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잉 항공기의 결함이 발견됐다는 내부 고발과 연이은 기체 결함 이슈로 국내 항공사의 보잉 항공기 기재 도입이 우려된다.
6일 업계에 따르면 스피릿 에어로시스템즈에서 지난 2010년부터 2022년까지 근무한 산티아고 파레데스씨는 영국 BBC와의 인터뷰를 통해 “보잉으로 배송될 비행기 동체 부품에서 최대 200개의 결함을 종종 발견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빠진 패스너, 구부러진 부품, 때로는 누락된 부품도 많이 발견했다”며 “회사는 배송되는 동체 부품이 불량이라는 것에는 초점을 맞추지 않았고, 그저 할당량·일정·예산 충족에만 집중하며 제품이 배송되길 바랄 뿐이었다. 숫자가 좋아 보이면 제품 상태에는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스피릿 측은 동의하지 않는다고 반박했지만, 최근 이어진 사고 소식으로 글로벌 항공 산업의 입지를 다졌던 보잉은 안전사고의 대명사가 됐다.
지난 1월5일 미국 오리건주 포틀랜드 국제공항에서 이륙한 보잉 737 맥스9 여객기는 약 5000m 상공을 비행하던 중 창문과 벽체 일부가 뜯겨 나가면서 비상 착륙했다. 미국 국가교통안전위원회(NTSB)의 예비 조사 결과, 비행기 조립 시 문을 고정하는 볼트 4개가 누락된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달 6일에는 미국 피닉스로 향하던 알래스카항공 보잉 737-800 여객기의 객실에서 연기가 발생해 포틀랜드 공항으로 돌아갔다. 이틀 뒤에는 텍사스주 휴스턴 국제공항에서 유나이티드항공의 보잉 737 맥스8 기종이 착륙 후 활주로를 주행하던 중 이탈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26일에는 미 뉴욕 존 F. 케네디 국제공항에서 출발해 로스앤젤레스로 향하던 델타항공 보잉 767 여객기에서 이륙 직후 기내 오른편 비상 탈출용 슬라이드가 떨어졌다. 또한 이번 달 4일 오전 10시16분쯤 이륙한 미국 로스앤젤레스행 화물기 보잉 777은 이륙 이후 엔진 이상으로 긴급 회항하기도 했다.
해외 항공사는 보잉 항공기의 사고 소식과 안전 이슈로 신규 주문을 배제하는 모습이다.
유나이티드 항공은 주문한 보잉 737 맥스 10기종의 출고가 늦어지자, 에어버스와 구매 협상 중이다. 사우스웨스트 항공도 보잉에 주문했던 항공기 중 일부만 인도받을 예정이라며 맥스7 항공기는 아예 안 받겠다고 선언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국내 항공업계는 보잉사의 기재 도입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대한항공이 이르면 7월 중 보잉사에 항공기 30대 구매를 위한 발주를 할 계획을 발표한 데 이어 에어프레미아는 올해 보잉 B787-9 기체 2기를 추가 도입한다는 방침이다. 이스타항공은 최근 777-200ER 도입을 위한 내부 협의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항공업계는 품질 문제가 제기된 보잉사 기재 도입에 대해 우려의 시선은 공감한다면서도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였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항공기 도입 시 수개월 내 전량 도입하는 개념이 아니라 장기간에 걸쳐 도입이 이뤄진다”며 “최근 보잉 안전 이슈가 있다는 이유로 고려해 왔던 기재 도입 계약을 파기하기는 어렵다”라고 말했다.
그는 “항공기 도입 계약을 하더라도 도입하기까지 10년 이상 걸리기도 한다”며 “보잉 항공기에 대한 안전 우려가 제기된 이후 기재 도입을 철회하기 어려운 이유”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항공업계에서 미 연방항공청(FAA)의 발표가 중요한 기준이 되는데, FAA에서도 보잉사에 대한 운항 금지를 내리지 않은 상황인 만큼 우려로 인한 기재 도입 철회는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국토교통부 역시 FAA의 조사 이후 문제가 발견되면 즉시 항공사와 함께 승객 안전에 문제가 없도록 철저히 대처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미국 교통 당국은 국내·미국 항공사에서 운행 중인 모든 보잉 737 맥스 9의 운항을 임시 중지하라고 명령했다. 현재 국내에는 보잉 787 드림라이너 19대가 운영 중이다. 대한항공이 14대, 에어프레미아가 5대를 보유하고 있다.
조은비 기자 silver_b@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