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홍배 당선인 “의사 37번 만나…산업은행 직원과는 왜 대화 않나” [인터뷰]

박홍배 당선인 “의사 37번 만나…산업은행 직원과는 왜 대화 않나” [인터뷰]

박홍배 더불어민주연합 당선인
“알뜰폰, 배달앱 등 규제완화…중장기적 관점에서 우려”
“국힘, 산은 부산 이전 맞는지 되돌아 봐야”
“수익성이 은행 점포 폐쇄 기준 돼선 안돼”

기사승인 2024-04-26 06:30:01
박홍배 더불어민주연합 당선인이 지난 24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에서 쿠키뉴스와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정진용 기자

“정부의 과도한 금융 시장 개입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금융을 잘 모르는 대통령의 섣부른 판단, 그리고 감독당국의 끼워 맞추기식 행정이 빚은 총체적 난국이라고 봅니다”

박홍배 더불어민주연합 당선인(비례대표)은 24일 국회에서 진행한 쿠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레고랜드 위기부터 해서 일련의 사태를 보면, 금융당국과 정부가 리스크를 제대로 대비하지 못하고 걸핏하면 시장질서를 어지럽히며 우왕좌왕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박 당선인은 1999년 한국주택은행(현 KB국민은행)에 입행했다. KB금융그룹 노동조합협의회 의장,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이하 금융노조) 전국은행산업노동조합협의회 의장을 거쳐 26대 금융노조 위원장에 당선됐다. 한 차례 연임했다가 4.10 총선에 비례대표 후보로 출마했다. 더불어민주당에서는 최고위원과 선출직 전국노동위원장도 맡았다. 합당 절차가 마무리되면 민주당 소속이 된다. 다음은 박 당선인과의 일문일답 이다.

-22대 총선, 야당 압승 이유는 뭐라고 보나

당선을 확인하고 하루 정도는 기뻤다. 다음날 부터 4·16 기억문화제 방문, 이태원 참사 유가족을 비롯해 전국을 돌며 당선 인사를 드리며 무거운 책임감과 두려움을 같이 느꼈다. 이태원 참사 유가족 한분이 당신들이 잘해서 당선된 게 아니다, 잘못했지만 똑바로 하라고 국민이 올려준거라는 말씀을 하셨다. 대통령과 여당이 잘못한 부분에 국민이 심판한 선거였다고 생각한다. 또 한편으로는 민주당에도 어느정도 회초리를 드셨다고 생각한다. 지금 국민의힘과 민주당이 무슨 차이가 있냐고까지 엄하게 말씀하시는 분도 있다. 22대 국회에서는 더 잘하겠다.

-금융산업에 대한 과도한 정부 개입이 정확히 어떤 걸 말하는 건가

대출 이자를 내려라, 예금 금리를 올려라 하는 발언을 보면서 심각성을 느꼈다. 대통령이 금융시장에 대한 이해가 많이 부족하다고 생각했다. 지난해 초, 임기 2년차에 은행 완전경쟁 발언이 나왔다. 은행 독과점이 문제이기 때문에 완전경쟁을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금융산업은 규제 산업이다. 아무런 규제도 하지 않고 누구나 금융업을 하게 하겠다는 건가. 상식밖의 얘기다. 금융위원회는 5개월 정도 은행 영업개선 관행 TF를 운영했지만 은행 점포 폐쇄 절차를 강화한 것 외에는 특별히 기억에 남는 게 없다.

-민주당에서 가산금리 손질을 약속했는데

가산금리 산정에서 금융소비자에 부당하게 전가된 항목은 없는지 살펴보는 것은 중요하다. 자영업자, 소상공인 등이 어려움을 겪고 계시고 개인회생·파산 신청도 증가하면서 국가 전체적으로 부담이 큰 상황이다. 은행이 일정 부분 과도하게 이익을 취하는 측면이 있는 것도 맞다. 하지만 가산금리 손질을 하더라도 반드시 시장원리에 대한 존중 속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금융산업 규제 완화, 왜 문제인가

과거 많은 정부가 규제를 완화하겠다고 약속했지만, 금융산업에 있어서 규제는 매우 중요하다. 사모펀드, DLF, 홍콩 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사태 모두 규제를 제대로 하지 못했거나 풀어서 생긴 것에서 비롯됐다. ELS는 자율배상이 이뤄지고 있는 상황이긴 하지만, 정부가 그 전에 적절히 규제할 타이밍을 놓쳤다. 최소한 낙인 배리어(Knock-in Barrier·원금손실구간) 라도 제한했다면 하는 점이 아쉽다.

