해 유승민 전 의원과 안철수 당선인(11.6%)을 오차범위 바깥에서 따돌렸다.
그러나 중도층과 진보층에선 유승민 전 의원이 차기 당대표로 적합하다가 바라봤다. 중도층 3명 중 1명인 33.4%가 유승민 전 의원을 선택했으며 나경원 당선인이 16.6%로 그 뒤를 이었다. 진보층 역시 31.3%가 유승민 전 의원을 꼽았으며 나경원 당선인은 12.0%로 나타났다.
전당대회 개최가 아직 확정되지 않으면서 당대표 하마평에 오르는 인물들은 구체적 입장을 밝히지 않는 상황이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22대 총선 패배 책임을 지고 사퇴한 후 당내에선 전당대회를 치르는 것으로 의견이 모아졌다. 시기에 대해 계속해서 다양한 의견이 나오지만 조기 전당대회를 진행할 가능성이 높다.
보수층에서 수치가 가장 높게 나타난 나경원 당선인은 전날 비공개로 여성 당선인들과 차담회를 진행해 당권 도전을 겨냥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그는 김기현 전 대표가 당선된 지난 전당대회에서 당대표 출마 여부를 놓고 고심했으나 결국 출마를 포기했다. 당내 여성 현역 중 최다선 의원으로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에서 원내대표를 지낸바 있다.
중도층과 진보층에서 가장 많이 꼽은 유승민 전 의원은 대권과 당권 등을 논할 때 하마평에 이름을 올리는 인물이다. 이번 총선에서 국민의힘 내부에선 유승민 전 의원을 기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으나 당 지도부는 이를 일축했다. 이에 유승민 전 의원은 수도권 일부 후보들의 유세를 도운 바 있다.
정치권에선 나경원 당선인과 유승민 전 의원 모두 수도권 위기론을 돌파시킬 적임자라고 설명했다. 이외에도 각각의 장단이 있다는 설명이다. 나경원 당선인은 현재 침체된 보수 세력 결집을 만들 수 있지만 개혁과 쇄신을 보이기엔 부족하다는 평가다. 반면 유승민 전 의원은 개혁과 쇄신의 아이콘이지만 보수층 와해를 부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는 두 인물이 당대표로 당선된다면 향후 행보로 ‘대통령과 각 세우기’가 될 거 같다고 관측했다. 황태순 정치평론가는 17일 쿠키뉴스와 통화에서 “나경원 당선인은 대통령실과 약간의 거리두기를 하면서 독립 선언을 할 것”이라며 “유승민 전 의원은 독립 선언이 아닌 완전한 갈라서기를 할 거 같다”고 바라봤다.
이번 설문조사는 구조화된 설문지를 이용한 유선 전화면접 10.3%, 무선 ARS 89.7%로 병행 조사했다. 응답률은 2.7%,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오차범위 ± 3.1%p다. 표본 추출은 유무선 전화 RDD 표본 프레임에서 무작위 추출 방식이며 통계보정은 2024년 3월 말 행정안전부 주민등록인구 기준 성·연령·지역별 가중치 부여 방식으로 이뤄졌다.
자세한 조사개요와 결과는 한길리서치 또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윤상호 기자 sangho@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