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집단 사직에 따른 의료공백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전문의 중심으로 운영되던 지역의 중소병원들이 문을 닫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더 이상 전공의에 기대지 않게 된 상급종합병원이 전문병원으로 탈바꿈해 종합병원들과 경쟁하면 지역에서 설 자리를 잃게 된 작은 병원들이 연쇄 도산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장성인 연세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10일 연세의대 교수평의회와 비상대책위원회가 ‘2024년 의정갈등 현재와 미래’를 주제로 공동 개최한 심포지엄에서 “상급종합병원은 그냥 무너지지 않는다”며 “어떻게든 살아남으려고 전공의 없이 전문의로 운영되는 형태로 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결국 가장 큰 위기가 발생할 곳은 전문병원과 중소병원이라고 했다. 전공의 사직으로 경영난에 빠진 상급종합병원이 전문병원으로 전환하면 최대 경쟁자는 지역 중소병원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장 교수는 “상급종합병원이 전문병원, 종합병원과 경쟁하게 되면 규모가 큰 상급종합병원이 아무래도 경쟁력이 있으니 작은 병원들은 망해나갈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상급종합병원 중에서도 가장 리스크가 적고 진입 장벽이 낮은 곳부터 전환을 시작할 것”이라며 “이대로 사태가 계속 진행된다면 병원들은 각자 유리한 선택을 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상급종합병원들 사이에서 의료공백 장기화로 인해 운영이 한계에 달했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상급종합병원협의회는 지난 9일 입장문을 내고 “현재 상급종합병원의 존폐가 불투명한 위기 상황이다”라며 “환자로 보면 심폐소생술이 필요한 단계다”라고 호소했다.
의사들이 필수의료에 종사하게 하려면 정부가 일방적 의대 입학 정원 증원을 추진할 게 아니라 세심한 고민이 필요하다는 조언도 이어졌다. 장 교수는 수도꼭지를 열어 다양한 칸에 물을 채우는 그림을 제시하며 “원하는 곳에 원하는 인력이 가도록 하기 위해선 어느 곳에 물을 틀고, 어느 정도 틀 것인지 등 세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증원을 추진하기 전 배분 정책이 선행됐어야 한다”며 “이대로 가다간 의료 붕괴는 더 빨리 이뤄질 것”이라고 비판했다.
신대현 기자 sdh3698@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