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힘 대신 민주’ 택한 김한규, 민주당의 길을 말하다 [쿡 인터뷰]

‘국힘 대신 민주’ 택한 김한규, 민주당의 길을 말하다 [쿡 인터뷰]

“이재명 ‘중도보수’ 맞아…민주당, 포괄적인 당으로 가야”
“민주냐, 비민주냐 여전히 중요한 기준”
“‘반기업’ 이미지 깨기 위해 도전할 것”

기사승인 2025-03-03 06:00:07
김한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8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원회관에서 쿠키뉴스와 인터뷰하고 있다. 유희태 기자

“보수정당 입당식을 앞두고 밤새 고민했지만 도저히 답을 쓸 수 없었어요”

김한규 더불어민주당 의원(재선·제주시을)은 지난 2018년 보수정당의 영입 제안을 거절한 이유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서울대 정치학과 및 법대를 졸업하고 사법시험에 합격한 그는 하버드대학교에서 법학 석사 학위를 받은 후 국내 최고 로펌 중 하나인 김앤장에서 변호사로 활동했다. 흔히 ‘초엘리트 법조인’으로 불리는 그의 이력은 보수정당에서 여러 차례 러브콜을 보내기에 충분한 배경이었다. 하지만 그는 민주당을 선택했다. 

최근 이재명 대표가 당의 정체성을 두고 ‘중도보수’를 선언하면서 민주당 노선 논쟁이 뜨거워진 상황에서, 김 의원의 선택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그는 왜 보수정당의 제안을 거절했을까. 그리고 지금의 민주당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을까. 보수정당을 거절한 그의 결정은 더욱 의미 있는 질문을 던진다. 지난달 28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김 의원을 만나 그의 정치철학을 들어봤다. 

김 의원은 보수정당의 영입 제안을 거절한 이유에 대해 “현실 정치를 시작할 기회가 쉽게 오지 않는다는 점에서 깊이 고민했다”며 “보수정당 입당식을 앞두고, 왜 이 정당을 선택했는지 이유를 밝혀달라는 요청을 받았는데 밤새 고민했지만 답을 쓸 수 없었다. 결국 입당식을 며칠 앞두고 거절했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그때 고민했던 요소가 두 가지였다”고 설명했다. 첫째, 한국 정치의 스펙트럼은 정책 차이보다는 민주주의에 대한 태도에서 갈린다고 봤다. 그는 “저희 세대에게는 ‘민주냐, 비민주냐’가 중요한 기준이었다. 이는 지금도 유효하다”며 “최근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논란을 보면서 민주주의에 대한 문제의식이 여전히 중요하다는 걸 확인했다”고 했다.

둘째는 개인적인 삶의 경험이었다. 김 의원은 “경제적으로 여유로운 환경에서 성장했지만, 항상 사회적 불평등에 대한 불편함과 미안함을 느꼈다”며 “불합리하고 부당한 부분을 개선해야 한다는 도덕적 책임감을 강하게 느꼈고, 민주당이 추구하는 ‘함께 잘 사는 사회’라는 가치가 저와 맞닿아 있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소위 ‘강남좌파’라고 불리는 분들도 계급적 이해관계와 다른 선택을 하는 경우가 많다”며 “경제적 여유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더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사회적 부조리를 개선하는 데 힘써야 한다는 도덕적 의무감이 영향을 미친다. 민주당 지지층에는 이런 분들도 많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그는 보수정당이 말하는 ‘보수의 가치’와 이재명 대표의 ‘중도보수’ 노선의 차이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김 의원은 “보수정당은 시장에 맡겨야 한다는 입장이고, 민주당은 국가가 보다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한다는 입장”이라며 “큰 차이가 아닐 수도 있지만, 결국 이 차이가 정책 방향을 가른다”고 평가했다.

이어 “제가 대형 로펌에서 기업 인수합병 등을 전문적으로 맡아 일했던 경험이 있는 만큼 기업과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효용을 인정한다. 특정 이슈에서 노동자와 사업주를 무조건 이분법적으로 나누기보다 사안별로 합리적 판단을 해야 한다”며 “국가가 특정 산업을 육성하는 것이 진정한 진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반도체특별법을 비롯해 AI, 에너지 산업 육성 등은 기존의 ‘신자유주의’와는 다른 접근 방식이며, 이는 새로운 시대의 ‘진보’라고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 의원은 “이재명 대표의 ‘중도보수’ 선언은 선거 전략적으로 매우 효과적인 선택”이라며 “민주당이 포괄적인 정당으로 나아가기 위한 과정 중 하나다. 중요한 것은 특정한 이념적 틀에 갇히기보다 실질적인 정책과 가치 실현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민주당이 중도보수를 표방한다고 해서 전통적인 지지층이 크게 이탈할 거라고 보지는 않는다”며 “실제로 민주당이 추진하는 정책들은 여전히 사회적 약자와 서민을 위한 것들이고, 진보정당이 주장해온 의제들과도 맥을 같이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일부 강한 진보적 색채를 가진 분들은 서운할 수도 있겠지만, 민주당이 정치적 이슈에서는 진보적이면서도 사회경제적 이슈에서는 다양한 스펙트럼을 포괄하고 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특히 김 의원은 민주당이 과거 금기시했던 주제들에 대해서도 도전하고 싶다고 밝혔다. 그는 “반기업적인 정당이라는 고정관념을 깨기 위해서라도, 우리가 무조건 특정 입장을 배척할 것이 아니라 국민들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사안이라면 유연한 시각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김한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8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원회관에서 쿠키뉴스와 인터뷰하고 있다. 유희태 기자

“여가위 졸업할 때 안 됐다”
“사회적 예방을 위한 선제적 대응 부족했다”

김 의원은 22대 국회에서 여성가족위원회 야당 간사를 맡았다. 21대 국회에서도 정무위원회와 여성가족위원회에서 활동했던 그는 이번에도 같은 상임위를 선택했다. 그 이유에 대해 김 의원은 “초등학생 딸을 키우는 아빠로서 맞벌이 육아의 어려움을 절실히 느꼈다”며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저조차도 힘든데, 더 젊은 세대는 과연 결혼하고 아이를 키우면서 잘 살아갈 수 있을까 고민이 들었다. 저출산 문제도 결국 이런 현실과 맞닿아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여성분들은 제가 얘기를 해도 본인들 요구사항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 한다고 이해하지 못 한다고 볼 수 있다”며 “그래서 한참 멀었다고 본다. 여가위 졸업할 때가 안 됐다”고 했다. 

그러면서 “여가위에서 여성과 가족 문제를 지속적으로 다루면서, 민주당이 이 부분에서 더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며 “스토킹 처벌법이나 딥페이크 규제 법안도 사건이 터진 후 처벌 강화나 피해자 보호를 논의하는 후발적 대응이 많았다. 사회적 예방을 위한 선제적 대응이 부족했다는 반성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젠더 이슈가 차기 대선에서도 중요한 의제가 될 것이라는 점도 강조했다. 김 의원은 “단순히 ‘남녀 모두 중요하다’는 식의 추상적인 접근이 아니라, 지금 20대가 경험하는 현실을 세밀하게 들여다봐야 한다”며 “예를 들어 20대 남성이 보수화됐다고 단정 짓고 밀어낼 필요는 없다. 반대로 20대 여성이 계속 민주당 지지층일 것이라고도 장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승은 기자
selee2312@kukinews.com
이승은 기자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추천기사
많이 본 기사
오피니언
실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