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원년 시즌부터 지난해까지 9년 동안 한국여자바둑리그에서 독보적인 역할을 담당해왔던 여자 바둑 랭킹 1위 최정 9단의 모습을 이번 2024 시즌 여자바둑리그에서는 볼 수 없게 됐다.
앞선 28일 쿠키뉴스 단독 보도로 알려진 최정 9단의 여자바둑리그 불참과 관련된 파장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타이틀 후원사인 NH농협은행과 최 9단을 보유하고 있던 보령시는 모두 ‘일본 천재 바둑소녀’ 스미레를 대안으로 점찍었다.
여자바둑리그 후원사인 NH농협은행 관계자는 쿠키뉴스에 “농협은행은 대회 흥행도 중요하지만 여자 바둑 저변 확대를 위한 사회 공헌적인 성격으로 후원하고 있다”면서 “최정 9단 불참으로 인한 흥행 실패를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올해 무섭게 기세고 오르고 있는 김은지 선수와 한국기원에서 객원기사로 활동하게 된 일본 스미레 등 좋은 선수들이 빈자리를 메울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2020년부터 여자바둑리그에 ‘보령 머드’ 팀을 창단해 이번 시즌까지 5년 연속으로 후원을 이어오고 있는 보령시는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보령시는 ‘지역 연고’ 선수로 최정 9단을 드래프트 없이 주장으로 지명, 2020~2023 4시즌 연속 보유해왔기 때문이다.
보령시 관계자는 쿠키뉴스에 “한국기원으로부터 최정 9단이 올해 여자바둑리그에 불참하기로 했다는 소식을 며칠 전에 전해들었다”면서 “보령 팀에서는 선수 드래프트에서 일본 스미레 선수를 뽑는 것에 주력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여자바둑리그의 아이콘이었던 최정 9단은 2015시즌부터 2023시즌까지 정규리그 통산 105승15패, 승률 87.5% 독보적인 기록을 남겼다. 105승을 거둔 다승과 9년 동안 87%를 유지한 승률에서 모두 독보적 1위다. 아울러 연승 부문도 최 9단이 왕좌에 올라 있다. 정규리그 27연승 기록을 남긴 최 9단은 여자바둑리그에서 다승왕을 무려 9번, MVP도 4번 수상한 바 있다.
최정 9단이 불참한 가운데 이번 시즌 여자바둑리그는 유례없는 ‘드래프트 광풍’이 휘몰아칠 전망이다. 여자바둑리그는 바둑리그와 마찬가지로 최대 3년인 보유 연한이 만료되면 강제로 선수를 방출하게 돼 있는데, 이번에 드래프트 시장에 나오는 ‘대어’로 바둑리그 울산 고려아연 우승의 히로인 김채영 8단을 비롯해 오유진 조혜연 9단, 조승아 6단 등이 있다. 모두 각 팀의 주장을 맡을 수 있는 핵심 전력으로 분류된다.
삼척시에서 보유 연한이 모두 만료된 조혜연 9단과 달리, 순천만국가정원 주장 오유진 9단과 서귀포 칠십리 주장 조승아 6단은 소속 팀이 해체되면서 ‘뽑기’를 통해 새로운 팀을 찾게 됐다. 여자바둑리그 드래프트는 추첨을 통해 100% 운으로 선수를 뽑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한편 순천시는 홍보 부족, 서귀포시는 예산 삭감 등을 이유로 이번 여자바둑리그 참가를 포기했다. 순천시 관계자는 쿠키뉴스와 통화에서 “지난해 8500만원의 보조금을 지원했는데, 큰 비용을 낸 것에 비해 지자체 홍보 효과가 떨어졌다”면서 “한국기원에 내는 참가비로 대부분이 집행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감독 1명에 선수 4~5명 정도인데 지원금이 너무 커서 부담이 됐다”면서 “한국기원 측에서 별다른 홍보 활동 없이 유니폼에 순천시 팀 로고를 붙이는 정도만 해줬는데, 큰 효과를 보지 못했다”고 털어놨다. 서귀포시 관계자는 쿠키뉴스에 “재정적 어려움으로 올해는 예산이 편성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한국기원 측은 여자바둑리그 홍보가 부족했다는 지적에 대한 공식 입장을 묻는 쿠키뉴스 질문에 아직 답변하지 않았다.
올해로 10년을 맞은 2024 NH농협은행 한국여자바둑리그는 오는 6월5일 선수선발식을 시작으로 포문을 연다. 8개 팀이 경합하는 여자바둑리그 우승상금은 5500만원, 준우승상금은 3500만원이며 3위 2500만원, 4위 1500만원이 각각 수여된다. 상금은 해당 팀 선수 4명이 나눈다.
단체전 상금과 별도로 정규리그 매 라운드마다 승자에게 130만원, 패자에게 40만원의 대국료를 지급한다. 3대 3 단체전으로 펼치는 여자바둑리그 특성상, 해당 라운드 경기에 참가하지 못하는 선수가 발생하는데, 미출전 선수에게는 10만원의 수당을 준다.
이영재 기자 youngjae@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