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장 승진을 위해 연수를 준비하던 이영주(57)씨가 갑자기 쓰러져 뇌사 상태에 빠진 후 장기 및 인체 조직 기증을 통해 100여명에게 새 삶을 선물하고 떠났다.

한국장기조직기증원은 지난 11일 원광대병원에서 뇌사 상태에 빠진 이씨가 심장, 간장, 신장(좌우) 기증으로 4명의 생명을 살리고, 인체 조직 기증으로 100여명의 환자에게 새 삶을 선물한 후 숨졌다고 14일 밝혔다.

고인은 지난 7일 교장 승진을 위한 연수를 받으러 집에서 짐을 챙기던 중 쓰러졌다. 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를 받았지만 의식을 회복하지 못했다.

고인은 중·고교에서 영어 교사로 근무하다가 3년 전 교감이 됐고, 교장 승진을 앞두고 있었다. 평소 학생들을 자식처럼 아꼈으며, 특히 생활이 어렵고 학교생활에 적응을 못 하는 학생들에게 더욱 마음을 많이 썼다고 한다. 오는 15일 스승의 날을 며칠 앞두고 떠나 가족과 주변 사람들을 더욱 안타깝게 했다.

고인의 가족은 고인이 평소 자신이 죽게 되면 장기 기증을 통해 다른 사람을 살리고, 장기 기증이 어렵다면 시신 기증을 해서라도 의학 교육과 의학 인재 양성에 도움이 되길 바란다는 얘기를 자주 했다고 전했다.

군산시에서 3남 1녀 중 셋째로 태어난 고인은 자신보다 남을 먼저 생각했다. 또 남의 얘기를 잘 들어주는 따뜻한 사람이었다. 책과 신문 읽는 것을 좋아했고, 쉬는 날에는 자녀들과 함께 여행을 가고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는 자상한 아버지였다. 어려운 이웃을 위한 후원도 20년 넘게 해왔다.

고인의 아들인 이겨례씨는 “떠나시는 날 많은 분이 아버지를 위해 울어주셨다”면서 “타인을 위해 헌신하고 가족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모습, 이제는 우리가 기억하고 행동하겠다. 감사하고 너무 사랑한다”고 말했다.

이삼열 한국장기조직기증원 원장은 “생명 나눔을 통해 4명의 생명을 살리고 100여명의 환자 삶의 질을 개선해 주신 기증자와 유가족에게 감사드린다”며 “한국장기조직기증원은 한 분의 생명이라도 더 살리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신대현 기자 sdh3698@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