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6월 3째주 목요일은 ‘세계 신장암의 날’이다. 신장암 환자와 가족들에게 의미있는 정보를 알리고 대중의 인식을 개선하기 위해 제정됐다. 올해의 핵심 주제는 ‘경청’이다. 우리 사회가 모든 암 환자들의 이야기를 아울러 달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현재 한국의 의료 현실은 경청과는 거리가 있다. 상급종합병원의 ‘3분 진료’ 시스템과 기나긴 진료 대기는 신장암 환자들의 마음을 졸인다. 최근엔 넉 달 넘게 이어지고 있는 의료 대란으로 인해 의료진과 환자들의 소통이 단절됐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신장암은 보통 4기에 항암이나 방사선 치료를 받는다. 뼈, 뇌, 폐 등에 암이 전이돼 치료가 매우 어려운 상황에서 고된 길을 걸어야 한다. 하루하루가 소중할 수밖에 없으며, 문득 자신의 치료 방향에 대해 궁금한 점도 쌓여간다. 막상 진료실에서 주치의와 마주하더라도 대화할 시간이 충분하지 없다보니 답답함을 해소할 길이 부족한 실정이다.
4기 신장암 환자인 조재혁씨는 21일 쿠키뉴스와의 만남에서 “환자가 가장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은 의사인데 어떤 의사를 만나느냐에 따라 진료의 질이 너무 다르다”며 “환자가 궁금한 점을 빠짐없이 물어보기에는 진료실에 앉아 있을 수 있는 시간이 너무 짧다”고 토로했다.
백진영 한국신장암환우회 대표는 “해외에선 의사와 환자가 수평적 관계에 있어 대화를 편하게 나누고 함께하는 분위기를 가질 수 있지만 우리나라에는 ‘환자가 뭘 알겠나’라고 생각하는 의사들이 적지 않은 게 사실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의료 대란이 일어난 이후부터는 병원에서 신규 환자들을 받지 않는다”면서 “임상 진행도 어려워져 새로운 치료가 당장 필요한 환자들조차 의사를 만나보기 어렵다”라고 짚었다. 백 대표는 “현실적으로 신장암 환자나 환자의 가족이 진료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정보는 많지 않다”며 “환우회가 그 역할을 대신하고 있는 셈이다”라고 전했다.
한국신장암환우회는 지난 2019년 사단법인으로 지정된 뒤 신장암 환자를 대상으로 질환과 치료에 대한 교육이나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특히 의료진과 환자가 의견을 나눌 수 있도록 매년 캠페인을 전개하며 소통의 자리를 마련하는 데 집중해왔다. 백 대표는 “환자들은 무엇보다 부작용에 대한 궁금증이 크다”며 “항암치료에서 부작용 관리가 매우 중요한데, 환우회가 관련 사례를 모아 공유하는 중이다”라고 설명했다.
백 대표는 ‘부작용 관리’ 체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부작용은 환자마다 양상이 다른 만큼 현 의료 시스템에서 일대일로 관리할 수 없다”라며 “의료기관과 제약사 등이 환우회가 취합한 사례들을 참고해 반영하는 길이 열리길 바란다”고 피력했다. 조씨 역시 “항암제 부작용 때문에 치료를 포기하는 환자들이 많다”며 “부작용을 통합적으로 관리하고 완화할 수 있는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비급여 치료제의 급여화도 시급하다고 덧붙였다. 백 대표는 “신장암은 4기 환자부터 항암을 시행하는데, 쓸 수 있는 급여 치료제가 매우 적다. 특히 비투명 세포암은 환자 수가 적어 임상 조차 잘 이뤄지지 않는다”라며 “급여 제한 없이 효과 있는 약제를 최대한 사용할 수 있도록 보장권을 넓혀줘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환우회는 올해 하반기 ‘면역항암제 병용과 급여’를 주제로 심포지엄을 계획하고 있다”라며 “의료진의 의견을 듣고 방법을 모색한 뒤 공론화하고자 한다”고 했다.
박선혜 기자 betough@kukinews.com