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 꺼진 병원에 발길 돌리는 환자들…약국도 한숨

불 꺼진 병원에 발길 돌리는 환자들…약국도 한숨

기사승인 2024-06-18 12:33:34
18일 서울 여의도 소재 통증클리닉 정문에 휴진을 알리는 안내문이 붙었다. 사진=신대현 기자

‘6월19일부터 정상 진료합니다.’

대한의사협회(의협) 총궐기대회와 개원의 집단 휴진날인 18일 서울 여의도 소재 통증클리닉 정문에 휴진을 알리는 안내문이 붙었다. 같은 건물에 있는 피부과 의원도 불이 꺼져 있었다. 환자들은 휴진 여부를 파악하지 못해 발걸음을 돌렸다. 약국은 찾는 환자 없이 텅텅 빈 모습이었다.

이날 기자가 찾은 여의도 소재 의원들 10곳 중 3곳은 불이 꺼진 채 문이 굳게 닫혀 있었다. 휴진을 알리는 안내문이 붙어 있는 곳이 있는가 하면 아무런 공지 없이 휴진하는 병원도 있었다.

이날 휴진인 줄 모르고 A내과를 찾았다가 발을 돌린 회사원 한호열(가명·32)씨는 “오늘 의사들이 파업하는 걸 깜빡했다”며 “진료하는지 확인하고 올 걸 그랬다. 근처에 있는 다른 병원으로 가야겠다”고 말했다.

병원에서 근무하는 직원들도 혼란을 겪고 있다. 간호조무사 커뮤니티에 ‘원장님이 오늘 휴진할지 아직도 결정 못 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린 B씨는 “어제부터 하루 쉰다, 오전만 진료한다, 정상 진료한다 등 계속 말이 바뀌었다. 결국 정상 진료한다고 안내하고 출근했다”고 전했다. 이어 “오후에는 또 어떻게 될지 모른다면서 환자들한테 오전에 오라고 안내하라고 한다”며 불만을 드러냈다.

병원이 문을 닫으니 찾는 환자가 줄어 약국도 한산한 모습이었다. 이비인후과, 피부과, 내과, 정신건강의학과, 산부인과 등이 모여 있는 건물에서 약국을 운영하는 C약사는 “평소였으면 오전에 약 처방을 위해 환자가 몰렸을 텐데 오늘은 한산하다”면서 “의사들의 휴진이 계속되면 약국 운영도 힘들어질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18일 서울 여의도 소재 비뇨의학과 의원 정문에 휴진을 알리는 안내문이 붙었다. 사진=신대현 기자


휴진 의료기관의 정확한 정보가 제공되지 않으면서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지역별 ‘휴진 리스트’가 공유되고 있다. 평소에도 진료가 어려운 소아청소년과의 경우 휴진 소식이 알려지자 지역 맘카페 등에서 성토가 쏟아졌다. 휴진하는 병원들을 짚으며 앞으로 이용하지 말자는 의견도 이어졌다.

의협은 이날 오후 2시 서울 여의대로에서 ‘정부가 죽인 한국의료, 의사들이 살려낸다’는 주제로 총궐기대회를 연다. 개원가 전면 휴진 및 집회 참여율은 높지 않을 전망이다. 보건복지부가 개원가의 휴진 신고를 집계한 결과, 이날 진료를 쉬겠다고 한 곳은 총 3만6371개 의료기관(의원급 중 치과·한의원 제외, 일부 병원급 포함) 중 4.02%에 그쳤다. 정부 명령에 반발해 휴진 신고 없이 참여하는 병원이 있다고 가정해도 참여율은 10% 안팎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지난 10일 전국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진료명령을 발령했다. 이날 오전 9시엔 업무개시명령도 냈다. 의료법 59조 1항에 따라 진료명령을 거부하는 경우, 또 59조 2항에 따라 업무개시명령을 불이행한 경우 해당 의료기관은 15일간 업무정지 조치를 받을 수 있다. 1년 이내 의사면허 자격 정지도 가능하다.

정부는 의료계 집단 휴진에 대해 엄정 대응할 방침이다. 전병왕 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이날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브리핑을 열고 “병원에서 사전 안내 없이 일방적으로 진료를 취소하여 환자에게 피해를 입히면 의료법 제15조에 따른 진료 거부로 전원 고발 조치할 것”이라고 밝혔다.

신대현 기자 sdh3698@kukinews.com
신대현 기자
sdh3698@kukinews.com
신대현 기자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추천기사
많이 본 기사
오피니언
실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