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29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전격 회담을 가졌다. 윤 대통령 취임 후 최초 이뤄진 제1야당 대표와의 단독회동이다.
하지만 양측은 쟁점의제에 대해선 서로의 입장차만 확인했다. 별도의 합의문은 나오지 않았다. 2시간 10분간 국정운영을 두고 토론한 결과 의료개혁의 필요성에는 양측이 모두 공감했지만 이외에 민주당이 국정기조 전환을 위해 제안한 요구사항에 대해선 확답을 듣지 못했다. 이재명 대표는 회동 후 “답답하고 아쉬웠다”고 말했고, 윤 대통령은 “민생문제에 대해 솔직하고 허심탄회한 대화를 했다”고 대통령실 관계자가 전했다.
박성준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국회에서 영수회담 결과 관련 브리핑에서 “큰 기대를 했지만 변화를 찾아볼 수 없었다”며 “윤 대통령의 상황인식이 너무 안일해서 향후 국정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우리당이 주장했던 민생회복과 국정기조 전환에 대한 의지가 없어보였다”고 했다.
이날 회동은 윤 대통령이 지난 19일 이 대표에게 전화해 공식 제안하면서 성사됐다. 양측은 사전에 영수회담 의제를 조율하기 위해 실무자들끼리 회의 과정도 거쳤다. 다만 이날 현장에서 민주당은 사전에 준비한 의제와 관련해 충분한 대화는 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실무회동에 참석했던 천준호 당대표 비서실장은 이날 회동 후 기자들과 만나 “제한된 시간 내에 모든 의제를 다루기 힘든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박성준 수석대변인은 회동 시간이 길었던 이유에 대해 “이 대표가 화두를 꺼내면 윤 대통령이 답변을 하는 방식이었는데, 윤 대통령의 답변이 상당히 길었다. 천 실장이 시간 계산을 해보니 윤 대통령이 말하기 85% 대 듣기 15% 정도였다”고 했다.
양측은 ‘여야정 민생 협의체’ 구성과 관련해서도 팽팽하게 맞섰다. 윤 대통령은 이 대표에게 여야정 협의체 구성을 제안했지만 이 대표는 민생회복 조치에 대한 윤 대통령의 결단이 먼저라며 사실상 거절한 것으로 전해졌다. 윤 대통령은 전국민 25만원 민생 지원금 등이 포함된 민생회복조치에 대한 민주당의 제안에 대해 기존에 편성된 예산으로 지원하자는 입장을 고수했으며, 이에 이 대표는 여야정협의체 구성이 무의미하다고 보고 거절했다는 해석이다.
회담에 배석한 진성준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영수회담 결과 브리핑에서 “여야정 민생 협의체라는 제안을 윤 대통령이 했는데 이 대표가 민생 회복 긴급조치에 대한 대통령의 결단을 주문한 데 대해 윤 대통령은 ‘현재 편성돼 있는 소상공인에 대한 지원예산이 잘 집행되는 게 우선이다’, ‘집행과정에서 여야정 민생협의체를 가동해서 필요한 지원이 무엇이 있는지 더 논의하자’고 응수했다. 그래서 추가적읜 논의가 진행되기 어려웠다”고 전했다.
이외에도 R&D 예산복원과 연금, 의료개혁, 이태원참사특별법 등을 두고 논의했으나 양측은 진전된 대화를 이어가지 못했다. 윤 대통령은 이태원특별법은 사실상 거부했고 채상병 특검법과 김건희 특검법 등에 대해선 제대로 논의조차 하지 못했다. 연구개발 예산의 증액과 관련해서도 윤 대통령이 추경(추가경정예산)은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고 민주당측은 전했다.
양측은 의료개혁 필요성에만 공감대를 형성했다. 박 수석대변인은 “성과라고 이야기하긴 그렇지만 의료개혁 필요성에 대해선 공감하는 부분이 어느정도 이야기가 있었다”고 했다. 대통령실에서도 “의료개혁이 필요하고 의대정원의 증원이 필요하다는 데에는 양측이 인식을 같이 했다”고 전했다.
진 정책위의장은 “우리 당이 가지고 간 의제들을 최대한 하나하나 다 비공개 회의에서 짚으려고 노력했다”며 “그러나 ‘이런걸 하자’ 등의 제안이 아무것도 없었다. 편성된 예산 안에서 충실하게 집행해보자는 게 대통령의 답변”이라고 했다.
앞서 이 대표는 비공개 회담 전 모두발언에서 윤 대통령을 향해 총 10가지 의제를 꺼내들었다. 구체적으로는 △전국민 25만원 민생회복지원금 △R&D 예산 복원 △전세사기특별법 등 민생 입법 △의료개혁특위 △연금개혁 △과도한 거부권 행사 유감 표명 △이태원 특별법 △채상병 특검 수용 △재생에너지로 산업재편 △국익 위주 실용 외교 등이다. 민주당이 비공개 최고위원회에서 의제로 검토한 김건희 특검법의 경우 “가족 등 주변 인물 의혹 정리”로 우회해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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