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을 하다 보면 몸이 아프던 것도 잊어버리고 삶에 활기가 생겨요. 물건이 많이 팔리면 괜히 뿌듯해지기도 해요” 신모씨(66)
지난 17일 오후 서울 금천구 가산동에 있는 편의점에 들어서자, 나이가 지긋한 아르바이트생이 취재진을 반겼다. 이곳은 고령층만 고용하는 서울 최초의 어르신 편의점 ‘착한상회’다. 노인일자리 전담기관인 금천시니어클럽과 BGF리테일(CU편의점)의 협력으로 지난해 3호점까지 개점했다.
이날 오후 파트타임을 맡은 신씨는 이 편의점의 베테랑 아르바이트생이다. 지난 2020년 일을 시작해 벌써 올해로 5년 차다. “나이가 들면 컨디션이 안 좋은 날이 늘어난다. 이곳에서 일하면서 몸도 안 아파지고 매일 활기가 돈다”고 입을 연 신씨는 “지금은 노인들의 놀이터다. 다들 만족하면서 일한다”고 말했다.
진열대에 물건을 채워 넣고 매장 정리를 하는 신씨의 얼굴은 뿌듯함으로 가득 차 있었다. 방문하는 손님을 향해 “어서오세요”라고 외치는 그의 목소리에서는 힘이 느껴졌다. 물론 편의점 업무에 적응하는 데 어려움도 있었다. 고령 아르바이트생들은 일상생활에서 키오스크 등 디지털 기기 사용이 익숙하지 않다. 이 때문에 이들은 영업장의 필수 제품인 포스기 조작을 매일 연습했다고 한다. 신씨는 다양한 담배 브랜드와 종류는 자기 전 기억을 곱씹으며 외웠다고 전했다.
고객들의 반응도 긍정적이다. 인근에 거주하는 A씨는 “매일 같이 웃으면서 맞아 주신다”며 “다들 책임감도 강하신 것 같고, 다른 (젊은) 아르바이트생들보다 더 친절하시다”고 말했다. 신씨는 “처음엔 주문을 잘못 듣거나 버벅댈 때 진땀이 나기도 했다”면서도 “나이가 많은 아르바이트생이기에 고객들이 이해하고 기다려 주신다”고 말했다.
현재 착한상회 3곳에서는 총 30명의 고령자가 근무하고 있다. 이들은 직접 상품 진열과 재고정리, 계산 등 편의점의 모든 업무를 담당한다. 운영시간은 평일 오전 6시부터 오후 11시까지, 토요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다. 일요일과 공휴일은 쉰다.
앞서 구는 질 좋은 노인 일자리의 제공을 위해 지난 2020년 9월 1호점을 열었다. 지난 2021년 2호점을 개점한 뒤 사업 성과를 인정받아 ‘2021년 자치분권 어워드’ 정책 분야에서 금상을 수상했다.
유성훈 금천구청장은 “앞으로도 민관이 협력하여 질 좋은 일자리를 확충해 어르신들의 활기찬 노후생활을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구는 착한상회 외에도 금천구의 대표적인 시장형 어르신 일자리 사업인 ‘함께그린카페’도 5호점까지 운영 중이다.
이예솔 기자 ysolzz6@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