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만 여명의 조합원을 거느린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위원장 선거가 내홍을 겪고 있다. 금품제공 논란으로 당선무효 결정을 받은 차기 당선인이 이에 불복, 효력정지 신청을 내는 등 법적 대응으로 번지고 있다. 갈등 장기화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노조는 이날 지부대표자회의를 개최하고, 중앙집행위원회가 재선거 일자를 결정한다. 재선거 일자가 정해지면, 선거관리위원장이 이를 공고할 예정이다. 윤석구 신임 금융노조위원장(KEB하나은행지부 노조위원장)은 지난 20일부로 직무가 정지된 상태다.
앞서 금융노조는 지난달 22~24일 박홍배 전 금융노조위원장의 총선 출마로 인한 사퇴로 제27대 임원(노조위원장·수석부위원장·사무총장) 보궐 선거를 진행했다. 보궐선거에서 기호 2번 윤 위원장 측이 51.88%의 지지를 받아 기호 1번(48.12%)을 제치고 당선됐다.
그러나 상대 후보인 김형선 위원장(IBK기업은행지부 노조위원장) 측은 선거 과정에서 금품제공과 사측의 선거 개입이 있었다며 선관위에 이의를 신청했다. 이들은 “윤 위원장 측이 선거기간 중 하나은행지부 일부 조합원에게 경품을 지급했고, 지부 노동교육 현장에 은행 사측이 참석해 전 직원에게 물품을 지원하겠다는 지부 공약에 힘을 실었다”며 “노조의 자주성과 선거 공정성을 위반했다”는 입장이다.
선관위도 김 위원장 측 입장을 받아들였다. 금융노조 선관위는 지난 20일 회의에서 보궐선거 결과에 대한 이의신청 사건을 심의, 선거기간 중 윤 위원장 측이 조합원 대상 금품 제공 및 사용자 지원 정황의 부정선거 행위를 했다고 보고 윤 위원장의 당선 무효를 결정했다.
노조 규약에 따라 새로운 집행부 선출을 위한 선거는 30일 이내, 즉 내달 19일 전 실시돼야 한다. 두 후보 측이 다시 맞붙게 될 예정이다. 일부 지부에선 불미스러운 일로 재선거를 진행할 때 사건에 연루된 후보 모두 등록을 할 수 없지만, 금융노조는 이와 같은 규약이 없기 때문이다.
윤 위원장 측은 금융노조 법률자문을 담당하는 법무법인이 ‘통상적 노조 활동으로 보인다’는 의견을 냈음에도 불구하고, 선관위가 당선무효 결정을 내렸다고 반발하고 있다. 선관위의 정치적 중립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이에 지난 21일 법원에 직무정지에 대한 효력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윤 위원장 측은 당선무효 결정이 나자 입장문을 내 “‘선거관리위원은 선거운동을 할 수 없다’고 명시된 선거관리규정을 비웃기라도 하듯 선관위원장을 포함, 3인의 소속 지부는 낙선후보를 지지하는 서명에 동참했다. 법률 자문의 회신도 무시했다”며 “친목회에서나 가능한 선관위 당선무효 결정은 반드시 법원 판단으로 철퇴가 내려질 것이다. 재선거 일정보다 당선무효 결정에 대한 ‘효력정지 가처분’ 결과가 더 빨리 나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윤 위원장 측은 쿠키뉴스에 “법률자문을 무시하고 당선 무효 판단을 내린 것과, 중립성에 어긋난 선관위 행보를 고려해보면 선관위 결정을 용납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지지하는 후보에 따라 노조 내부 여론이 양분되고 금융노조 업무에도 지장이 생긴 상황이다. 금융노조 관계자는 “기존에 하던 실무에는 큰 문제가 없지만, 결정권자가 불분명하다 보니 새로 시작해야 하는 사업 추진에 차질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윤 위원장 측의 가처분 신청이 법원에서 인용될 경우, 김 위원장 측에서 다시 당선 무효가 효력이 있다는 내용으로 본안 소송을 제기하며 법적 다툼이 장기화 될 수도 있는 상황이다.
금융노조 또다른 관계자는 “윤 위원장 측은 선관위가 법률자문을 무시했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지만, 선관위도 여러 경로로 법률적 판단을 받았고 법적 다툼에 대해서도 충분히 고려를 해 내린 결정”이라며 “여러 경우의 수를 충분히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