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이 세계적인 화두다. 분야를 막론하고 AI는 모든 산업군에서 활용도를 높여가고 있다. 유통가도 예외는 아니다. AI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AI를 적용하는 범위도 다각도로 확대되는 모습이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편의점과 대형마트, 이커머스 등은 다양한 AI 기술을 업무에 도입하며 경쟁력을 강화해 나가고 있다.
세븐일레븐은 최첨단 생성형 AI를 기반으로 한 ‘AI-FC(인공지능 운영관리자)’ 서비스를 선보였다. AI-FC는 편의점 운영 효율 개선을 위해 세븐일레븐, 롯데이노베이트, 랭코드가 협업해 개발한 점포 어시스턴트 챗봇이다. 기존 챗봇 서비스는 시나리오 기반으로 사용자가 직접 질문을 단계별로 선택해 접근할 수 있었던 반면 AI-FC는 직접 대화하는 형식으로 질의할 수 있어 사용자 접근성이 한층 높아진 게 특징이다. 운영 매뉴얼과 시스템 매뉴얼 등 약 700페이지에 달하는 30여개의 문서를 학습해 사용자입장에서 질문의 의도를 신속하게 파악해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도록 설계됐다.
GS25도 이달부터 AI를 활용한 편의점 시설 안전 관리에 나섰다. 편의점 공사 현장에 ‘스마트 지능형 안전관리 시스템’을 도입하고 안전관리 역량을 강화했다. 이 시스템은 CCTV에 AI 기술을 접목해 AI가 위험상황을 자동으로 분석하고 관리자에게 알람을 보내는 것이 특징이다. 예를 들어 CCTV가 공사 현장 내 화재나 응급 호출, 장시간 쓰러짐, 안전모 미착용 그리고 외부 침입 등을 감지하면, 클라우드 AI 플랫폼을 통해 GS25 관제센터에 자동으로 비상 알림을 보내고 이를 본사 안전 관리 책임자가 확인해 조치하는 식이다.
GS25는 수년간 상품 패키지 디자인부터 콘텐츠 제작, 매장 운영, 안전관리까지 다방면에 걸쳐 AI 기술을 적용해 디지털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해 10월에는 AI 기반의 스마트 편의점인 GS25 가산스마트점을 오픈했으며, 가맹점의 효율적인 점포 관리를 위해 빅데이터를 활용한 AI 기반의 시스템도 구축하고 있다.
CU는 지난해 ‘스마트 발주 2.0’ 시스템을 도입했다. 이 시스템은 AI 컴퓨터가 기존 상품 판매 실적을 바탕으로 상품별 적정 재고량을 자동 산출해 상품 운영 편의성을 돕는다. 기존 담배 등 일부 제품에만 적용됐으나 업그레이드를 통해 음료, 주류, 스낵, 라면 등 상온 식품과 비식품류까지 약 4000여개 제품으로 확대했다. 최신 인공지능(AI) 딥러닝 기술을 적용한 것도 특징이다. 알고리즘에 따라 상품별 요일, 계절, 행사 등 다양한 변수를 반영해 적정 발주량을 산출한다.
대형마트도 진화된 AI 기술을 통해 활용 범위를 넓혀가고 있다. 롯데마트와 슈퍼는 고도화된 품질 관리를 위해 AI 선별 시스템을 도입했다. 기존에 사용하던 ‘비파괴 당도 선별기’에서 한 단계 더 진화한 기술이다. 선별기에 ‘딥러닝’ 기반의 첨단 AI를 활용한 농산물 품질 판단 시스템을 더해 선별의 객관성과 정확도를 높였다.
이마트는 산하에 AI·데이터 기술 관련 본부를 신설해 운영하고 있다. AI를 상품 추천과 고객 리뷰 등에 활용해 고객이 남긴 상품 리뷰를 분석하고 부정 반응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시스템도 구축했다. 지난 2월에는 소비자 리뷰를 AI가 관리하는 e-트렌드 시스템도 도입했다.
홈플러스는 AI를 활용한 최저가 가격 정책에 나서고 있다. AI 최저가는 매주 선정한 핵심 제품들을 업계 최저가 수준으로 선보이는 빅데이터 알고리즘 기반의 가격 제도다.
이처럼 유통 업체들이 앞다퉈 AI 활용에 뛰어들면서 시장 경쟁도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단순히 검색 서비스를 넘어 개인 맞춤형 추천 서비스와 챗봇 상담, 나아가 무인 서비스까지 영역도 다양해지는 추세다. 시장조사업체 IDC에 따르면 국내 AI 시장 규모는 지난해 2조6123억원에서 오는 2027년 4조4600억원까지 확대될 것으로 관측된다.
전문가는 AI 시장 성장세도 가파른 만큼 앞으로 유통업계 전반에서 AI 활용은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김현철 한국인공지능협회장은 “대규모 유통 회사들의 경우 손쉽게 전산 효율화가 가능한 스마트 물류 시스템 등을 속속 도입하고 있다. 향후 물류 단계에서 현장 인력들이 로봇으로 전환되는 형태로 인건비나 노동 효율화가 이뤄질 것”이라며 “유통 측면에선 소비자 편의를 위해 드론을 통한 배달 효율화 도입 등이 가능한 영역”이라고 설명했다.
김진형 전 인공지능연구원장은 “소비자 성향이나 취향을 분석한 개인 추천 서비스 등의 활용도가 높아지고 있다”면서 “물류 창고에서 적정 재고를 예측하는데 AI가 많이 활용되는 추세”라며 “물류 효율성을 기반으로 한 빠른 배달 서비스 등에 AI가 상당한 성과를 내고 있다”고 말했다.
김한나 기자 hanna7@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