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살배기 희택이가 사라진 건 40년 전이다. 희택의 어머니 박금자(81)씨는 빛바랜 사진을 매일 꺼내본다.
“희택이와 밥을 먹고 잠시 낮잠에 든 사이 아이가 사라졌어요. 경찰에 신고했지만, 지금까지도 흔적을 찾지 못했습니다.”
남편과 함께 생업을 제쳐두고 전국 어린이집과 보육원을 뒤졌다. 비극은 이어졌다. 희택의 아버지마저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희택이가 사라진 지 4년 뒤였다. 사건 이후 돈을 내놓으라는 협박 전화도 숱하게 받았다. 희망과 고통의 연속이었다. 한 공간에 있던 아들을 잃어버린 박씨는 날마다 ‘뼈가 녹는 기분’이라고 표현했다.
장기실종 아동은 지난해 기준 863명. 희택이를 비롯해 20년 이상 집으로 돌아가지 못한 아동이 집계된 수만 863명이라는 것이다. 사건 장기화로 경찰 데이터가 소실된 경우도 있다. 20년이란 시간이 지났다. 오랜 세월이 지났지만, 자녀의 모습은 눈에 선하다. 아이를 잃은 후 자책감과 우울감은 긴 시간 그들을 괴롭혔다. 장기실종 아동 부모는 대부분 노년기에 접어들었다.
“세월이 가니까 몸도 마음도 약해져요. 이젠 나이가 들어서 전처럼 찾으러 다니지도 못해요. 죽기 전에 우리 희택이가 찾아와서 내 눈을 감겨 주는 게 그게 내 소원이에요.”
정부는 장기실종 아동 가족에게 상담비와 의료비 등을 지원하고 있다. 부모들은 정부 지원이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수준은 아니라고 말한다.
질병과 실종과의 연관성을 입증하기 쉽지 않다. 실종 아동 가족은 자녀를 찾을 때까지 복합적인 문제를 겪는다. 가족 해체와 사회 부적응, 심신의 질병 등 심각한 후유증에 시달리게 된다. 하지만 소화제 하나를 처방받아야 하는 상황에서도 처방전이 없는 일반 소화제는 의료비 지원이 되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1인당 최대 150만원까지 지원이 나와요. 그마저도 그림의 떡이에요. 지원 조건이 까다로워서 혜택을 받지 못하는 부모들도 많죠.”
어렵게 실종과 연관성을 증명했다고 하더라도 금액에 부딪힌다. 실종아동 가족에 대한 의료비 지원 예산은 연간 5000만원에 불과하다. 현재 실종 아동 가족의 수는 대략 1000여명이다. 한 가족에 5만원씩 지원을 받는 꼴이다. 예산이 한정적이다 보니 한 가족에게 돌아가는 지원은 미미한 수준이다. 24년 전 실종된 진호의 아버지 최명규(58)씨는 폐소공포증과 우울증을 앓고 있다.
“심리상담을 하면 한 번에 기본 10만원 이상이에요. 일주일에 한 번 1년 동안 꾸준하게 나오라는데, 지금 정부 지원금으로는 어림도 없죠.”
실종 아동 가족 특성상 장기간 치료를 지속해야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현재 정도의 예산으로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최씨는 치료를 위해 저렴한 병원을 찾아다닌다.
이예솔 기자 ysolzz6@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