금산분리 문제 역시 마찬가지다. 금융위원회는 배달앱, 알뜰폰 등 한 두가지 모델부터 규제를 풀어주고 있다. 지금 당장은 몰라도 중장기적으로는 위험할 수 있다. 금융사에 산업 분야 진입을 허용하면 역으로 대기업, 재벌, 빅테크 업체도 금융업 진출 문턱을 낮춰 달라고 요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금산분리 완화 시도가 계속 있을텐데 적극적으로 막을 생각이다.

금융당국에 대해서도 아쉬운 부분이 있다. 금융감독원은 시장을 감독하고 리스크를 관리하는 기관이다. 존재감이 없어야 한다. 역대 금감원장들은 언론 기사나 사진이 없는 경우가 많았다. 금감원장이 과도하게 언론에 노출되고, 정책에 대해 말하는 게 맞는지 의문이다.  

-지방균형발전을 위해 산업은행 본점 부산 이전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산업은행 특성을 먼저 생각할 필요가 있다. 산은은 대한민국 정부 신용등급과 같은 국책은행으로, 한국의 제1 IB(투자은행)이다. 시중은행이 지원하기 어려운 신성장 미래 산업, 이를테면 AI·바이오 등에 자금을 대 한국 경제 발전에 기여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거래 기업 70%가 수도권에 있는데 그 기관을 부산으로 옮기는 것은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를 이전한 것과 마찬가지로 기관 경쟁력을 갉아먹는 행위다. 부산 경제에도 크게 도움 되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 

산은 본점 부산 이전과 관련해 제대로 된 연구, 검토 또는 직원·고객 등 이해관계자에게 설명하는 과정이 전혀 없었다. 의사들과는 37번 대화했다면서 왜 산은 직원과는 대화하지 않나.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산은 본점 부산 이전이 정말 맞는지 자기반성이 필요하다.

산은 보다는 금융위가 부산으로 가는 게 옳다. 금융위가 부산으로 가면 금융위가 자문받거나 협의하는 법무법인, 회계법인, 금융회사들이 규제·정책 협의를 하기 위해서라도 부산에 인력을 더 배치하지 않겠나. 이전했을 때 부산 경제에 실질적으로 더 도움이 될 금융기관이 어디인지 그 논의를 다시 해볼 생각이다.

-당선인이 생각하는 은행의 역할은

그런 지적이 있다. 은행이 부자는 더 많은 돈을 벌게 하고, 중산층과 서민에게는 더 많은 금융비용을 물게 해 자산 양극화를 심화했다는 것이다. 은행의 일상적 사업이 사회를 더 분열시키는 것은 아닌지 고민할 지점이 있다. 금융사는 눈앞의 당기순이익 높이기에만 매몰될 게 아니라 기술력이 있고 미래 성장가능성이 있는 기업에 돈이 흘러가게 하는 역할을 해줘야 한다.

또 국민의 일상에서 없어서는 안되는 공공서비스적인 성격이 분명 있다. 임대료 인상 등 유지관리비용 부담을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과도하게 은행 점포를 줄이는 것은 우려스럽다. 미국이나 일부 국가에서는 은행 점포 폐쇄 시, 지역사회에 미칠 영향을 충분히 검토하고 고객 의견을 듣도록 하고 있다. 수익성이 점포 폐쇄 여부를 판단하는 단 하나의 기준이 돼서는 안된다. 노동자 개인에 대한 손해배상 책임을 제한하고 사용자 범위를 넓히는 노조법 2·3조 개정과 함께 은행 점포 폐쇄 절차 강화 등 내용을 담은 법안을 구상 중이다.

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
정진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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