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 동의·소통 없었다”…‘밀양 성폭력’ 사적제재의 그림자

“피해자 동의·소통 없었다”…‘밀양 성폭력’ 사적제재의 그림자

기사승인 2024-06-07 21:56:12
밀양 성폭력 사건 가해자의 신상을 공개해온 유튜브 채널. 유튜브 영상 캡처  

‘밀양 집단성폭력’ 사건의 가해자 신상을 공개해 온 유튜버가 관련 영상을 모두 삭제했다. ‘피해자와의 긴밀한 소통’을 삭제 이유로 들었으나 “사실과 다르다”는 비판이 나온다.

유튜브 채널 ‘나락보관소’는 7일 오후 5시40분 유튜브 커뮤니티를 통해 “밀양 피해자분들과 긴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피해자분들의 간곡한 요청이 있었다”며 “제가 제작한 밀양 관련 영상들도 전부 내렸다”는 글을 게재했다.

그러나 같은 날 피해자 지원단체인 한국성폭력상담소(상담소)는 “나락보관소의 공지는 사실과 다르다”며 “피해자분들은 지난 5일 오후 이후 해당 유튜버와 소통한 바 없다”고 밝혔다. 이어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피해자의 의사를 확인하지도, 경청하지도, 반영하지도 않았던 나락보관소의 행태에 문제를 제기한다”며 “유튜브 콘텐츠를 위해 피해자가 희생된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앞서 나락보관소는 피해자 가족이 동의했다며 가해자 44명의 신상을 모두 공개하겠다는 공지를 게재했다. 그러나 이는 사실이 아니었다. 상담소에 따르면 피해자들은 지난 3일부터 ‘피해자 가족이 (신상공개에) 동의했다는 내용을 내려달라’고 여러 차례 요청했으나 반영되지 않았다. 이에 피해자들은 상담소와 상의 후 5일 오후 9시30분 보도자료를 배부했다. 이후 나락보관소는 피해자 가족이 동의했다는 공지를 다음 날인 6일 새벽 삭제했다.

상담소는 “피해자의 자발적이고 진정한 의사가 반영되지 않은 그 어떤 제3자에 의한 공론화도 피해자의 안녕과 안전에 앞설 수 없음을 분명히 밝힌다”고 강조했다.

사회적으로 논란이 됐던 사건 관련 인물의 신상을 공개해 왔던 나락보관소는 지난 1일 밀양 성폭력 사건 가해자의 신상을 공개했다. 6일까지 사건의 가해자로 지목된 남성 3명과 2차 가해를 벌인 여성 1명 등 총 4명의 이름과 얼굴, 직업, 가족관계 등을 담은 영상을 제작, 공개했다. 조회수는 수백만을 기록했다. 구독자 수도 기존 5만명에서 50만명으로 크게 늘었다.

다만 문제도 속속 터져 나왔다. 사건과 관계없는 인물이 가해자와 연인관계로 지목되며 큰 피해를 봤다. 무분별한 인신공격이 이뤄졌다. 해당 인물이 억울함을 호소했으나 나락보관소는 “아니라고 하니까 믿어주자^^”는 조롱의 글을 올리기도 했다. 그러나 이후 “해당 인물은 이 사건 가해자와 관계가 없다”며 “전후 사정이 어떻든 간에 제가 잘못한 부분에 대해 욕하시면 달게 받겠다. 해당 인물에 대한 공격을 멈춰달라”는 글을 게재했다.

피해자 지원단체에 대한 근거 없는 비난과 공격도 있었다. 상담소에서 나락보관소가 ‘피해자의 동의를 구한 적 없다’는 보도자료를 낸 후, 상담소는 공격 대상이 됐다. 나락보관소도 불을 지폈다. 그는 “20년 동안 아무런 얘기가 없다가 한쪽 의견만 듣고서 언론플레이를 하고 있다. 너희들 하는 꼬라지를 보니 여혐(여성혐오)을 신뢰하게 될 지경”이라는 글을 게재했다. 해당 글도 이후 삭제됐다.

지난 2020년에도 ‘디지털교도소’ 사이트가 성범죄자 등의 신상정보를 공개해 논란이 됐다. 성범죄와 살인, 아동학대 사건 피의자의 신상과 법원 선고 결과 등을 상세히 게재했다. 그러나 형이 확정된 이들뿐만 아니라 ‘추정’되는 이들의 신상 또한 올라와 논란이 됐다. 무고한 이들이 범죄자로 신상이 공개돼 큰 피해를 봤다.

이소연 기자 soyeon@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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