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사라진 그날 이후…일상도, 건강도 사라졌다” [실종, 멈춘 시계①]

“아이가 사라진 그날 이후…일상도, 건강도 사라졌다” [실종, 멈춘 시계①]

매년 5월 25일은 실종 아동의 날입니다. 드라마 속 에피소드가 아닙니다.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습니다. 쿠키뉴스가 만난 실종 아동 부모들의 아픔은 현재 진행형이었습니다. 오랜 세월 아이를 찾고 있는 실종 아동 부모들을 취재했습니다. 이들은 생활고에 허덕이고, 심리적 고통에 시달립니다. 우리 사회에서 외면 받고 있는 부모들의 이야기입니다. -편집자주-

기사승인 2024-05-21 06:00:01
최명규씨가 실종된 아들 최진호군의 사진을 보여주고 있다. 사진=이예솔 기자

“그날도 비가 부슬부슬 내렸지...”

담배 연기를 내뿜으며 최명규(58)씨가 말했다. 최씨의 기억은 비가 부슬부슬 내리던 그날에 멈춰 있다. 대개의 하루는 특별할 것 없이 지나가지만, 어떤 하루는 20년이 지나서까지도 선명하게 기억난다. 그의 기억은 아들 진호군이 실종된 그날에 멈춰 있다. 생업도 접고 오로지 진호를 찾기 위해 거리를 헤매기 시작했다. 그에게 남은 건 마음의 병과 생활고뿐이다.

“하나뿐인 아들이 집 앞에서 사라졌어요. 창문으로 분명 보고 있었는데, 순식간에”

대수롭지 않게 툭 던져 말하는 최씨의 눈은 금세 촉촉해졌다. 1996년 3월에 태어난 진호는 다섯 살 생일 두 달 뒤인 2000년 5월 실종됐다. 평범한 하루였다. 교회를 다녀온 뒤 집 앞 마당에서 놀던 진호는 24년이 지난 지금까지 집으로 돌아오지 않고 있다.

넉넉하진 않아도 부족함 없는 삶이었다. 진호가 실종된 후 최씨는 24년이란 세월 동안 전국을 뒤졌다. 경제적 어려움은 커졌고, 단란했던 가정도 무너졌다. 다니던 직장을 정리하고 일용직을 시작했다. 전국을 다니며 전단을 배포하기 쉽단 이유에서다. 빚을 져가며 진호를 찾는 데 쓴 돈만 약 14억원이다. 현재도 최소한의 생활비를 제외하곤 모두 진호를 찾는 비용으로 들어간다.

진호가 실종된 후 부모는 바로 경찰서에 신고했다. 그러나 만 4세 진호는 가출인으로 접수됐다. 수사는 신고 후 3일이 지난 뒤에나 시작됐다. 13년 전, 수백만원을 들여 인근 저수지를 수색하기도 했다.

“사비로 저수지를 수색해서 15cm가량의 뼈도 나왔어요. 돌아온 건 동물 뼈인지, 사람 뼈인지 모르겠다는 말뿐이었죠. 뼛가루라도 보내달라고 호소했어요.”

결국 최씨는 저수지 수색에서도 진호에 대한 단서를 찾지 못했다. 최씨의 목소리들 들어주는 사람은 없었다. 사망 신고도 할 수 없다. 생사를 알 수 없기에 찾는 것을 포기할 수도 없다. 여전히 실종 상태인 진호 앞으로 군대에서 징집소집통지서가 날아오던 날, 최씨는 또 한 번 무너졌다. 담담하게 시작한 이야기는 울분에 찬 원망까지 이어졌다. 아이를 찾기 위한 노력, 정부의 무관심, 억울함을 털어낼 사람이 없다는 외로움, 스스로를 향한 원망까지 최씨를 절망으로 몰아넣은 것들은 수없이 많았다.

시련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3년 전 최씨는 대장암 진단을 받았다. 속을 앓다가 생긴 것이다. 잠을 자도 1시간에 한 번씩 깬다. 정신도 피폐해져 갔다. 아들을 잃어버렸다는 자책감에 담배를 손에서 떼지 못했다. 하루에 피운 담배만 8~9갑이다.

“가정의 달이니, 어린이날이니, 어버이날이니 죄다 5월에만 있으니, 원...”

최씨는 30년 동안 봄을 잃었다. 다가올 봄도 그에겐 고통의 계절이다. 생명이 깨어나고 꽃길이 열리는 계절이 아닌 그리움이 커지는 시간이다. 봄이 주는 생명의 숨결은 오히려 최씨의 목을 조여왔다.

“나를 왜 갖다 버렸냐고 욕을 하더라도 다 큰 모습 한 번 보고 싶어요. 죽기 전 마지막 염원이에요. 아빠 원망해도 된다고, 아빠는 진호를 너무 사랑하고 지금까지도 널 찾고 있고 계속 찾을 거라는 말 꼭 전하고 싶습니다.”

장기실종아동부모들은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희망과 절망의 반복으로 끝이 없는 고통을 겪는다. 한국사회복지학회의 ‘장기실종아동 부모의 노년기 삶과 찾기 경험’ 논문에 따르면 장기실종아동의 부모들은 자녀의 상실과 그로 인한 고통으로 각종 정신적·신체적·경제적 문제에 시달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많이 언급된 부분은 실종의 후유증에 의한 의료비용 증가와 정부 지원 부족이었다.

이예솔 기자 ysolzz6@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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