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 사기 두려워”…1분기 원룸 월세 거래 56% 기록

“전세 사기 두려워”…1분기 원룸 월세 거래 56% 기록

기사승인 2024-05-09 10:41:11
최근 10년간 전국 연립·다세대 원룸 전월세 거래 분석. 스테이션3

전세 사기 피해 규모가 커지는 가운데 올해 1분기 전국 연립·다세대 주택 원룸(전용면적 33㎡ 이하) 임대차 시장에서 월세 거래 비중이 최근 10년간 최고치를 기록했다.

9일 부동산 정보 플랫폼 ‘다방’을 운영하는 스테이션3가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자료를 바탕으로 2015∼2024년 전국 연립·다세대 원룸 전월세 거래를 분석한 결과, 올해 1분기 월세 거래량은 3만5589건으로 전체 전월세 거래량(6만415건)의 56%를 차지했다. 이는 1분기 기준 2015년 이래 가장 높은 수치다.

1분기 기준 전국 원룸 월세 거래 비중은 2015년 42%에서 2016년 46%로 높아졌다가 2017년 44%, 2018년 39%, 2019년 37%, 2020년 34%, 2021년 34% 등으로 감소 추세를 보였다. 이후 2022년 42%로 크게 늘어났고 지난해에는 월세 거래 비중이 52%로 전세 거래를 역전했다.

올해 1분기 전국 원룸 월세 거래량(3만5589건)은 2015년 1분기(1만9371건)보다 84% 급증했다. 반면 1분기 전세 거래량은 2만8426건으로 전세 거래량이 최고치를 찍었던 2022년 1분기(4만5395건) 대비 37% 줄었다. 이는 2015년 1분기 전세 거래량(2만6243건)과 비슷한 수준이다. 전세 사기 등의 여파로 연립·다세대 주택 임대 시장에서 전세 기피 현상이 심해진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됐다.

월세 선호 현상은 전국적인 추세로 조사됐다. 전국 17개 시도별로 보면 인천을 제외한 모든 지역에서 올해 1분기 원룸 월세 거래 비중이 절반을 넘은 것으로 집계됐다. 부산광역시의 월세 거래 비중이 83%로 가장 높았다, 이어 세종 80%, 경남 75%, 충남 72%, 제주 67%, 경북 및 전북 66%, 전남 65%, 강원 및 울산 61%, 광주 및 대구 58%, 서울 53%, 경기 52%, 충북 50% 순으로 나타났다.

9일 장준혁 다방 마케팅실장은 “최근 주택 시장에서 월세 선호 현상이 지속되는 가운데, 원룸의 월세 거래 비중이 1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며 전세 거래량은 10년 전 수준으로 돌아간 것으로 집계됐다”라며 “특히 인천을 제외한 모든 지역에서 월세 거래 비중이 50%를 넘는 것으로 나타나 전국적으로 월세 선호 현상이 심화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전세 사기로 인해 전세 시장 위축은 지속되고 있다. 전세보증금을 제때 돌려받지 못한 전세 피해 규모가 줄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역대 최다를 기록한 전세금을 지키기 위한 세입자들의 ‘임차권등기명령’ 신청 건수는 올해 또 최다를 경신했다.

지난 7일 대법원 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올해 1∼4월 전국의 임차권등기명령 신청 건수(집합건물 기준)는 1만7917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만1339건)보다 58.0% 늘었다. 2년 전인 2022년 1∼4월(2649건)과 비교 시 6.7배 많은 수준이다.

임차권등기는 임대차 계약 종료 후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세입자가 등기부등본에 미반환된 보증금 채권이 있다는 사실을 명시하는 제도다. 임차권등기를 마친 세입자는 이사를 나가더라도 보증금을 돌려받을 권리(대항력·우선변제권)를 유지할 수 있다.

임차권등기명령 신청이 늘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전세금을 제때 돌려받지 못하는 세입자가 많아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올해 임차권등기명령 신청이 가장 많은 곳은 서울(4935건)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0.3% 증가했다. 이어 경기(4765건), 인천(3497건)로 수도권 내 신청 건수가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경기와 인천 건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47.2%, 34.1% 증가했다.

대규모 전세 사기가 사회에 발생한 지 2년이 넘었으나 해결책은 여전히 마련되지 않은 상황이다. 전세 사기 피해자들은 고통을 호소하다 스스로 목숨을 끊는 등의 사고도 반복되고 있다. 지난 1일 대구 남구 대명동 한 빌라에 거주하다 전세 사기 피해를 호소하던 30대 여성이 세상을 떠났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전세 사기 피해자는 총 8명이다. 

전문가는 전세 시장의 안정을 위해서는 투명한 전월세 시장 관리를 통해 전세 사기를 예방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조정흔 경실련 토지주택위원장은 지난 3월27일 ‘전세보증금 반환보증보험 분석결과 발표’ 기자회견에서 “전월세 제도가 전세 사기 같은 피해 사례를 만들지 않고 안정적으로 운영하려면 실태부터 명확하게 파악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현재 주택 임대인은 등록이나 신고 의무 없이 임대를 하고 있는데 임대인 등록을 의무적으로 하게 해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조유정 기자 youjung@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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