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조한 ‘남성 HPV 예방’ 인식…“미래 세대 위한 중요한 투자”

저조한 ‘남성 HPV 예방’ 인식…“미래 세대 위한 중요한 투자”

한국MSD ‘가다실9’ 출시 9주년
HPV 암 예방 효과 90% 달하지만 낮은 인식에 접종 외면
“HPV로 인한 남성 질병 부담 및 삶의 질 저하 과소 평가”
가다실9, 10년 후에도 HPV 항체 유지

기사승인 2024-05-27 16:59:22
한국MSD가 27일 HPV 백신 ‘가다실9’의 국내 출시 9주년을 맞아 개최한 기자간담회에서 이세영 중앙대병원 이비인후과 교수는 남성의 HPV 예방백신 접종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사진=신대현 기자

인체유두종바이러스(HPV) 관련 암으로 잘 알려진 자궁경부암뿐만 아니라 구인두암, 항문암, 질암 등 다양한 암을 예방하기 위해 남녀 모두 예방접종을 받아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한국MSD는 27일 HPV 백신 ‘가다실9’의 국내 출시 9주년을 맞아 서울 중구 서울스퀘어에서 ‘남녀 가리지 않는 암 원인 중 하나 HPV, ’9가 백신 남녀 접종‘이 세계적 트렌드’를 주제로 기자간담회를 개최했다.

HPV는 여성의 자궁경부암 등을 일으키는 주요 원인 바이러스다. 남성에선 생식기암, 두경부암을 일으키는 원인 인자이기도 하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최소 50% 이상은 일생 중 어느 때라도 HPV에 감염될 수 있다.

정부는 지난 2016년부터 만 12세 여아를 대상으로 HPV 예방백신 접종을 국가예방접종지원사업(NIP)으로 도입했다. 2022년부턴 만 12~17세 여성청소년, 만 18~26세 저소득층 여성까지 지원 대상을 확대했다. HPV 백신을 10대 초반에 접종하면 90% 이상 암을 예방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단 HPV 질환은 여성만의 질환이 아닌데도 HPV 백신은 ‘자궁경부암 백신’이라는 편견이 자리 잡아 남성의 백신 접종이 등한시되는 실정이다. 남아는 무료 접종 대상에서도 제외돼 있어 주로 성관계로 감염되는 HPV를 완전히 예방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세영 중앙대병원 이비인후과 교수는 “전 세계적으로 남성의 HPV 관련 암과 질병은 증가 추세이지만, HPV로 인한 남성의 질병 부담과 삶의 질 저하는 과소 평가돼 있다”며 “실제 국내 남성 HPV 예방률은 한 자리수로 적극적인 HPV 예방사업을 펼쳐온 호주, 영국과 비교하면 턱없이 낮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호주의 남성 HPV 백신 접종률은 2020년 기준 78%다. 영국은 만 9세에 1회 접종을 시작한 비율이 2022~2023년 남녀 평균 60~70%에 달한다.

이 교수는 남성 HPV 질병 부담이 과소 평가돼 온 원인에 대해 “대표적인 남성 HPV 암인 구인두암이 정기적인 검진이 이뤄지지 않거나 진단이 어렵고, HPV가 남성 암의 원인이라는 인식이 부재하다”며 “남성에서 호발하는 HPV로 인한 생식기 사마귀 재발도 지속되지만 남성 HPV 질환으로 인한 삶의 질과 질병 부담이 수면 위로 드러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국제인유두종협회(IPVS)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발생하는 암의 5%는 HPV가 원인일 만큼 여성뿐만 아니라 남성에서도 많이 나타난다. 이 교수에 따르면 미국의 경우 남성의 HPV 관련 구인두암 발생률은 여성 자궁경부암 발생률을 앞질렀다. 최근엔 HPV 감염 남성의 정자 수 및 운동성에 이상을 보인 반응(75%)이 HPV 미감염 남성(43.8%)보다 30% 이상 높게 나타났단 연구 결과도 나왔다. 여성뿐만 아니라 남성도 HPV 예방백신 접종이 중요한 이유다.

이 교수는 “OECD 국가를 포함한 전 세계 86개국은 남녀 모두에게 HPV 백신 접종을 국가가 지원한다”며 “유럽 암 기구에선 유럽 모든 국가의 청소년에게 HPV 백신 접종을 권장하고, 2030년까지 남녀 청소년 90%의 HPV 백신 접근성을 확보할 계획이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적극적인 HPV 예방이 미래 세대의 건강과 국가 보건 증진에 미치는 영향은 다른 나라 사례를 통해 충분히 확인됐다”며 “대한이비인후과학회를 비롯한 국내 학계에선 남녀 동시 접종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충분히 형성돼 있다”고 강조했다.

한국MSD가 27일 HPV 백신 ‘가다실9’의 국내 출시 9주년을 맞아 개최한 기자간담회에서 양경선 MSD 의학부 이사는 “남녀 모두 HPV로 인한 암과 질병을 효과적으로 예방할 수 있도록 다각적으로 노력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사진=신대현 기자

현재 국내에서 사용 가능한 HPV 백신은 영국 GSK의 2가 백신 ‘서바릭스’, 한국MSD의 4가 백신 ‘가다실’과 9가 백신 ‘가다실9’ 등이 있다. 가다실9은 만 9~45세 여성과 만 9~26세 남성에서 접종이 가능하며 자궁경부암, 외음부암, 질암, 항문암, 생식기 사마귀 등의 적응증을 허가 받았다. 하지만 HPV NIP 대상인 백신은 2가와 4가 백신뿐이며, 9가 백신은 포함되지 않는다.

양경선 MSD 의학부 이사는 “가다실과 가다실9은 ‘암도 예방할 수 있다’는 새로운 의학적 지평을 열며 공중보건 향상에 기여하고 있다”면서 “특히 가다실9은 접종 후 10년 간 장기 추적 연구를 통해 면역원성, 유효성, 안전성을 평가해오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해 10월 미국소아과학회지에 게재된 연구 결과에 따르면, 가다실9을 1년 안에 3차까지 접종한 9~15세 남아 301명과 여야 971명을 10년간 추적 관찰한 결과 남녀 모두 3차 접종 후 10년 후에도 HPV 항체 반응이 나타났다. 

양 이사는 “한국MSD는 최신 백신의 접근성 향상을 통해 남녀 모두가 HPV로 인한 암과 질병을 효과적으로 예방할 수 있도록 다각적으로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신대현 기자 sdh3698@kukinews.com
신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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