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식품주들이 글로벌 ‘K-푸드’ 인기에 힘입어 올해 코스피 상승률을 크게 웃돌고 있다. 글로벌 투자자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는 엔비디아 수익률을 넘어선 종목도 등장했다. 관련 상장지수펀드(ETF) 수익률도 치솟는 상황이다.
1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식료품과 유통, 화장품 등의 주요 기업들로 구성된 KRX 300 필수소비재 지수는 올해 초 1179.48에서 전날까지 1317.74로 11.72% 치솟았다. 같은 기간 코스피 지수 상승률인 2.78% 대비 약 4배 높다.
KRX 300 필수소비재 지수 구성 종목별로 살펴보면 식품 관련 종목들이 지수 상승을 견인했다. 삼양식품 주가는 연초 23만4500원에서 전날 종가 기준 68만8000원으로 무려 192.53% 급등했다. 이는 액면분할(7일)에 앞서 올해 엔비디아 주가 상승률인 150%대를 웃도는 수준이다.
식품주 시가총액 1위인 CJ제일제당 주가는 연초 32만3000원대에서 전날 38만9500원으로 20.58% 올랐다. 사조대림과 사조산업, 사조씨푸드 등 사조그룹 주가도 같은 기간 각각 124%, 17%, 75.47% 상승했다. 해태제과식품과 빙그레 주가의 경우 69%, 107% 뛴 9090원, 11만90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식품주 관련 ETF 수익률도 오르고 있다. 식품과 음료 기업에 투자하는 ‘HANARO Fn K-푸드’ ETF 수익률은 연초 이후 전날까지 31.54% 상승했다. 최근 한 달 기준 수익률은 24%에 달한다. 해당 ETF는 삼양식품과 농심, 빙그레, 하이트진로, CJ제일제당 등 대표적인 식품·음료 기업들로 이뤄졌다.
식품주들의 주가 랠리는 식품 수출 호조세가 배경으로 해석된다. 그간 내수 중심의 경기 방어주 역할을 수행하던 식품주가 K-컬쳐 확산에 따른 K-푸드의 글로벌 유행으로 성장주 반열에 등극했기 때문이다.
일례로 삼양식품은 올 1분기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각각 3857억원과 80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7.1%, 235.8% 성장했다. 미국 등 해외에서 주력 상품인 불닭볶음면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면서 해외 매출 비중도 74.9%로 10.6%p 늘었다.
장지혜 DS투자증권 연구원은 “K-푸드에 대한 글로벌 관심 증가와 주요 기업의 실정 성장이 맞물리며 음식료품 종목 주가 상승은 가파른 상황”이라며 “특히 삼양식품은 K-푸드의 인기가 기업 외형 성장뿐 아니라 수익성 개선까지 견인한다는 것을 증명하면서 섹터 전반의 밸류에이션 리레이팅을 이루고 있다”고 설명했다.
증권업계에서는 식품주들이 고평가됐다는 일부 우려에 대해서도 과도하다고 진단했다.
권우정 교보증권 연구원은 “현재 음식료 업종 밸류에이션은 12개월 선행 주가이익비율(PER)은 10배 수준으로 코스피와 동등한 수준”이라면서 “최근 음식료 업종 밸류에이션 상승에도 불구하고 현재 음식료 업종 12개월 선행 PER 10배는 과거 밸류에이션 감안 시 크게 부담스러운 구간은 아니다”라고 분석했다.
이어 권 연구원은 “지난 20년간 음식료 업종 12개월 선행 PER은 13.4배 수준이었다”며 “또 음식료 업종은 본래 안정적인 실적을 낸다는 점에서 코스피 대비 높은 밸류에이션을 받아왔다. 과거 리레이팅 시기를 볼 때 추가적인 밸류에이션 상승 여력은 존재한다”고 덧붙였다.
이창희 기자 window@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